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털보횟집
기 세 원
거기서 술자리를 끝냈어야 했다
하룻밤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을 일로
서로 얼굴 붉히며 비틀거리던
밤이 가고
거울 속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는
한 사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
욕실 벽에 머리를 박아대는 새벽
빈속에 남아있는
열망과 절망의 화해를 위하여
변산 해수욕장 끄트머리에서
폐허가 된 송포항과
맞서 있는
국밥집에 간다.
문 열자
폐선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갈매기 울음소리
바닷바람 등 떠밀며
먼저 주방까지 달려가
따끈한 국물 재촉하고 난 뒤
주춤주춤 난롯가에 자리 잡으면
파도자국 깊이 패인 이마 고동색 벙거지에 감추고
세상일이란 으레 그렇다는 듯
물잔보다
구레나룻에 너털웃음을 먼저 담아온다.
해장 한 끼라도
해물과 야채, 양념과 육수가 알맞게
어우러져야
제 맛이 난다고
매운 세상살이
속도 맵게 다스려야 풀린다고
그래야
맵던 겨울도 한결 견딜만 하다며
가고파 털보횟집 사장은 웃는다.
얼큰한 해물국밥에 속도 풀린다.
그래도 밤 새 같이 있었으므로
이만한 성찬에 내 몫도 있는 것이다.
카페 게시글
기세원 시인방
가고파 털보횟집
율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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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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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털보횟집 꼭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