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께서 즉위하여 대사면령을 내린 교서[今上卽位大赦敎書]
왕은 이르노라. 생각건대 우리 국가는 열성(列聖)이 서로 이어 오면서 가법(家法)을 가장 바르게 하여 인(仁) 위주의 정사를 펴고 효(孝)로써 그 도리를 삼았다. 그리하여 대대로 어진 임금이 나와 태평 성대가 계속되어 오다가 선왕이신 소경 대왕(昭敬大王) 때에 이르러 그 절정에 달했는데, 불행히도 하늘의 어여쁨을 받지 못해 마침내는 비운(否運)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적신(賊臣) 이첨(爾瞻)이 군심(君心)을 현혹시켜 국권(國權)을 훔치려고 하면서 모자(母子)간에 틈이 벌어지게 하여 마침내 인륜의 변고를 만들어 내고는 별궁(別宮)에 유폐(幽閉)시킨 뒤 갖은 곤욕을 가하였으니 금용(金墉)의 화(禍)도 아침저녁 사이로 박두해 있었다고 하겠다. 게다가 그만 부모와 같은 천조(天朝)의 은혜를 저버린 채 우리 동방의 예의(禮義)의 풍도(風度)를 없애 버려 삼강(三綱)이 땅을 쓴 듯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이를 어찌 차마 말할 수 있겠는가. 이뿐만이 아니었다. 끝없이 욕심을 내어 사치를 부리고 정형(政刑)을 문란하게 행한 결과 백성이 원망하고 귀신이 노여워하여 내우(內憂)에 외환(外患)까지 겹쳤으니 나라가 망하고 제사가 끊기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겠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일들로서 그 밖의 모든 내용이 자전(慈殿)의 교시(敎示)에 갖추어져 있으니 더 이상 번거롭게 덧붙이지 않기로 하겠다.
나는 덕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선왕께서 남기신 교훈을 받들고 종저(宗邸)를 조심스레 지키기나 하면서 생을 마치게 될 입장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몇 사람의 충의로운 신하가 나와 종묘사직이 멸망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인륜이 결딴나는 것을 두렵게 여긴 나머지 대의를 떨치고 일어나 내란을 평정한 뒤 일단 자전의 위호(位號)를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인하여 과궁(寡躬)을 왕으로 추대하기를 원하였다. 내가 아래로 뭇사람들의 간청에 쫓겨 위로 자전의 분부를 받들게 되기는 하였으나 깊은 못과 골짜기에 떨어진 것 같기만 하니 어떻게 감당해 내겠는가.
생각건대 이단(履端 즉위)한 초기에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교화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진다. 무신(1608, 광해군 즉위년) 이래로 억지로 얽어 만든 옥사(獄事)와 이에 연루(連累)된 자들 및 말한 것 때문에 죄를 얻은 자들은 모두 그 죄명(罪名)을 탕척(蕩滌)해 주고, 여러 가지로 벌인 토목공사와 관련하여 조도관(調度官) 등이 수탈하며 거둬들인 것들은 일체 혁제(革除)하고, 기타 백성을 침탈하고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들로서 가령 척완(戚畹)이나 권귀(權貴) 집안 여러 곳의 둔장(屯庄)에 대해 감세(減稅)하고 복호(復戶)해 준 일들은 모두 조사해 취소토록 하고, 내수사(內需司)나 대군방(大君房)에서 탈취한 전민(田民)은 일일이 환급(還給)하고, 금년 3월 13일 매상(昧爽 새벽) 이전의 잡범(雜犯)과 사죄(死罪) 이하에 대해서는 모두 사유(赦宥)해 줌으로써 유신(維新)하는 뜻을 보이는 바이다.
아, 비상(非常)한 일이 있었기에 마침내 비상한 은혜를 미루어 펼치고 무궁한 복을 누리게 되었기에 끝없는 보살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교시(敎示)하는 바인데 잘 알아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주1] 금용(金墉)의 화(禍) : 폐위(廢位)되는 것을 말한다. 사마사(司馬師)가 위주(魏主) 조방(曹芳)을 폐하고 금용성(金墉城)으로 옮겼으며, 진(晉) 나라 양후(楊后)와 민회태자(愍懷太子)가 가후(賈后)가 폐위됨에 미쳐 모두 금용성으로 옮겨졌으며, 조왕 륜(趙王倫)이 혜제(惠帝)를 폐한 뒤 금용성으로 옮겼다.
今上卽位大赦敎書
王若曰。惟我國家。列聖相承。家法最正。以仁爲政。以孝爲理。重煕累洽之化。至先昭敬王而極矣。昊天不弔。遂値否運。粤自十數年來。賊臣爾瞻熒惑君心。圖竊國柄。仍構母子之隙。竟成彝倫之變。幽閉別宮。僇辱備至。金墉之禍。迫在昕夕。況乃倍天朝父母之恩。滅我東禮義之風。三綱掃地。胡可忍言。至如侈慾之無度。政刑之紊亂。民怨神怒。外潰內訌。足以亡國殄祀。猶是薄物細故。悉具慈敎。無煩贅擧。予以薄德。承先王餘訓。恪守宗邸。若將終身。幸賴二三忠義之臣。閔宗社之危 亡。懼彝倫之殄滅。奮發大義。克定內難。旣復位號於慈殿。因願推戴乎寡躬。予下迫群情。上承 慈旨。若隕淵谷。其何以堪。爰思履端之初。必擧更始之化。自戊申以來。凡干羅織之獄。株累之坐。及以言事得罪者。悉皆蕩滌。諸營建土木興作之役。調度等官掊克聚斂之類。一切革除。其他侵民病國如戚畹權貴家諸處屯莊減稅復戶等事。竝令査檢刮去。內需司大君房被奪田民。一一還給。自今年三月十三日昧爽以前。雜犯死罪以下。竝皆赦宥。以示維新之意。於戲。有非常之擧。遂推非常之恩。享無疆之休。更思無疆之恤。故茲敎示。想宜知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