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밥상>
줄서서 30분 기다렸다. 사람들이 으레 기다리는줄 알고 서는 품새다. 3박4일 짧은 관광이면 불가능한 식사다. 서울에서도 기다리는 곳은 질색인데, 제주 사람들의 입맛이 궁금하여 불평없이 서서 먹었다. 과연 그럴 만하다, 싶다. 어떤 찬이든 제맛을 낸다. 양이 많은 밥만 빼고, 어떤 찬이든 다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음식 전체를 덮고 있는 제주도 향기도 즐겁다.
1. 식당얼개
상호 : 옹기밥상
주소 : 제주시 미리내길 171-4(노형동 318-54)
전화 : 064-711-6991
주요음식 : 한식(옹기정식)
2. 먹은날: 2021.10.13.점심
먹은음식 : 옹기정식 13,000원
3. 맛보기
한적한 교외, 미술관 근처에 있다. 미술관 근처에는 어느 나라든지 우아한 음식점이 있다. 미술관 내에서도 관람객들을 위한 식당의 음식이 싸고 맛있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 헬싱키 미술관의 식당을 잊을 수 없다. 핀란드는 음식이 참 별볼일 없는 나라인데, 미술관의 음식은 환상적으로 좋았다. 교외 한적한 미술관의 식당까지도 좋았다. 값도 싸면서 말이다. 루브르 박물관도 식사가 싸고 좋다. 동경 미술관의 식당은 서양 레스토랑인데, 맛은 떨어졌지만 우아한 부인들의 집합소였다.
한국은 중앙 박물관의 식당이 괜찮다. 그러나 미술관 혹은 박물관의 식당을 한식 홍보 기회로 삼을 생각은 잘 못하는 거 같다. 과천 미술관에는 레스토랑이 들어가 있다. 미술관 식당을 보면 음식과 미술에 대한 인식의 관계가 보인다.
제주도 미술관에는 구내 식당이 없다. 대신 근처에 좋은 식당이 참 많다. 우아하고 비싼 곳에서부터 토속적이고 저렴한 음식까지,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구내 식당 부재 문제를 주변 식당이 대신 해결해주고 있다. 이 식당도 그 몫을 톡톡하게 한다. 덕분에 미술관 관람객뿐 아니라 제주시민의 식당이 되어 줄을 40분 서는 정도는 고맙습니다, 하며 먹어야 한다.
기본찬 외에 대표음식은 돔튀김, 흑돼지수육, 갑오징어볶음이다. 이중 솜씨가 중요한 건 갑오징어 요리다.
갑오징어가 윤이 반지르하게 도는 것이 입맛을 돋군다. 지나치게 맵지 않고 짜지 않고 양배추와 파의 채소 부재가 적절하게 들어가고, 두터운 오징어육질에 식감도 좋다. 살 안까지 맛이 파고들어 요리음식을 제대로 먹는 기분이 난다. 정성과 솜씨가 제대로 들어간 음식이다.
쫄깃하고 잡내없어 좋다.
옥돔튀김. 겉이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게 튀겨졌다. 간도 적당하다. 크기가 작은 옥돔은 두 마리도 올린다.
제주밥상에는 잔멸치볶음이 자주 나온다. 크기가 막 씹어먹기에 딱 좋다. 맛도 짜지 않고, 적당히 부드러워 씹기에 좋고 신선한 맛이 풍미도 좋다.
숙주나물. 고소하게 잘 무쳤다.
무말랭이와 마늘쫑 장아찌다. 이런 조합은 육지에서 만나기 힘들다. 모두 제주 특산품들이다. 제주무와 제주마늘, 많이 생산하고 맛도 좋은 것들, 이렇게 기본찬으로 활용된다.
메주콩장. 이것도 거의 어디서나 기본찬으로 등장한다. 제주도는 콩 생산이 많다. 덕분에 된장을 활용하는 음식도 많다. 물회에도 들어가고, 심지어 청각 회무침에도 들어간다. 부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주재료로도 쓰인다. 달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짜지 않고 고소하다.
김치도 사근거리며 좋다.
된장국. 일본 미소시루같다. 미역을 넣은 것도 같은 문화로 보인다. 제주도에는 일본 문화와 교류의 흔적이 참 많다. 그러나 맛은 심심하다. 제주 된장의 한계나 특성으로 보인다. 가벼운 맛을 원하는 경우에는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
갈치속젓. 은갈치 고장답게 가장 흔하게 나오는 젓갈이 갈치속젓이다. 그러나 육지것과 달리 맛이 좀 부드럽고 약하다. 칼칼하고 강한 맛이 없어 젓갈 담그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 않나 싶다.
밥이 아주 좋다. 제주는 벼농사가 적은 곳이어서 예전에는 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쌀은 대부분 육지에서 가져온다. 요즘 육지는 돌솥밥의 시대다. 집에서는 압력솥에 해먹다가 식당에 오면 밥다운 밥을 만난다. 여기서도 그렇다. 육지와 시차없이 음식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밥에서 보인다.
4. 먹은 후
1) 된장국
제주도는 맛있는 콩이 많이 나는 지역이지만, 된장맛은 육지와 좀 다른 거 같다. 진하고 개운하고 간이 센 된장이 아니라, 부드럽고 생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는 싱겁고 가벼운 맛의 된장을 좋아하는 거 같다. 그래서 제주도 된장국 맛은 육지사람의 입맛을 맞추기 힘들지 않나 싶다. 먹어본 된장국 중에선 한라식물원 옆 <연지> 식당의 된장국이 제일 맛있었다. 그런데 이곳도 맛이 가볍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차이의 원인을 세 가지 정도로 추청해본다. 첫째는 발효 자연환경이다. 물론 과학적인 연구와 검증이 뒤따라야겠지만, 육지와 다른 산수환경과 기후에서 오는 차이가 된장 발효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순창은 산으로 가리우고 맑은 강의 흐르는 곳이면서 습한 곳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고추장맛을 내는 것이다. 제주도는 산이 아래로만 흐르고 겹을 이루지 않고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도 만나기 힘든다. 발효 미생물 서식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소금 생산이 충분치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메주에서 간장에 띄워 걸러내서 된장을 만든다. 소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맛있는 간장도 된장도 어렵다. 갈치속젓맛이 다른 것도 비슷한 원인으로 설명가능할지 모르겠다.
나머지 하나는 일본의 영향이다. 부드러운 된장국 미소시루를 선호하는 것이 육지와 다른 이런 된장을 선호하기 않았겠냐, 하는 것이다. 거기다 제주는 나물무침 외에 냉국에서도 된장을 많이 활용한다. 이러려면 육지처럼 진한 맛 된장보다 약한 맛 된장을 선호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물론 첫번째 이유의 제한으로 적응이 이루어져 두번째 이유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
어떤 이유가 됐든 육지와 다른 된장은 그 특성을 이어나가는 방향과 육지것을 구매하여 쓰는 방향이 있을 수가 있다. 아마 둘 다 모두 진행 방향으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음식으로서의 보편성과 제주음식으로서의 특수성이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2) 제주미술관 그림구경
식사 전후에 미술관 구경이 아주 좋은 코스이다. 제주미술관은 외관도 아주 멋있고, 전시품도 좋다. 현재는 장리석의 그림이 전시되고, 말 주제의 다른 화가 그림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말은 제주도 문화다. 그림을 통해 지역문화, 지역화가를 만날 수 있다. 덕분에 변시지 그림도 만날 수 있다.
또 하나는 제주시민의 그림 전시이다. 일본에서는 지역그림 전시가 유명 미술관에서도 자주 있는데,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들다. 제주도의 이런 전시는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그림은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거리가 가깝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림은 사진처럼 실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사물을 재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그림을 통해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림을 통해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으므로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래 왼쪽은 지역민 그림전시
변시지 <섬>
장리석 <마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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