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11 성준형
급식실로 가는 길, 다닥거리는 빗소리와 함께
초록 플라스틱 지붕을 따라 떨어지는 빗물을 보았다.
떨어지는 그 빗물 아래 작게나마 홈이 파인 빨간 보도블럭을 보았다.
이런 상황 뿐 아니라, 평소의 일상에서도
빗물이 어떤 것에 의해 모여 떨어지고 그에 따라서 생기는 영향에 대한 배경은 쉽게 떠오른다.
고즈넉한 한옥 처마 밑에서 바라보는,
기와를 따라 떨어지는 빗물, 그리고 그 빗물이 낸 흙바닥의 동그란 자국이 떠오른다.
우산에서 하나하나 모여, 끝의 도롱이로 하나하나 떨어지는 물방울이 떠오른다.
그렇게 강해보이는 보도블럭도, 그렇게 단단해보이는 쇳덩이도
그리도 미미한, 작디작은 저런 물방울들로
깎이고 녹슬어 쪼개진다.
가랑비에 옷젖듯 그렇게, 조금씩
가볍디 가벼운 빗방울의 육중하고 무거운 힘에 잠식되어가는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에따라 우리는 '가볍고도 무거운 잠식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나에게 닥친 어떤 단단한 시련과 역경을 잠식해, 별 것도 아니라는 듯 먹어 치울 수 있는
그런 막대한 힘을 가진 작은 내가 될 것이다.
나에게 닥친 어떤 단단한 시련은, 나의 작은 몸을 끊임없이 던져 큰 힘으로 맞설것이다.
나에게 닥친 어떤 단단한 역경은, 나의 작은 주먹을 끊임없이 날려 큰 주먹으로 깨부술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고자한다. 그리고
그렇게 빗방울은 보도블럭을 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