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을 광속으로 내달려 드디어 여수에 다다랐다.
자정을 넘겨 시간은 12시 30분.
옆자리에서 이방인의 많은 호기심어린 질문에도 친절하고 따듯한 말투로 하나 하나 알려주신
여수가 고향인 주말부부 문화관광부의 박선생님께서 여천정류장에 내리면 시내가 좀 더 가깝다고 말씀한다.
버스에 내리니 여수의 차가운 밤공기가 그대로 몸속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여수도 남쪽인데 꽤나 쌀쌀하다.
한파가 남녘까지 침투해 온것 같다. 마침 집사람이 배웅을 나왔다면서 시청뒷편으로 가서 밥집을 알아보라고
하며 그곳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네! 감사..
처음온 여수에서 이렇게 친절하게 환대도 받고 너무 고마워요라면서 다음에 또 될것을 기약한다.
내외분들은 차가운 날씨에 찾은 여수에서 즐거운 추억과 맛있는 먹거리를 즐기다 가라고 한다.
도착한곳은 수자원공사 뒷편 시청골목. 여수의 번화가 답게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거리에는 술한잔 더 즐기려는 밤손님들이 중간중간 눈에 보이기도 하고 살짝 기분좋게 취한 취객들도 있다.
일단 한바퀴 둘러보기로 한다. 보이는 것은 노래방이나 주점, 포장마차, 횟집들이 많이 있다.
신기한 것은 소주방인데, 룸소주방이라고 적힌 것들.
길가는 행인에게 룸소주방이 무언지 물어본바, 노래도 할 수 있고 소주를 시키면 일반 식당처럼 안주가
나오는 그런 식이란다. 그런데 이런집들이 꽤나 많은걸 보니 여수의 유행인가보다.
그리고 많이 보이는 것은 선어횟집들. 보통은 활어집이 많을텐데 여수에는 선어집들이 꽤 많다.
선어란 갓잡은 싱싱한 물고기들을 급냉시켜서 싱싱할 때 썰어먹는 거란다.
아무래도 성질이 급한 물고기들은 이런 방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여행지에 가면 식당에 잘못들어가서 가끔 바가지를 쓰거나 맛이 없어 낭패를 볼 때가 가끔 있다.
이런걸 막는 방법중의 하나가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보는것.
배고픈 여행객인데, 맛난 야참을 먹을 곳이 없냐 물으니 친절한 여수시민, 일팔선어집으로 가란다.
자기도 그집의 단골이라 한다. 직접 식당까지 안내도 해주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고.
바쁘게 길을 재촉하며 사라진다. 어느 술집으로. 사실, 여수 여행중에 만나본 사람들은 대부분이 친절했다.
애써 길도 알려주고 교통편과 먹거리 등을 소개도 해주고. 일단 선어집으로 들어간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20분경. 금방 문을 닫는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우려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네팀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주인장, 반갑게 맞아주면서 영업시간은 멀었으니 편히 먹다가란다.
일단 메뉴판을 보면서 무얼먹을지 고민한 후에 대표메뉴인 선어모듬을 주문한다.
사실 모르는 곳에 와서 메뉴판을 보면서 뭘 먹을지를 정할때가 가장 고민이 된다.
맛이 없음 어떡하지, 저걸 먹고 싶었는데라며 고민아닌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버스에서 만난 여수분이 추천한 것은 쐐미탕이었는데, 이것은 요즘 들어오지 않아서 없단다.
뽈낙구이와 금풍생이구이도 별미지만, 선어의 쫄깃함을 맛보기 위해. 소자는 3만원, 대자는 5만원.
물론 삼치와 병어를 따로 주문해도 되는데, 두가지를 맛보기 위해 모듬을 주문해본다.
마차에는 홀과 룸이 있는데, 홀에는 손님들이 있어서 룸으로 들어간다.
룸에는 문을 뜯어서 만든듯한 칸막이가 있어서 조용히 식사를 하기 편하다.
룸에는 4개정도의 테이블이 홀에는 9개정도의 테이블이 있다.
주문을 하니 일단 기본찬이 준비됀다.
시장기가 돌던차에 홍합탕과 계란찜, 생굴과 멍게, 키조개관자 등이 차려진다.
생물 해산물들이 싱싱하고 바다의 맛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멍게와 키조개는 싱싱함에 반해 한번 더 달라고 해서 그 맛을 한껏 즐겼다.
특히나 맛이 괜찮았던 홍합탕과 계란찜.
홍합탕은 한번 더 달라고 요청해서 진한 홍합의 국물맛을 가슴 속 깊히 느껴봤다.
여수 근처 바다에는 홍합양식장들이 많아서 언제나 싱싱한 홍합이 넘친다고 한다.
포장마차의 기본 주당메뉴로 나오는 홍합탕이지만 그 맛은 메인요리 못지 않다.
한겨울 추위도 홍합탕 한그릇이면 문제없다. 고춧가루 푼 홍합탕이 겨울엔 그만이다.
무채와 갈치속젓도 좋아하는 반찬중의 하나. 갈치속젓은 밥비벼 먹으면 금세 밥공기가 비워지는 밥도둑의 하나.
드디어 기다리던 선어회가 나와주신다.
아래쪽에는 병어가, 위쪽에는 삼치가 한송이 꽃을 피웠다. 이름하여 '선어화'(僊魚花').
일단 삼치회 한점을 먹어본다.
겉모습은 참치 모양인데, 입에 넣고 맛을 보려하나 이내 녹아 목구멍 저편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꼭 노천탕위에 내리는 눈꽃처럼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느낌이다.
남해에서 맛본 삼치회와 비슷한 그 맛.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같다.
병어회는 핏기가 뚜렷한것이 씹는 맛이 오도독하며 고소함의 극치를 달린다.
새벽에 맛본 여수의 선어회 한상.
추운날씨를 뚫고 여수에 입성, 몸도 녹일 겸 여수의 맛을 찾아 가본 선어횟집.
눈도 입도 한결 즐겁다. 물론 시간을 잊고 먹어보는 삼치와 병어의 이중주도 좋다.
새콤한 깍두기. 갓김치보다 이 깍두기가 더 달달하고 묘한 맛을 낸다.
선어모듬 小. 양이 꽤나 많다. 한겹을 들어내면 또 한겹이 나오고. 결국에는 다 먹긴했지만 푸짐하다.
선어는 김에 싸먹어야 맛이 있다면서 김을 수북히 올려줬는데,
그 김과 선어를 함께 먹으라며 준, 초장, 쌈장, 간장 셋트.
맘에 들거나 입맛에 맛는 양념과 함께 싸먹으라고.
어떻게 먹든 그 맛은 다 수준이상이다.
별반 기대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좋은 맛을 찾으면 뭔가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
세꼬시처럼 뼈채로 한입에 먹는 병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이 묻어나온다.
생김새와는 다르게 고기의 육질은 고급어종의 그 맛을 능가한다.
남도사람들은 병어회를 별미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단다.
쌈장에도 한번, 초장에도 한번 골고루 먹어봤다. 미항인 여수.
국내 2대 어항인 여수의 바다내음이 고기에도 물든느낌이다.
사시미를 주문하면 이런 모습으로 나와준다. 4명 이상이면 선어 소자와 사시미를 주문하면 되겠다.
사시미가 활어 스타일은 아니고 막회처럼 수북히 회를 올려준다. 접시모양이 삼각형으로 되어있다.
은근히 양이 많다. 배는 불러오고 눈꺼풀은 무겁고 이슬이는 나를 누르고.
여수시민들이 즐겨찾는다는 우럭지리탕.
매운탕보다 이렇게 지리로 먹는 우럭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내준다.
시간이 늦었는데도, 사람들의 행렬이 새벽녁까지 이어진다.
시간이 좀 되자 손님들은 어느덧 빠져나가고 홀은 썰렁해진다. 사장님은 언제 치우냐며
즐거운 넋두리를 한다. 슬슬하쇼~이 집을 찾는 사람들이 외지인보다는 여수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외부인이나 여행객들보다 그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곳을 선택하면 실패는 덜하다.
시간은 어느덧 4시를 넘어섰다. 버스에서 잠시 선잠을 청한것이 그래도 졸린 눈을 바짝 뜨게 해줬다.
아직 새벽은 멀었고 밤은 한창이다. 길고 긴 겨울 한밤을 어찌 보내나.
여명의 흔적은 아직 눈씻고 봐도 없다.
밖은 시베리아고 몸은 즐거움으로 가득차서 한발 내딛기도 어렵구나. 일단 문을 박차고 나가자.
자유로운 설레임으로 가득찬 여수의 밤공기를 가득 마셔보자.
사장님과 얘기 나누다가 이 시간에 갈만한 곳이
어디일까 하고 물으니 알려준곳이 이순신광장 옆 선어경매시장.
새벽 갓 잡아온 물고기들을 둘러싼 생생한 경매현장이 펼쳐진다고 하니 삶의 현장으로 일단 발길을
옮기기로 한다. 여수에서의 찬란하고 도도한 새벽도 느껴보고.
맛나게 잘 먹었슴다. 사장님께 인사하며 문을 열고 여수의 내음을 맡는다.
주 소 : 전남 여수시 학동 93-2
전 화 : 061 - 685 - 0002
첫댓글 오호호~~~맛나겠어요~~
네,,새벽에 맛나게 잘 먹었지요~~ 이슬이와 함께요.
선어회 완전 대박!!!!!!!
소자 3만원짜리인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