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 F1 머신 다루는 자 지구상에 스물넷밖에 없다
포뮬러원(F1) 드라이버는 24명뿐이다. 인구 3억 명당 1명만이 F1 머신(경주차)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인 드라이버는 아직 없다.
시속 300㎞ 이상으로 질주하는 머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F1 드라이버는 모든 모터스포츠 선수들의 꿈이자 목표다. 머신이 엄청난 스피드를 내는 건 기술의 진화와 막대한 자본의 투입 덕분이지만 레이스의 승패는 드라이버의 실력에 의해 갈린다. F1은 여전히 사람이 승부를 결정짓는 스포츠다.
◆F1의 전설, 슈마허=F1을 대표하는 드라이버는 미하엘 슈마허(41·독일)다. 슈마허는 2000~2004년 5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일곱 차례나 월드챔피언에 올랐고 그랑프리(GP) 우승이 92회인 ‘F1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최전성기였던 2002년에는 17개 전 GP에서 포디엄(시상대)에 올랐다.
그중 우승만 11차례다. “F1은 몰라도 슈마허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슈마허는 2006년 은퇴했다가 올해 메르세데스 소속으로 전격 복귀했다.
‘슈마허의 후계자’로는 페르난도 알론소(29·스페인)를 빼놓을 수 없다. 알론소는 현역 드라이버 중 슈마허를 꺾은 유일한 선수다. 2005, 2006년 슈마허의 독주를 가로막고 2년 연속 월드챔피언에 올랐다. 그는 “결점이 없는 F1 드라이버”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위까지 추락했지만 올 시즌 페라리로 팀을 옮겨 명예 회복을 벼른다.
맥라렌의 루이스 해밀턴(25·영국)도 F1의 새로운 간판스타다. 그는 F1 최초의 흑인 드라이버로 데뷔 첫해인 2007년 2위에 오르면서 ‘F1의 타이거 우즈’라는 별명을 얻었다. 23세이던 2008년 알론소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24세)을 깨고 챔피언이 됐다. 지난 시즌에는 초반 부진 탓에 종합 5위로 밀렸지만 시즌 후반부에 2승을 거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해밀턴의 팀 동료 젠슨 버튼(30·영국)은 F1 데뷔 10년 만인 지난해, 첫 챔피언에 오른 대기만성형 선수다.
매 GP마다 우승자 25점, 2위 18점, 3위 15점 등 1위에서 24위까지 순위에 따라 점수를 줘 그 합계로 시즌 우승자를 가린다.
◆스포츠 종목 최고 연봉=F1 드라이버는 그 희소성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 올 시즌 F1 전체 드라이버의 평균 연봉은 470만 유로(약 73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연봉을 챙긴 드라이버는 페르난도 알론소다.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El Mundo)’에 따르면 올 시즌 알론소는 페라리로부터 465억원을 받았다. 전 세계 축구선수 중 최고연봉을 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약 202억원)의 두 배가 넘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약 360억원)보다도 많다. 올 시즌 복귀한 미하엘 슈마허는 124억원을 받아 F1 드라이버 중 5위다.
모든 드라이버가 거금을 손에 쥐는 것은 아니다. 715만 유로(약 113억원) 이상 받는 드라이버는 7명뿐이다. 24명 중 10명은 10억원 이하다. 브루노 세나의 연봉은 15만 유로(약 2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개인경기인 동시에 팀 경기=콕피트(조종석)에 앉는 드라이버는 머신당 1명, 팀 전체로는 2명이다. 하지만 F1은 팀 단위로 펼치는 경기다.
아무리 뛰어난 드라이버도 팀워크에서 뒤지면 우승하기 어렵다. 대개 팀은 600여 명의 지원인력을 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머신설계부터 경기 중 타이어를 교체하는 정비공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조직력을 보여 줘야 한다.
F1을 대표하는 팀으로는 페라리를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페라리는 F1이 시작된 1950년 이래 한 대회도 빠지지 않은 ‘F1의 터줏대감’이다. 통산 210회 우승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맥라렌도 페라리에 버금가는 명문팀이다. 맥라렌은 60년 창단해 164회 우승했다. 머신의 디자인을 현재처럼 변모시킨 기술 개발의 선도자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팀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컨스트럭터스(팀) 순위’를 따로 매긴다. 7일 현재 중간순위 1위는 페라리도, 맥라렌도 아니다. 신흥 명문 레드불이 383점으로 1위에 올라 있다. 맥라렌(359점)과 페라리(319점)가 차례로 그 뒤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