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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탐정-딴놈이 있다..
김OO님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2011년 xx월 xx일 오전 09:00 한여름,
난 주말인 오늘 당직사령의 임무를 맡고 더러운 기분을 삼키며 말끔히 샤워를 마치고 부대에 들어가 교대를 한 뒤 간단히 상황을 인계받고 근무를 서고 있는데, 전화한통이 울려왔다. “릴릴릴릴~” 내선전화 부대내부에서 지휘통제실로 전화를 한 것이다. ‘누구지?’
나
“당직사령입니다.”
(사실 “통신보안, xx사단 xx대대 당직사령 김 중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고 해야 되지만 내선전화는 이미 내부자이기 때문에 앞을 빼고 얘기한다. 멋지게 ㅋㅋ 목소리를 깔며 받았다.)
김하사
“단결! 본부중대 당직사관인데요, 아~ 화장실에 또...!”
나
“아 김하사, 왜 또? 뭔 일 있어??
김하사
“아니 애들 씻는 1층 목욕탕에 누가 자꾸 똥을 싸놓네요.
미치겠어요. 지금 며칠 째인지 나참.
우리중대가 거기 청소담당인데 어떤 새낀지 진짜 잡히기만 하면...”
나
“그래? 아니 어떤 시키가 똥을 싸는거야?
화장실 양변기 뻔히 다 내비두고 미친 새씨네 그거! 변태 아냐?
괜히 그냥 내비뒀다가 나중에 부대 사고 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싸이콘데 숨기고 뭐..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우리는 그 똥으로 약 5분여간 일어나지도 않을 무시무시한 사고들을 나열하며 심각하게 토론했다. 토론도중 어려서부터 소년탐정 김전일, 명나라 코난 등등 추리소설을 많이 정독했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엉덩이 냄새를 맡고서라도 찾아내야겠어.’
하지만 번뜩! 1층 목욕탕으로 가는 길에 cctv가 설치되어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나
“아~김하사, 내가 잡아줄게. 우리 cctv 있잖아?
그거 분석하면 잡을 수 있을거야.
그 똥 최초목격시간 알려주고 목격용사 지통실로 내려오라고 해!”
김하사
“예 알겠습니다. 사령님만 믿습니다. 충성!”
흠.. 전화를 끊은 나는 신속하게 부대 내의 약 십여 개 정도의 cctv가 방송되고 있는 tv들 앞으로 나아가서 통신병을 불렀다.
나
“야 저거 녹화되는 거 맞지?
저거 녹화 몇 일거 까지 되는 거야?”
병사
“이거 한 달치는 녹화되고 삭제되고 할 겁니다.”
나
“그래? 오케!”
‘음하하... 나의 예리한 통찰력과 군대짬밥이 다 헛되지 않았구나.’
순간 나는 자기망상에 빠져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이어 나는 당직부사관에게 어제부터 1층 목욕탕 사용한 중대, 소대, 분대 시간 순으로 적어서 알아놓으라고 얘기한 상태였다.
시간이 흐르고, cctv 분석만 10시간 정도가 되어갔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밤까지 당직부사관, 통신병, 내가 번갈아가며 cctv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 이거 괜한 짓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야생동물이 목욕탕 철창사이를 넘어와 똥만 싸고 가지요~’ 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순간! 드디어, 왠지모를 수상한 똥냄새를 풍기며(cctv 속에서) 혼자 몰래 화장실 문을 열고나오더니, 주변을 자기가 똥이라도 싼 걸 누가 본 것이라도 한 듯이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는 범인 같은 녀석을 찾았다. 나의 모든 신경감각이 그 병사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쟤야! 쟤야!! 저 녀석이야! 이~야~ 찾았어! 하하하!’
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할 뿐 주변에 병사도 있고 당직 부사관도 있었기에 차분하게 얘기했다. "음..찾은 것 같군.." 딸깍! 난 cctv 를 정지상태에 두었다.
당직부사관
“사령님 찾았습니까? 확실해요?”
나
“음, 맞는 것 같아. 자 봐봐(cctv를 돌리며) 이시키 행동 봐봐.
화장실서 나오면서 두리번거리고, 계속 계단까지 가는 와중에도
자기 똥이 마치 따라오기라도 하듯이 뒤돌아보잖아 하하하.
범인이 확실해!”
당직부사관
“이야~ 진짜네요.
근데 얼굴식별이 약간 힘들 것 같은데요?
그냥 체격정도 밖에 안 보이는데..흠”
나
“우리 군 장비를 뭘로 보는거야?
야! 통신병 이거 확대해봐!” (난 믿고 있었다.) 확대가 되겠지?”
통신병
“네! 이거 확대됩니다!”
하더니 확대를 시켜 선명하게 얼굴까지 보여지게 만들었다. 마치 csi의 한 장면처럼은 아니지만 통신병은 혼자 쭈구려서 몇 십 분을 투덜대며 만지더니 결국 어느 정도 얼굴윤곽이 잡혔다.
‘좋아! 역시 난 천재야! 음하하!’
난 통신병에게 이 사실을 다른 병사들에게 알리면 넌 전역하는 내내 통신반 통신병으로서 할 수 없는 교육훈련과 잡심부름, 추가임무, 야간전화대기 등. 정작과가 할 수 있는 내에서 너의 군 생활을 힘들게 해주겠다는 막말과 함께(?) 입막음을 시켰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기밀이 부대 내에 펴졌을 경우 나는 그 똥싼 녀셕이 자살을 할 수 있음을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역시.. 난..하하..
이후 나는 당직사관들을 불러 이 녀석의 얼굴을 확인시켰고 결국 확인이 안 된 나는 각 중대 소대 분대장, 부분대장들을 모두 집합시켜 얼굴을 확인시켰다. 어떻게 보면 내가 부대에 다 알린 셈이 되었나. 하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도 분대장, 부분대장들에게 얘기했다.
나
“사실, cctv에 얘가 찍혔는데, 상급부대에서 하는 중요한 거니깐
얼굴을 보고 자기 분대원이면 나에게 말할 것.”
똥싼애 찾는건데 되게 일을 크게 부풀렸다. ㅋㅋ상급부대에서 cctv얼굴 확인하라고 할 일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순진한 우리 병사들은 ‘까라면 까야지.’ ‘그럴 수 도 있겠지’ ‘뭐 이런 일도 있나?’ 등등을 얘기하며 얼굴을 확인했다.
결국! 난 그 얼굴의 범인이 x중대 x소대 x분대 김민식일병(가명)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현재 외박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놈시키, 진짜 변태구나. 외출 전에 똥을 싸고 나가는 게 아무래도 수상해? 오늘 미복귀하는 거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새벽에 그 분대 애들이 잠자는 틈을 타서 그 녀석의 자리에 가서 관물대를 열었다. 역시나! 나의 추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까? 뜯지 않은 두루마리 휴지가 눈에 들어왔다.
‘음.. 화장실에서 휴지로 똥 딱는 녀석은 아니었어. 확실하군.ㅋㅋ’
2011년 다음날 저녁,
나는 아침에 다음번 근무자에게 근무상황을 인수하고 어제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꽃피우며 나의 추리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집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에 부대 들어가서 그 녀석을 잡을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며 잠이 들었다가 깼다.
드디어, 잡을 시간인가? 나는 나의 계획을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그래.. 일단 이렇게 얘기하고, 그래도 이럴 수도 있으니깐 이렇게 또 얘기하고.’ 등등. 치밀했다.
차를 씽씽 몰아 부대에 들어간 나는 이미 외박인원들이 다 복귀한 것을 알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냄새가 나 캬캬캬!
나
“야, 그 x중대 민식이 내려오라고 해!”
나는 당직사령(나보다 후배)을 시켜 녀석을 내려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인사과의 문을 열고,
나
“야! 오면 인사과로 들어오라고 해!”
문을 닫고 기다렸다. 가슴이 떨렸다.
문이 열리고 검정 뿔테안경을 쓰고 멀쩡한 외모를 가진 범인이 들어왔다.
병사
“충성! 부르셨습니까?”
나
“그래. 거기 앉자 봐.”
쁘..윽(가죽이라 앉는 소리) ‘앉는 소리도 범인이구나.’
약 몇 십초 가량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얘기했다.
나
“사실, 기밀인데...
우리부대 목욕탕에는 숨겨진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뭐 할 말 없나?”
병사
“잘 못 들었습니다?” (당황한다.)
나
“모든 부대에는 통신반에서 따로 관리하는 cctv들이 존재하지.
거기에 접근할 수 있는거는 소령급 참모이상들만 가능하고,
따로 암호도 필요하고 보고도 해야 돼.
이 교육장교는 어제 본부중대 당직사관에게 보고를 받았지.
누군가 화장실에 똥을 싸놨다고, 그래서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대대장 님께 보고했어, 나에게 그 카메라 녹화본에 접근권한을 달라고.
사실, 우리부대에 이러저러하다고. 대대장님은 주셨지.
그래서 나는 봤지. 너 입으로 얘기하는 게 어떨까?“
순간 정적이 흐르고 이 녀석은 고민하는 듯했다.
‘이걸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아니면 내가 진짜 걸렸나 안 걸렸나?’
수치심에 몸을 떠는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나도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이걸 믿을까? ㅋㅋ 나는 조금 더 몰아붙이기로 했다.
나
“지금 그거 수집해서 의무실로 올려 보냈어.
우리는 너희들이 모르는 분석기관이 있거든. 한 2주면 결과가 나와 DNA분석. 너희들 헌혈하면서 이미 다 분석된 자료들도 있고.
하지만 지금 사실대로 얘기한다면 용서해 줄 수도 있지.“
순간, 녀석은 울면서 얘기했다.
병사
“교육장교님..ㅠㅠ 사실.. 저 이번 한번밖에 안 쌌어요.
진짜에요. 맹세해요!! 진짜.. 흑흑..”
나
“흠...(ㅋㅋ걸렸다!).. 그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왜 싼거냐?”
병사
“흑흑.. 사실 목욕하다가 똥이 너무 마려워서 참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흑흑. 근데! 진짜 이번이 처음이에요.
분대원들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교육장교님. 부탁입니다..흑흑“
갑자기 녀석이 얘기하는데 짠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범인은 범인, 군대에서 이런 일은 용서되지 않는다.
나
“야, 그래 근데 왜 안치운거야? 니가 싼똥은 니가 치워야지.
그걸 딴 애들이 치우게 놔두면 돼? 니가 모르는 사람 똥 손으로 만져 서 치운다고 생각해봐 임마! 이 자식 이거 안 될 놈이구만!
너! 이번이 처음 아니잖아 자식아! 언제부터 똥 싸왔던거야?
사실대로 말해 임마!“
나는 다그쳤다. 확신했다. 1주일동안 똥싼 놈이 이놈일거라고.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나
“야이 자식아! 지금 하루치 녹화분 밖에 분석 안했는데 1주일 치 다 분석하면 너 똥싼 거 다나와 새캬!! 사실대로 얘기해!
우리 DNA 분석기관을 무시하는거야? 응?
니가 모른다고 없는 것 같어?“
녀석은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병사
“흑흑..저 진짜.. 사실은 2번 쌌습니다.
진짜 다른 똥은 제꺼 아닙니다. 사.. 흑흑.. 사실입니다.
이제 진짜 없습니다. 흑흑“
나는 생각했다.
‘음.. 그래, 이정도 했는데 2번이라고 하면 진짜구나. 그래 이정도면 됐어.’
나
“그래? 그럼 알았어, 올라가봐. 넌 1달 동안 목욕탕 청소를 실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않겠다.
너희 중대장님만 아실거야. 그러니깐 허튼짓 하지 말고 남은 군 생활 열심히 해 임마. 그리고.. 똥은 가려 싸고 이제부터 알겠나?“
나
“흑흑.. 네 알겠습니다. 교육장교님 진짜! 진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부탁입니다. 저 진짜 군 생활 못합니다. 그러면. 제발.. 가보겠습니다. 단결!”
결국 나는 이렇게 범인을 잡고, 말도 안 되는 스펙타클한 소설 같은 시나리오를 계획한 채 지껄여서 범인을 잡았다. 이런 말을 믿을 줄이야? 역시 군대오면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것일까..ㅋㅋㅋㅋㅋ
결국 나의 탐정소설은 "딴 놈이 있다" 로 끝이 났다.
나머지 5일 동안 똥싼놈은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