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괴물' 황선우, 24시간이 필요하다
박관규 입력 2021. 07. 26. 21:00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 등 스승들
"100% 레이스는 하루 한차례뿐"
준결승서 상대적으로 힘 아껴
회복만 된다면 9년만의 메달
3m 현지 풀도 완전히 적응한 듯
황선우가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200m 자유형 준결승전에서 힘차게 헤엄을 치고 있다. 도쿄=뉴스1
“황선우의 회복 능력이 올림픽 메달 획득을 좌우할 것이다.”
2012년 런던대회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경영 결승 무대를 밟은 황선우(18·서울체고)가 만 하루 동안 얼마만큼 몸 컨디션을 회복할지가 메달 획득을 하는 데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황선우를 지도한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체력이 뛰어나지 못한 선우는 하루 전력으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경기가 단 1번뿐이어서 준결승이 특히 걱정됐다”며 “어제 저녁에 경기를 펼치고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늘 오전에 다시 경기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을 텐데 무사히 통과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황선우는 이날 준결승에서 전날 한국 신기록(1분44초62)을 세운 예선전보다 0.91초 늦은 1분45초53로 전체 6위에 오르며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했다. 이 감독은 “한국에선 대부분 대회가 예선, 결승만 진행되는 것과 다르게 올림픽은 예선, 준결승, 결승으로 경기 수가 많고, 회복 시간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우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었다”며 “준결승을 뛰어넘은 만큼, 회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준결승 1위의 덩컨 스콧(영국)이 세운 1분44초60과 황선우 기록은 0.02초 차이에 불과해 결승전 컨디션에 따라 결과도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덩컨은 이례적으로 준결승에서 전력을 다해 레이스를 펼친 것으로 보였다”며 “선우는 준결승에서 상대적으로 힘을 아껴 불리할 게 없다. 예선조차도 막판 50m에선 폭발력을 덜 낸듯 보여, 회복만 원활히 된다면 좋은 경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선우가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을 마친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국내 수영계뿐만 아니라 황선우를 가르친 지도자들은 일제히 황선우의 빠른 적응력과 긍정적인 생각이 한국 신기록을 세운 원동력이 됐다며 결승전을 기대했다.
황선우가 경기를 벌이고 있는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만 봐도 그렇다. 수심이 3m나 되는 국제 경기장인데, 황선우가 그간 연습한 풀이나 기록을 세운 곳은 모두 수심 1.8m에 불과했다. 3m 풀에선 부력이 좋아지고 저항을 덜 받는 차이가 있어 단거리 선수들에겐 물살 적응 훈련이 필수다. 전동현 서울체고 코치는 “3m 풀을 갖춘 훈련장이 없어, 선우는 특별한 적응 훈련을 못하고 도쿄로 향했다”며 “예선전을 보니 걱정과 다르게 이미 3m 풀에서 물을 다스리며 완벽한 적응을 한 듯 보였다. 장점인 돌핀킥을 이용해 시작과 동시에 치고 나가는 것을 보니 적응이 아닌 3m 풀의 도움을 이미 받고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스승들은 황선우를 괴물로 불렀다. 연습 때보다 시합 당일 좋은 기록을 내며 매번 괴물처럼 진화한다는 의미에서다.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이 넉넉한 배짱과 흔들리지 않는 강한 집중력을 가져 괴물이라고 불리는 것과 비슷하다. 손성욱 서울체고 코치는 “중학교 시절부터 고교 선배들과 대결을 벌일 때에도 당당하게 임할 정도로, 무덤덤하기도 하고 항시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고, 전 코치는 “재능보다는 정신력이 매우 강한 선수라는 점이 한국 신기록을 세울 수 있는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7일 황선우의 또 다른 진화를 바라고 있다. 이날 오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을 치른 뒤 약 8시간 만에 또다시 자유형 100m 예선을 황선우가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선우는 일본 현지에서 밥이 맛있고 생각보다 잠자리도 좋아 만족한다고 했다”며 “체력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보고 이제 적응할 것으로 본다. 선우는 이번 올림픽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한국 수영을 이끌 재목”이라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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