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대표성분인 베타글루칸을 다량 함유한 꽃송이버섯. 그동안은 인공재배가 어려워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 소득원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돼 기술이전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됐다. 임가에는 소득원, 소비자에게는 약이 되는 건강 먹거리 꽃송이버섯을 알아본다.
면역력 강화성분 월등하고 독성도 없어
우리가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섭취도 필요하지만, 외부에서 침입하는 각종 병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력이 중요하다. 홍삼 등 건강 기능성 먹을거리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데에는 이러한 면역력 강화성분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면역력은 감기 등 경미한 질병부터 암 등 생명에 치명적인 질병까지 막아내는 중요한 부분이어서, 면역력 강화성분이 많은 식품은 흔히들 항암식품이라 말한다. 식품에 포함된 면역력 강화성분 중 대표적인 것이 베타글루칸. 사실 우리가 먹는 대부분 식품에는 베타글루칸 성분이 들어 있다. 식품에 따라 많고 적은 함량의 차이가 있는 정도. 이 베타글루칸 성분은 버섯류에 많다.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노루궁뎅이버섯, 싸리버섯, 느타리버섯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버섯에 들어 있는데, 이 중 표고버섯과 상황버섯 등은 함량이 더욱 높아 항암 기능성 버섯으로 불린다. 이 항암 기능성 버섯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른 강자가 있다. 최근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된 꽃송이버섯이다. 꽃송이버섯은 흰 꽃송이를 연상시키는 모양에 씹는 맛이 좋고 향이 은은한 버섯. 직경 20~40cm 정도 크기로 색깔은 흰색이나 엷은 노란색을 띠고, 수국 꽃이나 산호처럼 보이는 반구형의 버섯이다. 꽃송이버섯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면역력을 높여 항암 효과를 돕는 베타글루칸 함량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연구 결과 말린 꽃송이버섯 100g당 베타글루칸 함량은 무려 43.6g. 함유된 베타글루칸 성분이 상황버섯의 5~10배에 달한다. 현재까지 인공재배 가능한 버섯류 중에서 베타글루칸 함량이 가장 많은 것. 또한 몇몇 항암 기능성 버섯 중에는 독성성분을 포함한 것도 있어 먹기에 조심스러워하는 소비자도 있는데, 꽃송이버섯에는 독성이 전혀 없어 장기간 복용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 이러한 항암 기능성은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신현재 교수와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오득실 박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꽃송이버섯의 베타글루칸 함량이 신령버섯의 4배에 달하는 43.6%를 함유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항암제인 파크리탁셀과 비교해 폐암은 5배, 간암은 2배에 달하는 항암 효과를 나타냄을 밝혀냈다. 이런 약리 효과 외에도 비타민 E(토코페롤)가 100g당 408.5mg, 비타민 C가 21.5mg 들어 있고, 아미노산 중에서는 음식 맛을 좌우하는 글루타민류가 24%, 간장 보호 및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아스파라긴류가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암,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 천연 먹을거리와 조미료라는 현대인들의 관심 대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인공재배 도전 초기, 까다롭고 소득 연결 힘들어
무엇보다 항암은 물론이고 여러 건강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다 꽃송이버섯에 대한 새롭게 주목받는 베타글루칸 함량이 가장 높아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복용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 암 사망률이 유독 높은 국내에선 찾는 이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꽃송이버섯은 그동안 재배가 어려워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무척 비쌌다. 인공재배가 쉽지 않은 탓에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나 일부 백화점에서 1kg에 100만 원 정도로 비싸게 판매됐을 정도. 이마저도 그해의 날씨나 채집환경에 따라 물량이 들쭉날쭉해, 건강을 위해 장기간 복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채취 시기 이전부터 미리 신청하는 ‘우선예약’ 고객이 많아, 야생 꽃송이버섯을 채취해 판매하는 이들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을 달고 살 정도. 더욱이 야생버섯은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인데다 배송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무게가 줄어들고, 상품이 손상되기도 했다. 맛이 아니라 몸을 위해 먹으려는 소비자들로서는 품질이 고른 꽃송이버섯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기만을 바라던 차였다. 이런 이유로 기존 버섯재배 기술을 접목해 꽃송이버섯 인공재배에 도전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능성이라는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생산량이 적다보니 소득원으로서 충분했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한 버섯이 시장에 나오면서 버섯 소비도 늘고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이유였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꽃송이버섯 인공재배법으로 개발된 것이 단목재배다. 표고버섯의 경우 1.5m 안팎의 통나무 원목에 버섯균을 접종해 재배하는 원목재배, 느타리버섯이나 팽이버섯, 노루궁뎅이버섯 등은 병이나 봉지에 균을 접종해 재배하는 병재배·봉지재배가 일반적인데 이것과는 또 다른 형태다. 참나무 원목을 20cm 정도로 절단하고 여기에 균사를 접종해 버섯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영지버섯이나 상황버섯 등 약용버섯에서 쓴다. 이 방법을 통해 인공재배가 가능해졌지만 재배농가로서는 한계도 있었다. 재배관리가 까다롭고 생산량이 단목 하나당 버섯 하나여서 재배면적과 기간을 생각할 때 큰 소득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대량생산 기술 개발·이전, 화순군에서 첫 제품 나와
버섯은 토양이나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재배가 가능하다보니, 기능성 버섯을 대량생산해야 비로소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간다. 기존 단목재배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대량생산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연구가 이어졌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오득실 박사팀이 지난 2009년부터 조선대와 함께 산림청 산림과학기술 R&D사업 일환으로 꽃송이버섯 재배농가 대량생산체계 확립 과제를 추진한 것. 이 기술은 단목 대신 톱밥을 담은 병에서 재배하는 방식이다. 톱밥재배는 기존 통나무재배법과 비교해 배양기간도 더 짧고 버섯 수확량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침엽수 톱밥을 이용한 병재배법으로, 기존의 단목재배법보다 재배기간은 절반으로 단축하면서 생산량은 5배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더욱이 기존 단목재배법에 사용되는 단목은 점점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수종에 관계없이 여러 가지 침엽수 톱밥을 활용할 수 있는 톱밥재배가 한층 쉽고도 편리한 방법이다. 버섯은 토양이나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재배가 가능하다보니 기능성 버섯의 대량생산 기술개발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괜찮은 소득작물을 찾던 농가들은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생산된 꽃송이버섯은 올해 3월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농가에 보급이 시작됐고, 우선 전남 화순군 백아산꽃송이버섯영농법인에 이전돼 생산되고 있다. 화순군은 지난 2년 동안 공장 등의 시설을 짓고 농가 시험재배를 계속해 올해 본격적인 꽃송이버섯 대량생산을 하게 됐다. 백아산꽃송이버섯 영농조합법인처럼 병재배 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은 이번이 처음. 화순군은 꽃송이버섯을 군의 대표적인 소득작목으로 육성하고자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 이 지역은 벼농사가 주작목이라 수입 먹을거리와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작목으로의 전환이 필요했고, 여기에 꼭 맞는 작목으로 꽃송이버섯이 선정된 것이다. 버섯은 갈수록 예측하기 힘든 기후변화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재배 가능한 작목이면서, 노령화나 보유기술 정도에 관계없이 재배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 기능성과 대량생산까지 가능해졌으니 꽃송이버섯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셈이다.
대형 마트 입점, 해외수출도 기대
화순군에서 생산된 꽃송이버섯은 아직은 물량이 많지 않아 대형 마트에는 공급되지 않지만, 생산체계가 자리 잡히는 대로 국내와 일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수출은 화순군농산물유통센터 협조를 받아 일본을 시작으로 점차 대상 국가를 넓혀가기로 했다. 또 기능성 건강식품과 환자식, 화장품 개발에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시장의 경우 버섯 소비가 많기도 하지만, 한국산 건강 먹을거리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기 때문에 꽃송이버섯의 진출 가능성은 매우 밝은 상황이다. 환자식 부분도 기능성 식품이라면 꼭 진출하는 가공 분야인데다, 꽃송이버섯의 경우 항암에 대한 효과가 인정받고 있는 만큼 개발에 관심 있는 관련 업체가 상당하다. 또한 화장품 부분은 이미 상황버섯 등 각종 버섯의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제품화한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인식이 되어 있는 상태다.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현재 백아산꽃송이버섯영농법인의 생산량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점차적으로 적정 재배사를 갖춘 다른 농가에도 배지를 분양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미 꽃송이버섯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과 소득원으로 재배하고자 하는 이들의 문의가 전국 각지에서 쇄도하는 상황. 하지만 이 기술을 이전받은 화순군에서는 영농법인이 자리하고 있는 화순군 북면을 우선으로, 점차적으로 화순군 그리고 전라남도 순으로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다. 소복이 쌓인 눈꽃처럼 희고 아름다운 외관의 꽃송이버섯. 비용과 기간, 수량 등 생산에 드는 노력을 대폭 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