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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스마트 보정 시대
촬영만으로 기대했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촬영 이후에 사진을 보면 대체로 무언가 부족하거나 과하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재현하거나, 원하는 결과물을 알아서 만들어 내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그런 카메라는 세상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촬영 이후의 보정 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촬영뿐만 아니라 보정 작업까지도 하나의 기기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 역사에서 신기원을 이룩했다.
‘보정(補正)’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모자란 것을 보충하고 잘못을 바로잡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될 만큼 널리 알려진 ‘포토샵(Adobe Photoshop)’의 이름에서 따서 흔히들 ‘포샵’ 혹은 ‘뽀샵’을 한다고 한다. 보정을 넘어 왜곡과 과장이 심한 경우에는 비하의 의미로 ‘뽀샵질’을 했다고 한다.
영어로는 ‘이미지 편집(image editing)’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찍고 나서 이루어지는 ‘후반 작업(post-processing)’ 중 인화를 하기 전까지의 단계를 뜻한다. 과거에는 후반 작업을 주로 암실이나 현상·인화소에서 처리했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대신하고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다.
사진의 성패는 일차적으로는 촬영 단계에서 판가름난다. 보정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모자란 것을 보충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뿐,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보정을 넘어 합성이라고 하며, 디지털 예술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촬영’이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질적 작업이라면, ‘보정’은 이를 개선하는 양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을 생명에 비유한다면 선천적 요인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후천적인 요인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과거보다 훨씬 간편해진 보정 작업으로 촬영이 낳은 생명을 보다 완전하게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뽀샵’이 개발되기 이전인 필름 시절에도 후보정은 존재했다. 암실에서 어떤 현상액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온도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달라졌다. 인화지에 쪼이는 빛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특정한 부분을 밝게 하거나(dodging) 어둡게 만드는(burning) 기법이 광범하게 사용되었다. 개인이 처리하기 어려운 컬러 필름의 경우는 전문가와 전문 업체에 의뢰해 작업했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후보정 작업이 엄청나게 간편해졌다. 암실을 따로 갖출 필요도 없고, 현상과 인화에 필요한 온갖 장비와 화공약품 등이 없어도 컴퓨터와 프로그램만 있으면 가능할 뿐더러 프린터를 갖추면 웬만큼 훌륭한 품질의 인화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간단한 보정은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지 않고 스마트폰 상에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누구나 사진을 찍는 세상이 되었듯이 누구나 손쉽고 간편하게 보정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폰과 SNS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사진을 후보정한다는 것은 아주 소수만이 할 수 있고, 소수만이 하는 작업이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깔린 보정 프로그램으로 불러들여 마우스를 이용해 처리하는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가히 스마트 보정 시대라고 할 만하다.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보정 작업을 할 수 있는 무료 앱들이 넘쳐나고, 사진을 올릴 수 있는 SNS에는 보정 기능이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기능이다. 보정의 종합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는 완성형 기능인 필터가 수십 가지 제공된다.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와 느낌의 사진을 단추 한 번 누르는 것으로 단번에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개별 보정 기능들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손가락을 몇 번만 놀리면 규격 및 수직과 수평을 조절하고 밝기와 컬러 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복잡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으로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용 프로그램에서만 구현할 수 있던 놀랍고 신기한 효과들도 구사할 수 있다. 스마트폰만으로도 인화를 제외한 모든 사진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은 타고난 얼굴이 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선보정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난 그 상태 그대로 눈곱도 떼지 않고 뾰루지와 여드름도 짜지 않고, 수염도 놔두고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은 헝클어진 상태로 다녀야 진정한 민낯, 시쳇말로 ‘쌩얼’이라고 주장한다면 무보정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도도 하고 세수를 한다. 매일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는 사람도 있고 며칠에 한 번 하는 사람도 있다. 화장은 하지 않더라도 얼굴에 로션 정도는 발라준다. 매일 아침마다 귀찮은 일이지만 이렇게 해야 내 스스로도 깨끗하고 남을 만나기에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거울에 비춰보아 깔끔해 보일 정도까지 손을 보는 것, 이것이 필자가 사진을 보정하는 정도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화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간단히 기초화장만 하는 사람, 립글로스 정도를 발라주는 사람, 색조 화장을 하는 사람, 눈썹을 그리고 속눈썹을 붙이고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주는 사람도 있다. 한 듯 만 듯한 화장이 있고 진한 화장도 있듯이, 보정을 한 듯 만 듯한 사진도 있고 진한 보정을 한 사진도 있다.
화장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는 각자의 취향이다. 아울러 화장을 한 사람과 그 정도에 대한 호불호 또한 각자의 취향이다. 보정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어떤 정도까지 보정할 것인지는 찍은 이의 취향이다. 동시에 그러한 사진에 대한 선호 역시 보는 이의 취향일 것이다.
아주 적극적인 보정 행위로 성형을 들 수 있다. 성형의 경우는 보정이라기보다는 합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얼굴로 만드는 것이다. 이 또한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호불호 또한 극명히 갈린다. 사진에서도 보정을 넘어 합성에 가까운 왜곡과 과장 혹은 축소를 하는 경우에는 ‘뽀샵질’이나 ‘떡칠’을 했다는 소리도 듣는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보정에도 적용된다. 보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손쉽게 사진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를 화려하고 강렬하게 꾸미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보정을 심하게 한 사진은 처음에는 눈길을 끌지만 금세 질리고 눈이 피곤해진다. 적절함에 대한 판단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판단에 대한 자신의 기준이 있는지 여부가 아닐까?
촬영한 사진에서 한 가지만 손을 봐야 한다면 순서를 따를 필요 없겠지만, 보정 작업은 촬영 이후에 필수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정한 단계와 절차를 따르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순서를 바꿔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순서를 지키면 중복 작업을 할 필요가 없게 되어 보정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1. 회전 / 반전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진을 회전하거나 반전시키는 것이다. 사진을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90도씩 돌리는 회전 작업은 가로 사진을 세로로, 혹은 세로 사진을 가로로 바꾸기 좋다. 드문 경우이지만 사진의 좌우를 완전히 뒤집는 반전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2. 수평 / 수직
그 다음으로는 사진의 수평과 수직을 맞추는 작업을 한다. 촬영할 때 화면의 격자(안내선)에 따라 수평과 수직을 맞추더라도 찍고 나서 보면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바로잡는 것이다.
3. 잘라내기 / 확대 / 규격
불필요한 부분은 버리고 화면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잘라내는 것이고, 시각적으로는 확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업을 통해 가로와 세로 비율을 조절해 규격을 정한다.
4. 명암 / 노출
사진의 밝기를 조절한다. 촬영할 때는 적정한 노출이라고 생각했지만 찍고 나서 보면 너무 어둡거나 밝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거나, 사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밝기를 바꾼다.
5. 색온도 / 색상
촬영을 하고 나서 보면 눈으로 본 것과 색감이 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바로잡거나 바꾸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거나 차겁게 혹은 중간으로 색온도를 조절하거나 파랑, 빨강, 노랑, 검정 등 색상을 조절한다. 또한 컬러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할 수도 있다.
6. 나머지 작업
사진 속 색상들의 대비, 피사체와 배경의 선명도를 강조하거나 완화한다. 화면 상의 먼지나 잡티 등 불순물을 제거하거나, 전깃줄 등 원치 않는 피사체를 제거한다.
1 2번 사진의 원본이다. ①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수평을 똑바로 맞췄다 -> ② 사진 속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오른쪽 벤치 부분을 잘라내고 전체적으로 확대했다 -> ③ 흐리멍텅한 색감을 좀더 강렬하게 강조했다. 만화 같은 느낌의 2번 사진이 만들어졌다. 2 FaceBook한여름의 저녁이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의 잔디마당에서 한 사내가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얼굴도 화면처럼 빛났다. |
1 원본 사진 2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에 헌정지하철 3호선 수서역 3번 출구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뺄셈을 두 번 했다. 주제가 되는 조각상과 인물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원본에서 불필요한 인물과 배경을 잘라버린 크로핑이 그 하나고, 그 효과를 더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흑백으로 변환한 것이 그 두 번째다. |
누가 처음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진에 관해서 널리 회자되는 얘기가 있다. “사진은 뺄셈이다”라는 선언이다. 사진이란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 보여주는 행위이고 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정의다.
어떤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빼버려야 한다. 무언가를 버리고 어떤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상황이 많다. 특히 줌 기능에 한계가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렌즈라면 더욱 그렇다. 빼고 나서 찍을 수가 없다면, 찍고 나서 빼는 수밖에 없다.
찍은 사진 중 불필요한 나머지를 잘라내고 일부만 남기는 것을 ‘크로핑(cropping)’이라고 한다. 농작물, 작물, 곡물, 곡식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crop’에 어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잡초와 해충은 물론 줄기와 잎도 버리고 알곡만 거둔다는 뜻이니 말이다.
카메라의 렌즈를 피사체를 향해 겨냥하는 것을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한다. ‘frame’은 틀, 액자, 테두리, 구조, 뼈대, 골격을 뜻한다. 크로핑이 찍고 나서 잘라내는 것이라면, 프레이밍은 촬영의 시작임과 동시에 찍기 전에 잘라내는 최초의 크로핑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크로핑을 할 필요가 없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촬영할 때 프레이밍을 정확히 하도록 훈련을 하고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크로핑이 과도할 경우에는 화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해상도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용량이 작은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트리밍(trimming)’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트리밍과 크로핑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을 다듬고 손질하는 정도는 트리밍이고, 구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크로핑이라는 것이다.
“어떤 보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나요?” “어떤 보정 앱을 써야 좋은가요?” 필자에게 사람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대답은 한결같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본 편집 앱을 사용하세요.”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보정 프로그램과 앱이 존재한다. 간단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까지, 국내와 해외, 무료에서 고가까지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곤란하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본 편집 앱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으며,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보정 작업을 할 때마다 따로 열 필요도 없기 때문에 필자는 별도의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기본 편집 앱의 성능이 부족하거나 사용하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또한 기본 편집 앱이 제공하지 않는 기능이 필요하거나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한 분위기의 필터를 제공하는 앱이 있을 수 있기에, 별도로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는 수많은 보정 기능 중에서도 일부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SNS에 사진을 올릴 때는 기본 편집 앱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인화를 하거나 인쇄용으로 사용하는 사진의 경우는 큰 화면으로 보면서 보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작업을 해야 하므로 컴퓨터용 보정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정은 촬영의 완성이다 - 지금은 스마트 보정 시대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201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