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사장이 동양사학을 전공한 까닭
삼성전자 부사장 이재용-
학부 학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이다.
일반적으로 재벌회장 아들이자, 그룹 후계자라고 하면 당연히 학부 전공은 이공계열이나
공대 아니면 경영. 경제학일 것으로 여긴다.
왜, 삼성그룹 후계자가 하필이면 순수 인문학인 동양사학을 전공했을까?
꽤 오래 전부터 가져온 의문이었다.
몇 일전, 매일경제신문의 신세계 구학서 회장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 의문이 풀렸다.
동양사학과는 성적이 나빠서 선택한 전공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심오한(?) 삼성가의 뜻이 있었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구며 지난해까지 총 11년간 최 장수 유통업계 CEO직을 역임한
구학서 신세계회장.
그는 요즘 인문학 세계에 푹 빠져 있다. 재계에서 책벌레 경영인으로 정평이 난 그다.
직원에게도 자녀에게도 평소 다독을 권유한다.
구학서 회장이 인문학에 매료된 까닭은 무엇일까.
“평사원일 때는 잘 모르지만 CEO가 되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아요. 의사 결정 과정
에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점만 따져서는 안 돼요.
회사의 단기적 이익보다 주주와 사회, 종업원에 가치를 더 둬야 합니다. 고민할 때 답은
인문학에 있더군요.”
경영인의 자질로 ‘결단력’이 중요하다는 구 회장은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서 교훈을
찾는다. 성공한 임금은 그의 눈으로 봤을 때 성공한 CEO다.
구체적으로 세종대왕과 미국 독립운동의 주역 벤저민 프랭클린의 삶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세종대왕이 모함을 받은 황희 정승을 끝까지 믿은 까닭은 무엇일까.
또 덕을 중시한 프랭클린의 삶에서 사람 보는 눈과 의사 결정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역사에 몰두하면서 과거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던 사실도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학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다.
“처음에는 삼성가 어른들의 뜻이 의아했는데 역사에서 배우는 것을 중시한 것 같아요.”
유통업계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우리사회에는 조용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화점 문화센터 과목을 보면 예전에는 요리 중심인데 지금은 음악. 미술. 역사 강의가
많아요.”
그는 일본 백화점업계가 부진한 것은 물건 판매와 서비스만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국내 백화점이 오히려 일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짧은 인터뷰 기사이지만 무게 감 있고, 많은 점을 시사한다.
CEO는 사건의 단순한 현상이 아닌 '본질'을 봐야 한다.
문학이나 철학,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 세상의 근본을 보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즉, 통찰력을 갖춘 경영자는 역사. 철학. 문학에서 길을 찾는 다는 말이다.
CEO는 역사로부터 통찰과 지혜, 철학으로부터 사유와 판단, 문학으로부터 직관과 감동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 시대에 문제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유일하게 문학을 전공한 은행장,
김종열 하나지주 사장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남부자들은 자신과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했지만최근에는 자신의 지적 수준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가는
추세라고 한다.
또 각 백화점마다 교양강좌뿐만 아니라 글쓰기 강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요즘 우리 사회가 인문학 매력에 빠져 들고 있는 트렌드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무적인 현상이라 반갑다.
똘레랑스가 있는 사회,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에 기업논리를 도입하여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며 일부 인문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 시키려는 두산그룹과 중앙대-
구학서 회장의 인터뷰와 삼성가 뜻을 타산지석 삼아 재단과 학생들이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을
기대한다.
*인용:매경1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