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을 듯한 곳에 온 세상이 분홍 물결로 넘실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합천 황매산 철쭉축제인데요, 이곳에선 매월 5월이면 소백산과 바래봉에 이어 철쭉들판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이곳은 전국에서도 철쭉 3대 명산으로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곳인데요, 800~900m 고산지대의 능선을 따라 그야말로 신이 만든 산상 화원을 보는 것 같은 신비스러움마저 감돕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을이 되면 온통 억새 군락지로 옷을 갈아입는데요, 사계절 언제 가셔도 예쁜 모습을 볼 수는 산이랍니다.
올해는 5월 1일(금)부터 5월 17일(일)까지 17일간 철쭉축제가 열리는데요, 축제가 끝나더라도 5월 말까지는 높은 지대라서 꽃이 만발합니다. 황매산은 경남 합천과 산청에 걸쳐 있어서 황매산 철쭉제라고 부르기도 하고, 산천 철쭉제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요, 합천 쪽이 주차장과 진입로 그리고 편의시설들이 많아 합천 방면 등산로를 이용하시는 걸 개인적으로는 추천해 드립니다. 자, 계절의 여왕 봄날의 향취를 제대로 만끽하러 들어가 볼까요?
먼저 경남 합천이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면요, 서울에서 320km 4시간, 부산에서 115km 2시간, 광주에서 132km 2시간, 진주에서 32km 4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있습니다. 승용차를 가지고 오셨다면 황매산 철쭉축제장까지 차를 가지고 끝까지 올라오셔야 위와 같은 산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만약 산 아래에 있는 모산재주차장이나 덕만주차장에 차를 세우셨다면 산길을 걸어서 1시간 이상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등산이 목적이 아니시라면 축제장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가시면 편리합니다. 자세한 내비게이션 주소는 글 하단에 자세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차량 주차료는 승용차 1대 기준 3천 원을 징수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주변으론 온통 분홍빛 물결로 가득 메우고 있어 그간 찌들었던 일상의 보상을 차에서 발을 떼자마자 받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아직 축제 초반이라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푸릇한 기운이 감돌지만 5월 중순으로 가면서 더욱 만개한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은 언덕을 가뿐히 넘어서니 눈을 의심케 하는 핑크 장관이 펼쳐집니다. 마치 80년대 유행하던 분홍색 앙고라 담요를 산에 덮어 놓은 것 같군요. 진분홍 비단이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왜 이곳에 이렇게 많은 철쭉이 피어 있을까요? 황매산은 1970년대 젖소와 양들을 방목하던 산이었는데요, 가축들이 독성을 가진 철쭉을 제외한 모든 풀을 다 먹어버려서 철쭉 군락지가 자연스레 형성되었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여행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을뿐더러 CNN이 꼽은 한국의 절경 50선에 선정되기도 한 곳입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셀카 한 장 남기지 않으면 꽃에 대한 모독이죠. 한때 어머님들이 꽃밭에 들어가 머리만 쏙 내밀고 사진을 찍듯 이 모습을 본 여러분들께서도 아마 그러고 계실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황매산은 마치 호수에 떠 있는 매화 같은 모습이라 해서 ‘수중매’라고도 불리는데요, 그만큼 산 전체에 끝없이 꽃들이 만발합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꽃들 사이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해 두었는데요, 곁에서 구경만 하지 않고 어른 키만큼 자란 분홍 밭 사이로 직접 들어가서 꽃들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예쁜 모습을 담아주려 애쓰는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답네요. 여길 찾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어 이곳에선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금세 마음의 문을 열고 친해집니다. 가지고 온 음료수도 나눠 마시고 허물없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지네요.
자연적으로 생성된 8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철쭉 군락지를 사이사이 누비는 재미는 그 어떤 꽃놀이보다 더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황매산은 트레킹 코스가 잘 되어 있어 산행하시는 분들에게도 아주 인기 있는 곳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는 명산이라 가슴이 답답한 현대인들에겐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어 주는 곳이기도 하죠.
황매산 정상(1,108m)으로 가는 길은 억새군락지가 끝도 없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철쭉군락지부터 정상까지는 약 1.4km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등산로가 널찍하게 잘 닦여 있어 걷기 그리 힘들지 않은 데다, 다시 왔던 길 되돌아 나오지 않고 주차장까지 돌아 나가는 길에도 철쭉과 억새가 한가득 이라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정상에서 바라보는 황매산의 봄철 모습이 아름다워 정상 부근엔 항상 붐비는 곳인데요, 그곳에선 천상화원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걸어도 걸어도, 앞을 봐도 뒤를 돌아봐 봐도 어디 한구석 버릴 곳이 없습니다. 황매산 철쭉축제에서는 꽃만 구경할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철쭉 제례, 철쭉 심기, 연날리기, 보물찾기, 가훈 써주기 등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열리니까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족들 모두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혹시 산 정상에서 아이스크림 먹어보셨어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는 산속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 등에 바리바리 짊어지고 올라오셔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도 간혹 있는데요, 비교적 아래에서는 1,000원에 팔고, 정상 부근에선 1,500원에 팔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즐기는 작은 사치 같아 기분이 좋네요. 힘들게 짊어지고 올라오셨는데 서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면 주차장 부근에서는 먹거리 장터가 열리는데요, 합천의 명물 밤묵과 송기떡 등 향토음식도 맛볼 수 있으니 오감을 자극하는 풍족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답니다.
산 정상까지 가지 않고 짧은 코스로 철쭉꽃밭만을 둘러보는 코스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좋은 카메라가 없어도 스마트폰 카메라만 있어도 작품사진 나오는 곳이니 이번 주,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 데리고 이곳에서 “널 위해 준비했어!”라고 말한다면 2/4분기는, 아니 앞으로 3/4분기까지는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황매산 철쭉축제 근처 숙박과 맛집은?
합천 황매산 자락에는 ‘황매산 오토캠핑장’이 있고요, 축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합천영상테마파크’ 안에서도 저렴하게 숙박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 아래로 내려오면 만나는 합천호 주변으로는 맛집과 모텔 등도 모여 있는데요, 삼가면 한우단지에서는 입 안에서 녹는 신선한 한우를 맛볼 수도 있고, 산청 생초면사무소 방면으로 내려가면 민물고기 요리와 피순대(선지순대) 등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 참, 그리고 캠핑장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겐 주차료가 무료랍니다.
해인사와 영화테마공원도 둘러볼까?
철쭉군락지에서 정상으로 가는 방향에는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지로 유명한 영화테마공원이 있고요, 산 남쪽 기슭에는 삼층석탑(보물 제480호)을 비롯한 쌍사자석등(보물 제353호), 귀부(보물 제489호) 등 국가보물이 즐비한 신라 시대 절터인 영암사지(사적 131호)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 바로 아래로는 합천호가 있어 낚시나 수상레저도 즐길 수 있고, 그 근처에 드라마·영화 촬영 1번지인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있어 모두가 영화 주인공도 한 번 되어보고, 천년고찰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장경판전(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합천 황매산 철쭉축제 안내
・ 전화 : 055-934-1411
・ 홈페이지 : hmfestival.hc.go.kr
황매산 철쭉축제 찾아가는 길(내비게이션 주소)
・ 철쭉제 행사장(추천) :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산 219-24
・ 덕만주차장 :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1327
・ 모산재주차장 :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산 159-3
・ 주차요금 : 승용차 3천 원, 승합차(11인승 이상) 6천 원 (덕만주차장, 모산재주차장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