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집결장소 : 2013. 09.21(토) / 마천역1번출구(10시)
▣ 참 석 자 : 12명 (용우, 정남, 종화, 진오, 양주, 형채, 윤환, 삼환, 전작, 문형, 영훈, 광일)
▣ 산행코스 : 마천역(1번출구)-만남의 장소-성불사-연주봉-수어장대옆-우익문(서문)-호국사-뒷풀이집(마천동 버스종점)
▣ 동 반 시 : "달릴줄 알지만 달리지 않는다" / 김용우
▣ 뒷 풀 이 : 파전, 닭발요리에 맥주와 막걸리 / "산성골맛집"(마천동 버스종점)
추석을 지낸지 이틀, 아직 연휴 중이어서 그런지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마천역을 향해 출발했다. 상당히 먼 거리인데도 스마트폰으로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법륜스님은 여러 질문에 막힘이 없이 시원한 해답을 주시니 정말 도가 높으신 분이다.
마천역 1번 출구에 나오니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아무도 없다. 배낭에서 갤럭시탭을 꺼내 ‘나들이’ 프로그램을 작동시켜본다. 깊은 산속을 헤맬 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인데 오늘 그 해답을 찾아 문제점을 해결했다. 정말 기분이 좋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하고 있는데 정남 산우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오랜만이라 매우 반갑게 인사하고 내 자랑을 했다. 지난 주말에 내가 산삼을 캤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축하해줬다.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의기양양하고 있는데 우리 산우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당초에는 오늘 참석자가 21명이라 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12명으로 줄었다. 명절 끝이라 모두들 바쁜 탓이리라.
약속시간쯤 되니 9명의 산우가 모였으나 종화 산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형채, 양주 산우는 가는 길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단다. 약간 시간이 지나서 종화 산우가 숨 가쁘게 달려오고 반가운 인사 후 보무도 당당히 출발 했다. 모두들 추석 명절을 지냈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씩씩하다.
거여삼거리와 비호아파트를 지나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니 어느 대형아파트 건설사에서 분양 이벤트 행사를 하고 있다. 앙케이트지에 서명하면 물티슈 2통을 준다고 하니 모두들 서명하느라 바쁘다. 정남 산우가 서명하고 물티슈 한통을 내손에 쥐어준다. 인근 마트에서 막걸리와 군것질거리를 준비하고 만남의 광장을 떠나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오늘 날씨는 아주 덥지는 않으나 햇볕은 뜨겁고 바람도 없어 매우 후덥지근하다. 학암로를 따라가다가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경사가 약간 심해 초반부터 이마에 땀이 흐른다. 흙길이어서 걷기는 매우 좋으나 경사가 심해 모두들 거센 숨소리를 낸다. 한참을 걷다보니 왼쪽으로 옛 이름이 동서울CC인 캐슬랙스 골프장이 보인다. 요즘은 이름을 거의 영문으로 바꾸니 그것도 현재의 추세다. 글로벌 시대라서 그런가. 골프를 즐겼던 정남 산우는 일명 게릴라 코스라 별로였다는 재미있는 표현을 한다.
골프장을 지나니 경사는 더욱 급해져 숨이 터질 지경이다. 힘드니 쉬어가자며 배낭을 벗었다. 여기저기서 물병을 꺼내 목을 축이고 먹을거리가 튀어나온다. 형채 산우가 광주 충장로표 단팥빵을 꺼냈는데 학창 시절 정말 먹고 싶었던 빵이다. 양주 산우는 모나카 양과자를, 종화 산우는 초코랫을, 광일 산우는 배를 깎아 담은 통을 내민다. 역시 먹는 시간은 즐겁다.
적당히 쉬고 막바지 고갯길을 넘는데 장난이 아니다. 고도계를 보니 남한산의 정상이 522미터인데 약 500미터 고지에 와있다. 시작점은 고도 100미터인데 400미터를 넘게 올라왔으니 힘들만도 하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자리를 물색하는데 등상하기에 좋은 초가을이라 등산객이 그리 많아 앉을 만한 곳이 없다. 등산객 무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으니 벌써 12시가 지났다.
조금 밑에는 어저약수터가 있다고 지도에 나와 있는데 약수터는 보지 못했다. 진오산우는 큼직한 술빵을 내놓고 정남 산우는 두부김치와 단골 메뉴 한과를 내고 영훈 산우는 순도 100% 도토리묵을 가져왔다. 그리고 김밥, 갓김치 등 대풍년이다. 나는 집사람이 아침에 부쳐준 버섯부침개와 지난 초여름에 담가놓은 일명, 정력에 좋아 산양들이 즐겨 먹는다는 음양곽으로 우려낸 삼지구엽초술을 내 놓았다.
한양기의 완도 김치가 없어 아쉽다는 친구들의 아쉬운 탄성이 들린다. 양기! 다음에 올 때 그 맛있는 김치를 부탁하네. 나이 들어 환갑이 지나니 힘쓰는 게 시원치 않은 것 같아서 패트병으로 하나 담아갔는데 전작 회장님의 우렁찬 건배사와 함께 모두 한 잔씩 마셔줘서 고마웠다.
시간에 맞춰 오늘 산행 동반시를 기자인 내가 낭송했다. 산행시는 용우 산우가 자작한 ‘ 달릴줄 알지만 달리지 않는다’ 였다. 그는 겸연쩍어 했지만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우정 어린 덕담은 계속된다. 오늘 이 산행기를 빌어 두 명의 시인이 탄생했음을 선포한다. 제 삼 제 사의 시인이 나올 것을 믿는다. '산과 시'. 우리 시산회에게 적용되는 최상의 용어이며 찬사다.
맛있는 음식에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는 막걸리가 들어가니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내려오다 보니 서문이 나온다. 모두 둘러 앉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멋진 아가씨가 우리 노인들의 부탁대로 사진을 잘 찍어주었다. 하산길은 주로 내리막길이어서 별로 힘들지 않았다.
하산하면서 방학동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간혹 만나서 술잔을 주고 받는 정남이와 많은 얘기를 나누며 내려왔다. 산은 모든 것을 품는다. 가슴에 화를 가지고 가면 말없이 받아주고 슬픔도, 고통도 받아주니 내려올 때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온다.
산은 비와 바람, 차가운 눈, 뜨거운 햇볕, 천둥, 번개, 안개를 말없이 받아주고 온갖 산객들이 가슴에 혹은 머리에 담아온 좋고 나쁜 사연을 받아준다. 심지어 산나무의 열매를 받아 씨로 만들어 자손을 탄생시키고, 동물의 똥도 받아들임으로서 땅을 기름지게 하여 봄에는 새싹을 틔우고 여름에는 잎을 무성하게 키워 숲을 풍성하게 하며, 가을에는 단풍으로 산객들의 마음을 붉게 물들인다.
겨울에는 눈을 물로 저장하여 다가오는 봄 가뭄에 대비한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는 복받은 국민이다. 전쟁이 나도 산이 많거나 밀림이 우거진 나라는 쉽게 정복당하지 않았음을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산이 시를 만나면 무엇이 될까! 우리는 왜 산처럼 살지 못할까! 우리가 산에 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남이도 나도 불교 쪽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야기의 끝은 항상 그쪽으로 기운다. 부처는 자신의 신격화를 극렬하게 거부하고 다만 자신을 '늘 깨어 있는 자 혹은 스스로 깨어난 자'로 기억해달라고 했으니 불교는 결코 종교가 아니고 철학이라는 점에 의견이 같으므로 종교 이야기가 아닌 철학 이야기라 생각하고 종교가 다른 산우들의 오해가 없기 바란다.
정남의 화두는 '판치생모(빠진 앞니에 털났다)'이고 나는 다음 기회에 얘기하련다. 동창 한의사인 이인 원장이 강의하는 선유림회(禪惟林會)에 나가는데 조계종이 선호하는 참선이 아닌 부처님이 참구했던 방식인 위빠사나 명상과 불경 공부를 한단다.
이 원장은 참선을 염두에 두었는데 회원들이 시간이 어렵고 오래 걸리는 참선보다 부처님 방식의 위빠사나 명상을 원해서 시작한 마음의 공부란다. 느리고 비우며 사는 방식과 비슷하니 자신도 그렇게 간다고 한다. 처음에는 용우, 조 총장, 나 원장 등 여러 산우가 참석했으나 현재는 자신 뿐이니 함께 공부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승락했다.
참선을 배웠고 마음의 공부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정남이가 지독한 다혈질의 선두에 있는 사람인데 요즘은 잘 웃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것이 그 공부 덕분인 것 같다.
뒤풀이는 학암로에 있는 산성길 맛집에서 했다. 정남이가 결혼식에 참석해 준 답례를 하겠다니 조 총장이 참석 인원이 많은 울릉도에 가서 하라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친구지만 지금은 마나님에게 다 주고 비우고 버려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텐데 괜히 내가 걱정이 된다.
정남이 걱정마시게, 그래도 우리들의 관례는 15만원이니 오징어회라도 실컷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내려오다 보니 벌써 3시가 넘어 출출할 때라 모두들 둘러앉아 막걸리와 해물파전, 닭발 안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늘 우리는 약 4시간 반 동안에 약 7.4키로를 걸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거뜬히 남한산성을 다녀왔으니 모두들 대단한 체력이다.
산삼을 캐느라 바빴고 명절이 끼워져 약속을 추석 이후에 밀쳤더니 모임이 밀려 산행기가 늦어졌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오래오래 사세나...
2013년 9월 26일 임삼환 씀.
< 동반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