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반의 세계에 들어서다
[1-1] 나도 요세미티 갈 수 있을까?
처음 요세미티(Yosemite) 엘 캐피탄(El Capitan) 등반을 결정한 것은 정년퇴직을 두 달 남짓 남겨놓은 2017년 6월 14일 정오 한라산 정상이었다. 재직하던 학교(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에서 3년째 계속된 등산교육 중 명산종주 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함께 올라간 한라산에서 우연히 결정되었다.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을 내려다 보며 등산지도자로 학교에 파견된 고경한 선생(전문산악인, 한국산악회․한국등산학교․국립등산학교 대표강사)과 대화하던 중 6월 말 요세미티에 갈 예정이고, 요세미티는 전 세계 모든 등산인의 메카 같은 곳이며 하프돔과 엘캡이 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장쾌한 요세미티 폭포와 빙하가 녹아 요세미티 밸리를 굽이쳐 흐르는 머세드강(Merced River)이 있고, 산과 바위와 함께 놀기에는 천국과 같은 곳이고, 10년을 매년 팀과 함께 아니면 단독으로 등반했다 등등 나에게는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꿈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엘캡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갈 수 있지요. 꿈이 있고, 마음이 있고, 몸이 있으면 누구나 갈 수 있지요”
“그럼 나도 가 볼까요?”
한 마디 툭 던진 이야기로 바로 그 자리에서 비행기 표를 예약하게 되었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7월 초 요세미티에 처음으로 가게 되었다. 1주일 정도 요세미티 밸리 캠프 4에 머무르며 이곳저곳을 오가며 평지에 수직으로 우뚝 솟아있는 장엄한 엘캡의 자태를 실컷 바라보았다.
웅장하고 멋지기는 하지만 도저히 사람이 범접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하프돔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꿈과 마음은 있어도 도저히 내 힘으로는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아침이나 오후 늦게 몇 시간 정도 등반하거나 하루정도 소요되는 너트크래커 등의 루트를 거의 고선생이 끌어올려 주다시피 하여 등반하였다. 그리고 글래시아 포인트에서 밸리를 내려다 보고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하프돔을 마주 보고, 더 멀리에 작은 온천이 있는 네바다 사막 등을 관광하다가 돌아왔다.
이후 꿈은 크고 마음은 있지만 등반에 대하여 거의 백지 상태인 내가 어찌어찌 하다 결국 2019년 6월 다시 요세미티에 가게 되었다. 물론 4박5일간 엘캡 조디악을 등반하게 되었다. 그것도 65세의 나이에 조디악 루트의 크럭스라고 하는 니플(Nipple)과 블랙타워(Black Tower) 구간을 선등하는 영광과 함께. 그리고 며칠 후 이어진 2차 등반에서 조디악 출발점 1, 2피치를 선등하는 뿌듯한 경험을 가슴에 새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