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에서 태어나고, 초기 직장 또한 갯가 일과 관련된 직업을 갖다보니,
영도 남항동이 자연스레 내 텃 밭이 되었고,
남항의 관문으로 남부민동 방파제의 흰 등대와 마주하고 있는
남항동의 빨간 등대는 내 마음의 상징으로 심어지게 되었고...
고단한 일과가 끝나면 방파제로 나아가 잠시 등대 기단에 걸터앉아
하루를 정리하고 반성하는 습관을 가지게도 되었었다.
마음이 우울 할때면, 또한 일상 중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생길때에도
묵묵히 등대와 마주하며,
남항을 바라도 보며,
밤바다에 비친 달 빛의 흔들림을 쫒으며
그렇게 마음을 털어내곤 했었다.
태풍이 올때면 언제나 남항동 등대 앞으로 나아가,
닥쳐올 태풍의 세기를 가늠해 보고,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 올때면 날려드는 물보라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도,
제발 아무 피해없이 조용히 지나가 주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하곤 하였다.
등대가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희망의 불 빛을 비추어 만선의 어선을 인도하듯,
어떠한 환경에도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마음의 상징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에도 여전히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빨간 등대...
대평동에 자리잡은 예전의 대동조선...지금은 STX 영도 조선소로 바뀌었지만...
남항 내항...충무동 방면 공동어시장, 냉동 창고 밀집 지역과 소형 어선 계류대 쪽을 바라다 보며..
등대 초입엔 건조대에 가오리를 말리는 풍경이...2~30십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시원한 해풍과 작렬하는 태양 볕이 건조에 최적의 조건이리라....
등대 주변을 좀더 보강한 테트라 포트 너머로 남항 대교가 보인다.
이 다리가 없었다면 탁 터인 남항 바다를 바라 볼 수 있었을 건만...좀 갑갑한 느낌이...
등대가 만들어 준 그늘 아래에서, 기단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는 노년의 친구들....
빨간 등대와 한 조를 이루고 있는 남부민동 방파제 측 "하얀 등대",
빨간등대와 흰등대는 항상 짝을 이루지만, 수로의 폭 만큼이나 서로 거리를 유지하기에,
평생을 가도 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것에만 만족을 하여야 한다고 하니...
절대로 등대 아래 선 사랑의 약속을 하여서는 아니될 것 같다....
가까이서 보면 콘크리트의 거친 표면이 빨간 화장을 하였음에도 한 눈에 들어난다.
작렬하는 태양에 마치 등대가 녹아 내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리며 표현한 것일까? 아님 등대 아래서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며 적어논 것일까?
등대의 운치만큼 남녀 커플이 자주찾는 등대의 거친 피부는 "낙서판"으로 전략 한 것 같다...
등대 벽에 밋밋하게 둥근 창이 나있다...마치 외눈박이 괴물같이 느껴진다...
등대에서 방파제로 걸어 들어오는 쪽을 바라다 보며...
범우엔지니어링 공장 자리와는 아주 인연이 많았다...옛날 옛적에...
폭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등명기(燈明機)실"을 바라보며,
일몰 이후에는 또 다시 불을 밝혀 항행 선박들을 안전하게 인도 하리라...
등대 벽에 기대어...너의 마음을 안아본다...무척이나 뜨겁다...
등대를 돌아 나오면서...실루엣으로 남겨보았다...
첫댓글 신문 한구석 가십란의 글이 글억나네요
“예나 지금이나 등대지기는 외롭다 물끄러미 등탑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세 번쯤 통곡하고서야 진짜 등대지기가 되는거야“
어느 소설가의 글 등대지기에서 이들의 외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사람이 쳐다만 보고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외로울 수 밖에 없다.
등대지기는 외롭고 힘들지만 어둠속의 먼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 등대는 생존의 길잡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이에게 꼭 필요한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나자신의 등대는 어떤것인지...한번쯤 되돌아 볼일이다.
다행히 빨간 등대는 무인 등대라...제가 틈나면 찾아가 살펴보곤 하죠...출입구 열쇠가 없어서...바깥에서 눈으로만...안개 자욱한 밤에 산란되는 빠알간 불 빛은 참으로 아름 답답니다...흔히 틴들 현상이라고 하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