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내면계(內面界) 1구간
고산준령(高山峻嶺)이 별처럼 펼쳐진 코스
언 제 : 2015. 12. 06 (일) (하뱃재팀)06:42~17:42 (운두령팀)07:00~16:00
동 행 : (하뱃재팀)이형규,정흥석,솔개,산뫼 (운두령팀)산자락,최원선,촌장,산다람쥐,문종연,이태수,산고파
코 스 : 운두령 ~ 1357봉 ~ 보래령 ~ 보래봉 ~ 자운치 ~ 청량봉 ~ 하뱃재
다리가 근질거렸던 모양이다. " 어디 가볼 데 없을까 ? " 궁리하더니 이내 홍천 내면을 택한다. 시계(市界), 도계(道界)에 익숙한 춘천 산꾼들이 그곳으로 눈 돌린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나 하나가 명품코스인 봉우리들이 面 경계를 따라 주욱 늘어서 있는데다 '일품 오지코스' 를 그 깊숙한 곳에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만한 코스는 그리 많지 않다.
면(面) 단위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홍천 내면은 북한강/홍천강 분수계 북쪽에 있어 생활권이 인제인데도 남쪽인 홍천에 속해 있다. 그 내력이 특이하다. 본디 인제군에 속했던 곳인데, 해방 이후 인제 대부분을 북한이 지배하게 되자 남쪽 짜투리 땅은 홍천군에 임시 편입된다. 전후 인제가 수복되었으나 홍천군은 내면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팀을 둘로 나누어 양쪽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두 팀이 중간에 만나 차 Key 를 서로 바꾸면 차량회수를 위한 번거로움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하뱃재에서 출발하는 팀과 헤어져 운두령에 오르니 아직 어둡다. 눈이 많이 쌓였는데 나만 스패츠를 가져오지 않았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업질러진 물이다. 고생할 각오를 하고 출발한다.
▲ 아직 어두운 시간에 운두령에 도착, 스패츠를 착용한다 - 아래 오른쪽 작은 사진은 계방산 들머리
▲ 10 여분 거리 산불감시초소 있는 곳에 오르자 오늘 걸어야 할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눈이 많이 쌓였다 - 스패츠가 없어 앞 사람 발자국만 일일이 따라 짚으려니 영 고생스럽다
▲ 첫 번째 삼각점 봉우리인 1274 봉 - 이젠 겉 옷을 벗을 만큼 땀이 나 있다
▲ 저 앞이 1357 봉우리
맑은 날 트인 곳 하나 없는 등로를 걷자니 답답하다. 옛 기억이 가물가물 한다. 일행들에게 1357 봉은 좀 트였을 거라 말했는데 막상 그곳에 오르니 창문 하나 만한 틈밖에 없다. 그러나 저러나 날씨 하나는 기막히게 좋다. 멀리 설악 대청봉까지 눈에 들어온다. 문암산, 맹현봉, 개인산, 방태산은 눈 가까이 있는 듯 선명하다.
▲ 1357 삼각점봉 - 사방이 이렇게 막혀있는 중에
▲ 북쪽 방향 창문처럼 열린 틈으로 봉우리들을 가늠해 본다
▲ 가까이엔 문암산이, 멀리로는 맹현봉, 개인산, 방태산이 눈에 들어온다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멀리 대청봉
▲ 이건 산고파님의 대청 사진 - 1357 봉 오기 전 어느 곳에서 찍은 모양인데 사진술이 뛰어나다
▲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보래령 가는 길
▲ 보래령 너머 보래봉도 눈에 들어온다
▲ 이런 등로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 보래령 - 2007 년 이 밑으로 터널이 뚫려 봉평~내면을 바로 잇게 되었다
▲ 보래봉 오름길이 어려울 거라는 뜻일까 - 거대한 문설주처럼 오름길을 지키고 있는 참나무 두 그루
보래봉은 직고로 300 여 미터쯤 된다. 제법 힘을 빼야하는 봉우리이지만 오늘은 더 애를 먹인다. 고작 6 Km 거리지만 이곳 보래령까지 오는 사이 눈에 많이 시달렸기 때문이다. 보래봉까지는 예상보다 도합 한 시간 가량 더 걸렸다. 조짐이 않 좋다. 갈 길이 머니 막걸리며 간식이며 모두들 충분히 섭취해 둔다.
▲ 보래봉 정상은 이렇다
▲ 조금 지쳐 보이는 대원들
▲ 사방 막힌 곳인데 산고파님은 재주도 좋다 - 백덕산 보이는 곳을 찾아낸다
▲ 산고파님이 한 컷 찍어준다
▲ 이것도 산고파님 작품 - 최원선님
▲ 보래봉에서 내려가는 길 - 건너편 왼쪽으로 회령봉이 보인다
▲ 보래봉 급경사 다음엔 이런 편한 길도 나온다
▲ 회령봉/자운치 갈림길
▲ 자운치까지 고도가 계속 내려간다 - 산죽 잎이 드러난 걸 보면 이곳은 눈이 좀 덜 내린 모양이다
▲ 1092 봉 삼각점 - 눈이 덜 쌓인 탓에 드러나 있다
▲ 산죽이 점점 더 많이 드러난다
자운치 거의 내려간 지점에서 시간 계산을 해 본다. 이미 다섯 시간 반이나 걸렸다. 최소한 그만큼은 더 걸어야 하는 데다 점심도 먹어야 한다. 오후 일곱 시나 돼야 하뱃재까지 갈 수 있다. 조금 무리다. 자운치에서 탈출하자고 대강 논의하고 내려오는데 하뱃재팀을 만난다. 어떻게 하겠냐 물으니 그냥 올라가겠단다. 준족들은 역시 다르다.
▲ 탈출 공모중 - 산고파님 사진
▲ 자운치 인근 능선에서 만난 하뱃재 팀(산고파님 사진) - 솔개, 이형규, 정흥석, 산뫼
▲ 두 팀이 기념촬영 - 아래는 산뫼님 사진
탈출하기로 정하자 마음이 느긋해진다. 점심시간이 그만큼 더 즐거워진다. 막걸리, 소주, 마가목주, 개복숭아주...... 종류도 많다. 누군가 족발까지 가져왔다. 설산에 펼쳐진 이런 점심 상을 누가 맛보랴. 모두들 흥이 난다. 큰 수술 두 해 만에 오지산행에 나선 최원선님은 감회가 남다르다. 오래된 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 하뱃재팀은 떠나고 우리는 늦은 점심식사 - 산고파님 사진
▲ 이곳이 자운치 - 앞 언덕이 흥정산 가는 길
▲ 오랫만에 어려운 산행에 도전했던 최원선님 - 내려가는 곳이 보이자 반가워 한다
▲ 탈출로는 우측이다
▲ 탈출로도 여태까지 온 길과 다르지 않다
▲ 중간에 이런 임도도 만난다
▲ 이곳에서 다시 능선 따라 내려간다
▲ 계곡물이 흐르며 고드름을 만들어 놓았다 - 펭귄 같기도 하고 오리 같기도 하고, 어떤 건 물개 같기도 하고
▲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
▲ 소나무와 자작나무, 푸른 하늘
▲ 멀리 문암산(석화산)이 보인다
▲ 드디어 큰 도로(31번 국도) - 탈출하는 데 꼭 두 시간 걸렸다
하뱃재팀은 어두워지고도 한 참을 지나서야 도착한다. 준족들이어도 제법 힘들었을 텐데 이런 말부터 한다. "운두령팀이 러셀해 놓지 않았으면 힘들뻔 했어요." "올라갈수록 눈이 더 많던데 운두령에서 출발했으면 우리도 아마 중간에 탈출했을 겁니다." 우리 팀을 배려한 말이다. 이런 이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니 언제인들 즐겁지 않으랴. 춘천에 도착해 오지팀 송년회를 겸해 가진 뒤풀이 시간 - 하루를 꼬박 나누던 다정(多情)이 오래도록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