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급팽창-알레그로 비바체
우주 배경 복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우주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빛조차도 자유롭게 항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초기 우주의 모습을 단지 이론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현대 우주론은 우주의 팽창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빅뱅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빅뱅은 어떤 공간에서 일어난 폭발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역시 빅뱅과 함께 생겨났기 때문이다. 빅뱅이 있고 우주의 나이가 약 10-43초가 되기까지, 이 짧은 순간의 우주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주의 크기는 극히 작았으며, 우주의 온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을 것이다.
오늘날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약한 핵력), 강력(강한 핵력)의 4가지 힘이 존재한다. 그러나 초기 우주에는 이런 힘들조차도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초기 고온의 우주에는 그 힘들이 작용할 대상인 질량을 가진 물질, 즉, 빛, 전자, 원자핵 등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네 가지 힘이 다 합쳐져 있는 통일된 힘이 작용했을 수 있다. 이런 어린 우주의 에너지는 우리가 잘 아는 빛이나 입자가 아닌 미지의 형태였을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우주의 에너지 형태가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 즉 빛과 입자로 바뀌어 가면서 오늘의 네 가지 힘들이 차례로 구별되어 존재하게 되었을 것으로 예측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
강력 : 원자핵 내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 두는 힘.
전자기력 :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 전기력과 자기력
약력 : 원자핵이 붕괴하여 다른 원자핵으로 변할 때 관여하는 힘
중력 :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
급팽창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가 급팽창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각 힘이 하나씩 분리될 때마다 우주에 격렬한 변화가 생겼다. 미국의 과학자 구스(Guth, A.: 1947~)는 이때 방출된 에너지로 우주가 급팽창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즉, 물이 수증기가 되거나 얼음이 되어 상태가 바뀔 때 막대한 에너지(기화열, 응고열)가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것에 착안하여, 초기 우주에 큰 에너지 방출이 있었고 그것이 우주의 급팽창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도 불리는 급팽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설명하기는 까다롭고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급팽창은 우주의 나이가 10-34초에서 10-32초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벌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우주의 나이가 100배 정도 증가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우주의 크기는 우주 공간의 한 축으로 약 1043배, 부피로는 약 10129배가 커졌다.
이러한 급팽창은 우주의 초기 팽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급팽창 이후의 우주 팽창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진행되었다.
우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면,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더 큰 물음표가 하나 생길 것이다. 바로 “왜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했을까?” 혹은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하는 질문들일 것이다.
아직 현대 과학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매우 흥미롭지만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빅뱅 우주론을 통해 우주의 시작을 밝혔듯이, 언젠가 이런 질문들의 답을 찾는 날도 올 것이다. 그 답을 바로 여러분이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