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2410 정효경
뜨거운 여름햇볕 아래
땀 뻘뻘 흘리며 받치고 있던
초록의 시간들을 보내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불그스름한 시간을 떨어뜨리고
차디찬 눈송이 아래
오들오들 떨며 움츠리던
새하얀 시간 속에서 행복을 꿈꾼다
무더운 여름의 땀방울이, 외로운 가을의 눈물이, 차디찬 겨울의 날카로움이 행복을 틔울 자리를 스치고 또 스쳐가며 지치게 만들었지만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나비가 춤을 추면
준비했던 행복을 활짝 틔운다
두가지 길
2410 정효경
오래된 가구들로 가득 차
비좁은 작은 집 안에
밖을 볼 수 있는 작은 창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창 밖으로 보이는
작은 풍경에는
길이 두 개 보입니다
빛이 말조차도 걸지 못할
시커먼 어둠으로 채워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있고
황금빛 누런 먼지를 날리며
시간의 흐름도 느끼지 못할만큼 고요한
평화로운 길이 있습니다
창 밖으로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요한 길로
조용히 걸어갑니다
그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 처음의 길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저기, 어둠의 길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그 사람이
잠시 후에 환하게 웃으며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걸어옵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냐고
그러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을 향해 걸어간 사람만이
길 끝에 있는 꽃밭을 만날 수 있다고
나는 짐을 챙길 새도 없이
작은 집의 문을 열고
어둠의 길로 달려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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