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식민지/220705/박찬석
2022년 5월 2
1일, 네이버 블로그에 말라위에 관한 글이 올랐다. “한국인의 도움으로 5개 마을에 우물을 팠고, 한국산 K2소총을 수입했고, 농어촌공사에서 통일벼를 보급했고, 시레(Shire)고원의 개발로 말라위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말라위 차퀘라 대통령은 감격하여, 한국에 편입하고 싶다”는 글이다.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 짐바브웨 대사관(말라위대사 겸임) 홈페이지에 관련된 정보는 찾았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여운이 있다.
해외에 땅 한 치 없는 한국과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동부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갖는 건 꿈같은 일이다. 기후가 좋고 땅이 비옥한 면적 11만㎢의 땅과, 2천 만 명의 인구가 우리 땅이 된다. 말라위와 합병을 하면 한국은, 인구가 7천 만, 면적이 20만㎢ 크기인 대국이 된다. 한국 자본과 기술이 접목되면 말라위는 10년 내에 중진국 수준이 되고, 말라위가 성공하면 이웃나라들도 다투어 한국과 합병을 원할 것이다. 우리는 말라위 수도 리롱게 (Liongwe, 인구 100만 명)국제공항의 정기노선으로 동물의 왕국 사파리 여행을 할 수 있고, 말라위 호수에서 유람선을 띄우고, 말라위 산 커피를 마시고, 유럽인이 가장 살기 좋다는 시레(Shire) 고원에 별장을 지을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들뜬다. 이와 같은 생각은 19세기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귀족들이 가졌던 꿈이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앞 다투어 군대를 파견하여 식민지를 개척했다. 식민지를 통한 국부의 창출이었다.
과연 그럴까? 프랑스와 영국은 아프리카 대륙은 물론, 5대양 5대주에 식민지를 갖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였다. 1차 대전 패배로 독일은 해외 식민지를 모두 잃었다. 식민지 없이도 과학기술로 산업화한 독일은 강대국이 되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GDP는 영국과 프랑스의 GDP를 훨씬 능가했다. 총력전을 한 2차 대전에서도 독일이 러시아와 양면전(兩面戰)을 하지 않고, 미국이 영국을 거들지 않았으면, 독일은 태양이 지지 않는 식민지를 갖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했을 터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해외식민지를 갖고 있는 강대국이라는 체면을 유지할 수 있어도, 국가 재정은 식민지 관리비용이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수입보다 더 컸다.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고, 한반도에 투자한 비용에 비하여 수탈해 간 자산은 더 적었다. 학자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긴 하다. 일본의 한반도 투자는 조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전쟁을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조선인의 생활상도 태평양 전쟁 직전을 제외하면 이전에 비하여 식민지 기간에 향상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식민지 역사를 보면, 식민지가 독립을 한 경우도 있고, 합병되어 영토가 된 경우도 있다. 미국은 식민지 필리핀을 독립시켜주었고, 하와이 왕국은 합병하여 미국 50번째 주로 편입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서인도제도 작은 섬들을 영토로 편입했는가 하면, 동부 아프리카 말라위를 비롯한 고원지대 국가들은 손을 떼고 독립국으로 갔다. 작고 힘이 없는 작은 섬은 영토로 합병했고, 민족주의 저항이 있었던 곳은 독립을 했다. 우리도 일본의 지배기간 동안 지속적인 무장투쟁으로 일본을 괴롭혔다.
제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강대국들은 식민지 주민을 징집하여 전쟁에 동원하였다. 영국 아프리카 식민지 군대(King’s African Rifles)는 아프리카 인으로 구성된 영국군이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때 영국 편을 들어 싸웠다. 전후 식민지에서 민족주의 운동이 일어나 독립투쟁을 했다. 독립투쟁은 원주민 군대와 영국군과의 전쟁이다. 활과 창으로 시작한 아프리카 식민지 전쟁은, 전후 아프리카 독립 전쟁으로 이어져 영국제 총과 대포를 갖고 영국군에 저항했다. 영국은 고전을 면할 길이 없었다. 독립군이나 진압군은 무기도 같고, 전술도 같았다. 2차 대전 후 패한 국가는 물론 이긴 국가마저도 식민지를 독립시켜 주었다. 독립을 시켜 준 이유는 식민지 국민의 인권이나 정치‧경제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모국의 정치적‧경제적 사정에 달려있었다. 동부 아프리카 지역,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말라위, 짐바브웨는 1964년 영국의회가 결정하여 한꺼번에 독립을 허락했다. 식민지 없이 교육과 과학기술로 성공한 한국은 해외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스페인, 포르투갈보다 더 잘 산다. 말라위의 합병으로 식민지를 갖고 부동산 덕을 볼 것이라는 생각은 낭만적인 꿈이다. 영토가 크고, 자원이 많은 나라라고 잘 사는 게 아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브라질, 인도네시아는 부자 나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