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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와 사람의 기능 비교로 약효 찿아내기
한약을 동물성이나 광물성 약재로 되어 있는데 주로 식물성 약재가 대부분이어서 한의학에서
한약을 본초 本草 라고 부르고 그 한약을 연구하는 학문을 약물학이라고 하지 않고 본초학 本草學
이라고 부른다.
1. 본초의 뜻과 본초학의 유래, 역사
본 本은 指事(지사문자)로 나무[木]의 아랫 부분에 「一」을 그어 밑을 가리키는데 즉 나무의 뿌리라는 뜻으로 여기에서 근본, 기초 라는 뜻이 파생되었고 근원이나 기원(起源), 몸 또는 마음, 본성 그리고 조상이나 부모 등 여러가지 뜻이 파생되었다.
본 本 의 뜻은
1. 밑.
(1) 뿌리.
(2) 밑동. 줄기.
(3)근본. 기초.
2.근원. 기원(起源).
3.바탕. 밑절미. 소지(素地).
4.몸.
5.마음. 본성.
6.덕. 선행.
7.조상. 부모.
8.본가. 종손.
9.고향. 본국.
10.농업. 농사.
11.본전. 원금.
12.사람. 인간.
13.임금.
14.본디. 원래.
15.근본으로 삼다.
16.책. 문서.
17.본(本). 초목을 셀 때의 단위.
등 여러가지 뜻으로 쓰인다.
이를 토대로 보면 본초는 약이 되는 풀뿌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더 넓게는 약의 근원이 되는 풀뿌리 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만큼 약재중 풀뿌리가 많았다는 뜻이다.
본초학이란 식물계·동물계·광물계의 산물로서 질병에 대한 치료와 처방을 목적으로 인류위생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약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약에는 구슬·돌·풀·나무·새·짐승·곤충·물고기 등이 있는데 본초라는 말을 쓴 것은 약 중에서 풀 종류가
제일 많기 때문이며 풀과 나무의 뿌리인 본(本)과 풀과 나무의 잎인 초(草)가 모여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의학에서 임상에 응용하고 있는 약물의 범위는 천연적인 원약 또는 그 제제와 인공적으로 제조된 순화학품이며 이러한 약물에 대한 기원·성미·효능 등을 연구하는 학문, 즉 약물학을 본초학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생약학(pharmacognosy)이 있는데 식물·동물의 전부 혹은 일부분, 또는 그 산출물이나 분비물을 채취하여 가공이나 정제를 하지 않은 순품을 생약crude drug)이라 하며 과학적으로
식물이나 동물성 생약의 기원·성장·감별·성분·효능 등을 연구하는 학문을 생약학이라 한다.
약물의 발견 및 응용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찍이 원시시대에는 야외에서 아무 식물이나 먹다가 유독물질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었을 텐데 이때
구토·설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심지어 정신혼미 등의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우연한 경우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식용과 독을 감별하는 지식을 얻게 했다.
또한 어떤 질병의 경우에 어떤 식물을 먹음으로써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인체에 대한
반응도 주의깊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장기간의 반복되는 실천으로 이런 방면의 지식을 끊임없이 쌓을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정리를
거듭하면서 간단한 약물요법에서 복잡한 약물요법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회남자(淮南子)의 〈수무훈 修務訓〉에 있는 "옛 사람들이 풀을 먹고 물을 마시고 과실을 채취하고
마른 귀뚜라미도 먹었는데, 이 시기에는 독으로 인한 해가 많아 신농(중국의 전설적인 3황 중의 하나)이 나타나서 백성들에게 오곡을 파종하고 토지를 살펴서 건조한지 습기가 있는지, 비옥한지 메마른지, 지대가 높은지 낮은지를 알게 했다.
100가지 풀의 맛과 물의 달고 씀을 맛보아 백성들이 피해야 할 것, 취해야 할 것을 알게 했다.
이때 하루에 70가지의 독 맛을 보니 의학이 흥하게 되었다"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옛 사람들의
많은 경험이 누적되어 발전된 것을 볼 수 있다.
서양에도 동양의 본초학과 비슷한 여러 문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훈 파피루스 The Kahun papyrus〉(BC 2000)·〈스미스 파피루스 The Edwin Smith papyrus〉(BC 1600)·〈허스트 의학 파피루스 The Hearst Medical papyrus〉(BC 1600)·〈소베를린 파피루스 The Lesser Berlin papyrus〉(BC 1600)·〈에버스 파피루스 The Ebers papyrus〉(BC 1552)·〈베를린 파피루스 The Berlin papyrus〉(BC 1500)·〈런던 의학 파피루스 The London Medical papyrus〉(BC 1000) 등이 가장 오래된 서적으로 발견되었으며, 또 BC 459~370년대 히포크라테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The Oath of Hippocrates>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테오프라스토스(BC 371~287)의 〈식물 연구 Historia plantarum, De Causis plantarum〉는 유럽에서 식물에 관한 저서로서는 최초의 것이며 좋은 자료로서 활용되고 있다.
그후 그리스의 명의 페도니오스 디오스코리데스가 〈의학물질 De Materia medica〉(AD 77)을 저술했으며 거의 같은 시기의 사람인 플리니우스(BC 23~79)는 〈박물지 Historia Naturalis〉라는 37권이나 되는 백과전서형의 책에서 1,000여 종의 식물을 기록했고, 그 이후 13세기초 이븐 바이타르는 약용식물을 비롯하여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식물을 〈Liber megnae collections simplican alimentorum et mentorium〉이라는 저술에 소개했다.
18세기 이전까지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주된 의약품이었으나 그후 합성의약품의 발달과 항생제의 개발로 인해 그 개발 및 사용이 저조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합성의약품과 항생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 관심거리로 등장해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본초학은 단군신화에서부터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쑥 1다발과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만을 먹되 햇빛을 100일 동안 보지 말라"라고 씌어 있으며 이에는 금기사항과 약물(쑥·마늘)이 나타나 있다.
이는 당시에 이미 쑥과 마늘이 약제로 사용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약제들이 한국에서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적어도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삼국시대에는 중국의 한나라와 접해 있던 고구려로부터 백제·신라로 전해지는 본초학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즉 561년 고구려 평원왕 때 중국 오나라 사람인 지총의 의약서 전파를 시작으로 삼국이 각각의 실정에 맞게 의약제도 및 서적발간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백제에서는 〈백제신집방〉 등의 처방서적과 의약관서에 채약사의 관직을 두었으며, 지리적인 조건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신라에서는 약전과 같은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서적·약물뿐만 아니라 서역 및 남방 열대의 약물까지 수입될 정도로 교역범위가 넓어진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조선 시대에는 한국 고유의 본초학적인 내용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향약이 그중 하나인데 자국민의 질병을 자국산의 약재로 치료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삼화자향약방〉·〈향약고방〉·〈향약혜민경험방〉·〈향약간이방〉 등이 고려시대에 출판되었으며
〈향약채취월령〉·〈향약집성방〉 등이 조선시대에 출판되어 그동안 민간에서 계속 사용하여온
향약·경험방을 다각적인 면에서 자료를 수집하여 자립의 기틀을 수립하게 되었다.
본초강목(Pents'ao kangmu)
원시시대 식물과 동물의 구분에서 시작된 본초학의 태동은 동한(東漢) 말년에 〈신농본초경〉에
집약된다.
365종의 약물이 상·중·하 3품으로 분류된 이 책은 이후 모든 본초학의 기초가 되었다.
이를 기본으로 하여 인간의 필요성에 따라 추가된 약물이 여러 서적에 나타나 있으며 명대에 이르러
본초학은 새로운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본초학자 이시진이 〈정화본초 政和本草〉를 원본으로 하고 800부 이상의 서적을 참고하여 민간전래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27년간의 여행 끝에 만든 본초강목이 그것이며, 이것은 전문성이
비교적 강한 본초학 저서였다.
그 이후에 〈본초강목〉에 대한 보완이 계속 진행되었으며 1977년 강소신의학원이 〈중약대사전〉에 5,767종의 약물을 수록했고, 중의·성의, 즉 한의와 양의의 결합점을 찾는 일과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유효한 한약을 연구하고 제조하는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보였다.
2. 한약재와 사람의 기능 비교로 효능 찿아내기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무생물이나 살아 움직이는 자동차로 예를 들어 보면
자동차는 무생물이지만 살아 움직이는데 사람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 자동차
눈 헤드라이트
코 라디에이터
귀 음성인식기능
입 연료주입장치
피부 자동차 겉껍질
간 연료통
심 엔진
비위 연료주입구
폐 공기흡입장치
신 밧데리
팔다리 바퀴
손발바닥 타이어 바닥
등으로 비교할 수 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식물도 사람의 기능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사람 식물
눈 뿌리의 영양분을 찿는 기능
코 뿌리의 영양분을 냄새맡는 기능
귀 뿌리의 듣는 기능
입 뿌리의 물과 영약분을 먹는 기능
피부 식물의 표피와 뿌리의 겉껍질
간 뿌리의 영양분 저장기능
심 뿌리의 삼투압과 물과 영양소를 순환시키는 기능
비위 뿌리의 영양분을 먹는 기능
폐 잎파리의 이산화탄소 흡입기능
신 씨나 열매 혹은 뿌리의 자손번식 기능
기본적으로 식물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과는 반대의 대사작용을 하고 있다.
거꾸로 서있는 모양과 비슷하다.
실제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인 먹고 마시는 기능은 뿌리가 하고 있고 번식은 꽃으로 하고 있으며
숨쉬는 것은 잎파리와 뿌리가 동시에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람과 거꾸로 된 기능은 약효를 추정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약의 효과를 연구하고 기록한 염제 신농씨를 비롯한 옛날 사람들이 아무런 기초지식도 없이
무작정 먹어 보아 약재의 효능을 찿아낸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도 자연계와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기초지식 바탕으로 먹어보지 않고도 그 약효를 찿아내는 방법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
요즘은 과학적인 연구 방법(분석적이고 세밀히 쪼개기 방식)에 의존하여 과거와 같은 종합적인 지혜가 많이 없어졌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요즘 못지 않게 폭넓은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피라미드나 앙코르와트 등 건축물이나 예술 등을 보면 지금으로서도 불가사의한 것들이 아주 많다.
각설하고
크게 식물의 뿌리는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고 식물의 가지는 사람의 팔다리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
작용면에서 사람과 식물의 기능을 비교하면
사람 식물
머리 뿌리
몸통 뿌리의 안쪽
다리 가지
생식기 꽃 (-> 열매)
이처럼 식물의 뿌리의 작용은 사람의 머리르 비롯한 상체부위에 작용하고
식물의 뿌리의 몸통은 사람의 내장(사람의 속)에 작용을 하고
식물의 가지는 사람의 팔다리에 작용을 하고
식물의 가지나 몸통과 뿌리의 겉껍질은 사람의 피부에 작용을 하고
식물의 씨는 사람의 생식기나 하체부위에 작용을 한다.
이를 토대로 한약의 성질을 몇가지 예로 들면
식물의 씨(인 仁 또는 자 子)인 복분자, 토사자, 오미자등의 씨는 사람의 생식기에 작용하여 정력을 돕거나 불임증에 쓰인다. 정자 精子(아주 미세한 씨), 난자 卵子(알처럼 생긴 씨)에서도 씨라는 뜻의 가 子라는 글자를 쓰는 것을 보면 지금의 용어도 그런 연유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인삼이나 도라지(길경)의 몸통은 사람의의 내장에 작용하여 내장의 어느 부위의 기능을 돕는(보 補) 하는 작용을 한다.
계수나무 가지인계지 桂枝 는 팔다리에 혈액순환 촉진에 쓰인다.
또한 뽕나무 뿌리의 껍질인 상백피는 폐나 피부의 질환에 쓰인다.
이처럼 모든 식물로 된 한약은 이와같은 종합적인 기초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 모양만을 참고한한 것은 아니어서 모양과 성질, 맛, 향, 느낌 등 사람이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약효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지식과 지혜가 세밀해지면 먹어보지 않고 그 식물을 보기만 해도 그 효능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람을 볼 때 만나서 같이 살아보지 않아도 처음 몇초안에 느낌 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질이나
성향을 파악하는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감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은 요즘 사람들에 비해 과거 사람들이 훨씬 더 발달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사람의 감각은 한쪽이 발달하면 한쪽은 상대적으로 쇠퇴하게 되어 있다.
눈이 안보이면 촉감이나 청각이 더 발달하게 돼있는 것처럼 요즘처럼 분석적인 지식이 없었을 때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과거 사람들의 감각은 아주 세밀했다고 할 수 있고 요즘의 과학적인 지식은
거의가 과거에 밝혀 놓은 지식을 확인하고 더 확장하는 것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건강식품이나 식물이나 동물성 건강식품의 효능을 구별할 때 간단한 지식만 있어도
무슨 작용을 할지 어디에 작용을 할지 알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고
이것은 약물 만이 아니고 음식에도 대부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