하나은행 작명 배경

우리나라에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순 우리말 은행들이 있습니다. 한빛은행, 서울은행, 보람은행 등의 우리말 이름 은행도 있었죠.
우리 나라 최초의 우리말 이름 은행은 '하나은행'입니다.
이 이름의 탄생 배경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나은행'이란 이름이 나오게 된 배경에 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랑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26년 전, 그러니까 1991년 2월 19일 낮 2시쯤 '한국투자금융'의 김영돈(金瑛敦) 부장과 김순응(金舜應) 차장이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새로 설립할 은행의 이름을 부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자세한 내용이 내 일기에 적혀 있어 이를 근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당시 두 분은 은행 설립을 위해 일본의 금융 기관들을 먼저 돌아보고 왔다면서, 그 나라에서 '토마토은행'이란 화끈한(?) 이름에 크게 눈이 갔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화끈한 은행 이름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자면 기존의 한자식 이름 대신 우리식 이름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오기 전에 직원들의 공모를 먼저 받아 보았는데, 그 여러 이름들을 참고하여 새로 짓거나 선택해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은행 이름이 우리말로 탄생된다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는 조흥은행, 신탁은행, 제일은행, 상업은행 같은 한자식 이름만 있어 왔는데, 은행계에서도 우리말 이름이 탄생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기분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머리를 써야 했습니다.
얼마 후 이름 5개(하나은행, 서로은행, 한그루은행, 가마은행, 한가득은행)를 지어 주었습니다.
며칠 후 '하나은행'으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해 왔습니다. (물론 후한 사례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몇 년 뒤, 그 은행에 딸린 '한마음 연수원'이란 이름도 지어 주었습니다. 당시 이름을 받아 간 하나은행 직원인 교육기획 담당의 팀장은 '하나은행'의 작명 사실을 윗분으로부터 들었다면서 위사람의 감사의 말을 대신 전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이제 많이 알려진 이름입니다.
아쉬운 것은 이런 우리말 이름의 은행 중 '한빛은행', '서울은행', '보람은행'도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사실입니다.
-26년 전, 우리말 은행 이름을 지어 달라 부탁했던 두 분의 이름(김영돈, 김순응)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이 분들은 우리나라에 우리말 이름의 은행들을 낳게 한 고마운 분들입니다.



첫댓글 미사대교 압구정로데오역 한솔제지 빛가람(혁신도시) 위례신도시 앞자리(학습지) 한글짝꿍(어린이 교재) 해마루(법무법인)... 지은 이름이 많지만, 은행 이름과 청와대 건물 이름만큼은 더 큰 자부심을 갖습니다.
이름을 지을 때는 머리를 온전히 써서 온 정성을 다해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