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로맨틱 코미디야말로 배역과 배우의 화학 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수작이다.
성공한 극작가 에리카(다이앤 키튼)는 딸 마린(아만다 피트)의 남자 친구가 63세의 전설적인 바람둥이 해리(잭 니콜슨)라는 것을 알고 기절초풍한다. 늙은 해리는 마린과 키스를 하다가 심장 마비를 일으키고 병원에 실려가는데, 젊은 주치의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은 해리를 데리고 병원에 온 에리카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나이를 무시한 짝짓기가 무르익을 무렵, 견원지간이던 에리카와 해리 사이에 오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마린은 오랜만에 엄마에게 찾아온 사랑을 위해 해리를 양보하려고 하지만, 이혼 후 남자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에리카는 해리에게 느껴지는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 앞에서 쩔쩔맨다.
평생 진지한 사랑을 해보지 않았던 바람둥이 해리도 이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까 괴로워한다. 중년을 넘어 노년에 찾아온 사랑은 십대 시절의 그것처럼 서툴기만 하다.
정말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2000년 <왓 위민 원트>로 3억7천만 달러가 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낸시 메이어스 감독의 신작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다시 한번 그것을 묻는다. 이번에도 성공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메이어스가 혼자 쓰고 연출한 첫 번째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성공한 남자들에게는 저절로 따라오는 로맨스가 성공한 여자들에게는 오히려 멀어진다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한다.
성공하고 늙은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과 끊임없이 애정 행각을 벌일 수 있지만, 성공한 여자들은 또래 남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젊은 남자들과 로맨스를 즐길 만큼 여유롭지도 못하다.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더 많은 성공을 거둬야 하므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일 벌레가 된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주인공 에리카는 인터넷에 관련 사이트가 8천 개가 넘는 성공한 극작가이다. 하지만 그녀는 동료 연출가였던 전남편이 딸 또래의 아가씨와 재혼을 추진하는 동안 남자 친구 하나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낸다.
성공한 여자들의 상실감, 이것이 1998년 <신부의 아버지>를 연출한 찰스 샤이어와 이혼한 경험이 있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 연출가 낸시 메이어스 감독이 처음으로 각본과 연출을 겸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 녹여낸 정서다.
50대 여자 주인공과 60대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를 그린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주인공들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여러 스튜디오에서 거절당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기 직전의 아줌마, 아저씨 이야기가 과연 돈이 되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가 여성이었던 콜럼비아와 파라마운트에서는 서로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경쟁을 벌였다.
스튜디오의 성공한 여성 간부들에게는 에리카의 뒤늦은 사랑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화려한 배우 경력을 이어가던 다이앤 키튼에게 시나리오가 보내졌고, 감독, 제작자, 배우의 막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영화화될 수 있었다.
이 영화에는 낸시 메이어스 특유의 유머가 한껏 묻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남성 관객들을 불쾌하게 하고, 여성 관객들은 열광하게 하는 ‘성차’에 기반을 둔 유머다.
<왓 위민 원트>의 닉(멜 깁슨)은 여성 상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남성 우월주의자지만 여성용 상품 광고를 기획하겠다고 팬티 스타킹을 신고 뒤뚱거렸다.
언제나 팔등신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해리 또한 여자를 한낱 성적 노리개로 생각하는 남성 우월주의자지만 비아그라 없이는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늙은 뚱보일 뿐이다.
얼굴이 반반하다고, 재력과 사회적 명망이 있다고 잘난 척하는 그 남자들도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우스꽝스러운 마초에 불과하다는 것을 영화는 콕 집어낸다. 낸시 메이어스는 여자들이 보고 포복절도할 장면들을 곳곳에 끼워 넣으면서 이 위트 넘치는 로맨스를 산뜻하게 끌어간다.
주인공인 다이앤 키튼을 비롯해 프랜시스 맥도먼드, 아만다 피트 등 세대가 다른 여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심을 잡는 동안 바람둥이 해리로 출연한 잭 니콜슨도 기꺼이 망가지며 멋진 앙상블 연기를 펼친다.
실제 할리우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바람둥이로 꼽히는 잭 니콜슨은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한 해리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했으며, 키아누 리브스도 <매트릭스> 시리즈 이후 처음 선택한 로맨틱 코미디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연하남의 은근한 애교를 잘 드러내 주었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로맨틱 코미디야말로 배역과 배우의 화학 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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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거 볼까하다가 그녀를 믿지마세요~예매했눈데 일욜 저녁에~
오~호,,,,,키아누 리브스라,,,,,,,,유일하게 내가 아는 몇안되는 외국배우중 하난뎅,,,,,보러갈까낭,,,,,
잼나게 봤어여....^^
흑흑..오늘 볼려고했는디///막 내렸어요./ 그래서..목포는 항구다 봤더. 다행이도 잼있어서... 그래도 보구잡다.
유쾌하면서 잔잔한 감동도 있는 영화였어요 ^^ 키아누 리브스는 그리 비중있는 역은 아닌것 같고 ; ; 역시 젝 니콜슨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