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낫 한 자루 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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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건강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농사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여러분이 사시는 지역의 저 탄소 정책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농사법입니다.
이 방법은 톱낫 한 자루로 짓는 농사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추낫’과 ‘톱낫’이라는 말이 섞여 쓰이고 있지만 저는 톱낫이라고 부릅니다. 톱낫 쪽이 더 맞는 이름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부추낫이 됐는지 모르지만 적당치 않습니다. 아마도 부추를 수확할 때 좋다는 뜻에서 그런 이름이 붙게 됐는지 모르지만 좋은 것은 그때만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치 않습니다. 그럼 왜 톱낫이 좋다는 걸까요? 생긴 모양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낫인데 톱처럼 톱니가 있습니다. 그래서 톱낫입니다.
가격은 3천 원에서 7,8천 원 정도 합니다. 채 1만 원이 들지 않으니 이보다 농기계 구입비가 적게 드는 농사법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또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 철물점에서는 어디서나 팝니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고, 다이소에서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작아서 휴대하기 편합니다. 대신 논밭에서 잊어버리기 정말 쉬우니 눈에 잘 띄도록 자루에 색칠을 하거나 색깔 있는 테이프를 감으시기 바랍니다.
이 톱낫 한 자루면 논밭 농사를 다 지을 수 있습니다. 자급 규모라면 이 톱낫 한 자루로 다 지을 수 있습니다. 경운기도 트랙터도 농약 살포기도 비료나 퇴비 살포기도 비닐이나 비복기도 필요 없었습니다. 농약도 비료도 퇴비도 살균 살충제도 제초제도 영양제도 필요 없습니다. 이 톱낫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그 세계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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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씨앗 뿌리기도 이 톱낫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모 심기도 이 톱낫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김매기도 이 톱낫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순지르기도 이 톱낫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벼베기를 할 때도, 콩이나 수숫대를 벨 때도 이 톱낫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씨뿌리기부터 수확까지 이 톱낫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물론 감자나 고구마를 캘 때는 호미가 있어야 합니다. 때로 삽도 필요합니다. 그것 다 합쳐도 구입비는 채 5만 원도 안 듭니다. 그렇습니다. 넓은 면적 재배는 어렵습니다. 자급 규모가 알맞습니다. 도시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도구이자 농사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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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논이나 밭이나 무경운, 곧 갈지 않기 때문에 이 톱낫 한 자루로 논밭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간다고 하면 경운기나 트렉터, 혹은 삽이나 괭이, 적어도 호미라도 있어야 합니다. 갈지 않기 때문에 톱낫 한 자루로 씨앗도 심고, 모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무경운이 전제입니다.
아울러 땅을 갈지 않으면 무비료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갈지 않으면 해마다 조금씩 땅이 좋아집니다. 비옥해집니다. 부드러워집니다. 물론 시간이 걸립니다. 3년, 5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곳에 따라서는 칠팔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땅이 적게 주셔도 투덜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무얼 보고, 누굴 믿고 기다리느냐고요? 산이나 들을 보십시오. 혹은 저 같은 자연농 선배들을 믿어 보세요. 되더군요. 좋아지더군요.
어떻게 땅이 좋아질까요? 그 이치와 연유에 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땅은 식물로써 비옥해집니다. 땅이 비옥하다는 것은 땅 안에 유기물이 많다는 걸 뜻하는데, 땅은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기물과 무기물입니다. 무기물은 바위, 돌, 흙 등을 이르고, 유기물은 동식물과 동물의 똥오줌과 주검, 식물의 줄기와 잎과 뿌리, 그리고 그것은 썩어서 된 부엽토, 거름 등을 총칭해서 이르는 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당연히 그 안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생물이 섞여 있을 겁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거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이 만드는 거름입니다. 화학비료와 퇴비는 사람이 만듭니다.
그럼 하늘이 만드는 거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논밭에는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삽니다. 풀과 나무는 많은 양의 잎과 줄기를 땅에 줍니다. 해마다 죽고 다시 나는 1년생 풀은 자신의 몸을 통째로 땅에 줍니다. 또 눈에 안 보이거나 보이는 수많은 동물이나 미생물이 그곳에서 먹고 쌉니다. 나고 죽습니다. 그 양도 적지 않습니다. 그것이 모두 땅의 거름이 됩니다. 이것이 하늘이 만드는 거름입니다. 하늘이 주는 거름입니다.
이 거름에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하늘이, 자연이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해와 땅이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동물도 그 은혜 안에 있습니다. 풀을 먹는 초식 동물이야 두 말할 것도 없지만 육식 동물이나 곤충도 같습니다. 풀이 그들이 먹는 초식 동물이나 곤충을 길러주기 때문입니다. 풀이 있어 동물은 살고, 풀은 해와 땅이 있어 나고 자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아서 해와 달은 우리의 또 하나의 아빠이자 엄마인 거죠.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거나 모른 체하며 살고 있지만요.
갈지 않으면 이 자연 거름으로 땅이, 논밭이 비옥해집니다. 톱낫 한 자루면 되고, 톱낫 한 자루이기 때문에 가능한 길이기도 합니다. 갈면 많은 양의 유기질이 바람과 빗물을 따라 유실됩니다. 비옥한 경토, 곧 갈이흙이 떠나가 버립니다. 이런 이유로 갈면 돈이 듭니다. 손실이 일어나는 만큼 비료나 퇴비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료나 퇴비는 말하자면 인스턴트 식품입니다. 그렇습니다.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온 세상이 그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유기농조차 그렇습니다. 그 농법에서도 많은 양의 퇴비와 유박을 쓰고 있습니다. 조금 낫기는 하겠지만 그것 또한 자연 거름에 견주면 뒤떨어집니다.
이 강좌의 목표가 저 탄소 농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톱낫 한 자루 농법이 가장 좋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이 만든 것은, 예를 들어 그것이 유박이든 퇴비든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수집과 운반, 공장 가동, 포장, 선전, 광고, 구입과 배분 끝에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톱낫 한 자루 농법에서는 풀이 나면 베어서 그 자리에 펴 놓습니다. 풀이 죽도록 성장점 아래를 벱니다. 풀은 자연 거름이기 때문에 밖으로 내다 버리지 않고 벤 자리에 펴 놓습니다. 그러면 뿌리는 땅속의, 줄기와 잎은 땅 위의 거름이 됩니다. 농작물을 거두어들이고 난 뒤에 나오는 짚은 그것이 무엇이든 모두 그 자리로 돌려 줍니다. 볏짚은 논에, 콩짚이나 옥수수집, 고구마 줄기, 오이나 호박 넝쿨 등은 밭에 돌려줍니다. 모든 것을 난 자리로 돌려줍니다. 1년에 몇 차례는 논밭 둑을 깎아야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풀도 논밭에 넣어줍니다. 나아가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거기도, 똥오줌도 논밭으로 돌려줍니다. 마당에서 나오는 풀이나 나무의 잎이나 줄기도 논밭으로 돌려줍니다. 그런 순환 속에서 논밭은 비옥해집니다. 더 건강해집니다. 이 농법은 마을이나 하천이나 하늘을 더럽히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농법들은 모두 알고 보면 나인, 큰 나인 환경을 더럽힙니다.
이렇게 갈지 않고 톱낫 한 자루로 논밭 농사를 지으면 농약이 필요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생태계가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은 소위 병충해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있지만 그 피해가 대수롭지 않습니다. 산이나 들과 같습니다.
알고 보면 병충해도 그분의 독생자입니다. 그분의 아픈 손가락 중의 하나입니다. 그들은 우리와 한 배입니다. 자매형제 관계입니다. 또한 우리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없앨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야 합니다.
경운은 그 세계를 해칩니다. 땅을 갈면 생태계가 크게 파괴됩니다. 전멸합니다. 논밭의 동식물의 세계가, 곧 생태계가 괴멸적인 파괴를 입습니다. 그 위에서 농사를 지으니 병충해 피해가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유기농에서도 무농약이라면서도 친환경을 농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갈면 안 된다는 걸 유기농에서는 모릅니다.
풀이 구세주입니다. 인류 또한 풀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동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풀이, 식물이 있어 지구입니다. 우주 안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생명이 살 수 있는 별입니다.
우주 안에는 이런 별이, 지구와 같은 별이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주의 끝에 우리가 가보지 못했으니, 우리가 아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여야겠지요. 하지만 크게 발달한 현대 과학조차 우주 안에 꽃 피고 벌나비 나는 별은 이 별, 우리가 사는 이 별 지구 하나뿐이라고 합니다.
그 별에 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3월 20일, 며칠 전의 신문에 실렸더군요. 한국에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더군요. 19일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173개 양봉 농가의 39만517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벌통 1개당 1만5000~2만 5천 마리가 사니 60억~70억 마리가 없어진 겁니다.
원인이 뭘까요?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도 같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그것이 우리 인류 문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현대 농법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제비를 예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제비가 참 많았습니다.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을 때입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해부터 제비가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농촌에서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사용이 늘어날 무렵이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비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제비가 있지만 농촌 마을이 아니라 시골에서도 상점과 식당과 큰 건물이 많은 면사무소가 있는 시가지로 오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음식물이 흐르는 강입니다. 우리 몸은 나날의 음식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 몸은 음식물의 변환체입니다. 잘 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거의 모든 열매가 가루받이를 통해 열매를 맺는데, 그 일을 꿀벌이 합니다. FAO(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가운데 71%가 꿀벌을 통해 가루받이를 한다고 합니다. 꿀벌이 없으면 채소와 과일과 곡물 생산이 크게 줄 수밖에 없는 근거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
이 지역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자는 매우 고마운 목표 아래 움직이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오늘 제가 소개한 자연농법입니다. 다시 말해 톱낫 한 자루 농법입니다. 4무 농법, 곧 무경운, 무비료, 무제초, 무농약 농법입니다. 탄소 배출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0 이하로 떨굴 수 있는 농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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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생각이 바뀌셔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세계관의 전환입니다. 꿀벌이 그러라고 행동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또한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몇 권의 책과 다큐멘타리 영화를 소개합니다. 자연농법의 세계관과 실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녹색평론사
*자연농법, 정신세계사
*자연농 교실, 정신세계사
*그래서 산에 산다, 가디언
*대지에 입맞춤을
*씨스피라시
(서울의 한 지역 에코센터에서 한 이야기를 옮겨적었습니다.)
첫댓글 매우 동감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이 모두를 지켜줄 것입니다. 농사를 지어보지 못해서 올해 텃밭가꾸기부터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자연농을 배우려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