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도(金叔度) 상헌(尙憲) 에게 답하다.
부탁하신 백 대감(伯大監)의 비문 건은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 짓겠습니까. 옛날 이천(伊川)은 명도(明道)의 묘갈명을 손수 지었는데, 내용만 공정하다면야 한집안임을 따질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태감(台監)께서는 비록 감히 이천으로 자처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백 대감께서 성취하신 바가 저렇게 훌륭하신데 무슨 혐의가 있겠습니까. 제 소견은 이렇습니다만 대감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별지(別紙)
선인(先人)께서 살아 계실 때 친지들과 문답한 의례(疑禮)가 책이 될 정도로 쌓였었는데, 그 모두가 《의례(儀禮)》와 《예기(禮記)》를 기준으로 하여 단안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고거(考據)한 바가 있는 것이고 변례(變禮)를 당하거나 의문 나는 일이 있을 때는 예를 배우려는 이에게 하나의 지남(指南)이 될 만합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질문한 것들이 너무 한만하고 무질서하니, 혹은 한 가지 일이 여러 번 나오고 하여 참고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근래에 두서너 동지와 함께 《가례(家禮)》의 제목에 맞추어 보기에 편리하도록 종류별로 분류하고 편찬하여 4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영감(令監)의 말씀 한마디를 빌려 책머리를 장식하고 싶으나 길이 너무 멀어서 본고(本稿)를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여 체제와 뜻을 대략 보시고 틈을 내어 몇 말씀 적어서 상주(尙州) 편에 보내 주시면, 그것이 어찌 다만 소인에게만 감명스러운 일이겠습니까. 양찰 있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