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열 선생님을 추억하며.
음악회 행사가 10여일 남짓 남았다. 무작정 달렸던 지난해보단 올해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꼭 그런 건만 아니다.
'호사다마'라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10여년 전 가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인터넷 통기타카페에서 활동하며, 통기타 꿈을 키웠던 것 같다.
<7080통사모>에 가입하면서 나의 통기타 사부이신 이수열 선생님을 만났고, 통기타인들의 로망인 공연무대 참여경험도 지니게 됐다.
주로 중랑구 일대 주민센터 문화교실 기타강사로 활동하셨던 선생님따라 이동하며 선생님을 돕기도 하고 레쓴도 들었다. 대부분 초보위주 강좌라 선생님께서 내게 보조 강사 역할를 맡기곤 했다.
그때 함께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동료 몇몇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통기타단체에 저마다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선생님을 도우며, 수강생도 늘고, 선생님 강좌가 입소문도 탔고, 통사모카페도 유명해 그 당시 SBS 모닝와이드에서 MC 장두이씨와 PD, 작가가 나와 7080 통기타문화의 추억과 향수에 대한 취재가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과 함께 선생님을 모시고 야외나들이, 그리고 지역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통기타 추억을 쌓고 보람도 느꼈다.
그렇게 되기까지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초기엔 주민센터 기타강좌 수강생이 적어 문화교실 프로그램에서 없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떠돌이 모임과 수업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통기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공간이 없어 동가숙서가숙 하듯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기타를 쳤던 슬픈 기억이 아른거린다.
선생님의 근무지였던 면일초등학교 운동장 지하에 있던 공용주차장 관리사무실, 중랑구민회관, 중랑문화원, 면목7동 주민센터 회의실과 그 근처 동일교회 어린이집, 일요일 쉬는 택견도장 등등..
지금도 발가락을 쥐어짜듯 오무린 채 발시려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어느 겨울 기온이 급강하한 일요일 오후였다. 그날따라 삭풍은 또얼마나 휘몰아쳤는지. 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지하 택견도장에 기타를 치기위해 삼삼오오 모였다.
도장관장 허락없이 함부로 전기히터를 켜면 어렵게 빌린 그 공간마저도 행여 잃을까봐, 따뜻한 자기집 놔두고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통기타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댓가는가혹했으나 그래도 여럿이 기타치며 누린 즐거움에 비할 수 있으랴.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고 하였다.
통기타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그런 공간이 없어 정처없이 떠돌던 아픈 기억이 낳은 교훈, 또는 그 결과가 지금의 연습실이라면 수긍이 되려나.
... ...
2016년 11월이었던가? 지방에 출장 내려가 있던 중에 갑작스런 선생님의 타계소식을 접했다.
선생님 돌아가신 지 두달 뒤 지금의 연습실을 오픈했다. 운명이라 여겼다.
선생님께서 공연하시면서 부른 노래와 연주를 모아 음악CD앨범으로 만들고, 그 모음곡을 인터넷에서 연속음악으로
감상하실 수 있게 해드렸더니, 그렇게 기뻐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하튼 그렇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하늘나라에서 흐뭇하신 모습으로 제자가 직접 개최하는 중랑통기타음악회를 지켜봐주시지 않을까. 더불어, 눈앞에 놓인 시련도 극복할 지혜도 던져주시지 않을까.
고진감래.
아래 글은 선생님의 아드님이 생전에 선생님께서 운영하셨던 카페에 장례를 치루고 난 다음에 올린 인사글에 내가 달았던 댓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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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통사모를 통해 기타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을 알고 중랑문화원 기타교실을 등록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몇개월 지도하고 관악산 무대에 저를 세웠던 기억.. 마땅한 연습실이 없어 면목7동 동사무소와 동일교회를 전전했던 기억..
회원들과 양평 두물머리 야회 나들이 갔던 기억..7080통사모 일요일 공연이 있던 매주일 아침마다 선생님 집 아파트 주차장에서 선생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했던 기억..
스승의 날 회원들과 함께 조촐한 식사를 함께 하던 기억..개인적 일이 바빠져 기타교실을 한동안 못나갔어도 가끔 목요일에 있었던 중랑문화원 기타교실을 찾았던 기억..
기타교실 다니는 동안 새로운 회원이 오시면 저를 가리키며 "내 제자"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시던 기억..지난해 5월 스승의 날에도 먹골역 근처 묵동 동사무소 기타교실을 찾았었는데..
지난 11월 지방에 출장중 선생님의 타계소식을 문자로 접하고 한동안 멍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문화원 기타교실 총무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는데.. 전화를 드려도 받지도 않으셨고, 문자는 며칠 지나 답변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드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무 전화도 받지 않으셨단 이유를 알게되었습니다.선생님, 단장님.. 부디 영면바랍니다.
기타를 취미로 한 제게 선생님께선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아무튼 이수열 선생님 덕분에 기타는 이제 취미 아닌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지금도 가끔 관악산에서 연주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운명같은 것인지..
선생님의 제자인 제가 중랑구 중랑역 인근에 '중랑통기타동호회'라는 통기타연습실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1월 7일 오픈했습니다.
선생님의 통기타사랑에 대한 마음을 담아, 그 뜻을 이어가겠습니다.
제자 서민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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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머금는 나루터 - #이수열선생님을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