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는 그랩 잡기도 어려웠다. 베트남 축구가 있는 날에는. 어제 캄보디아를 4:0으로 꺽고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컵 우승에 거의 다가갔다. 60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하니, 베트남에게 축구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어제 택시타고 오는 길에 다들 부부젤라 불고 다니는 베트남인을 보며 알수 있었다. 한국 사람인듯 보이면 무조건 "박항서"부터 외치며 웃는 하노이 사람들은, 마치 한국 사람에게 하는 인사말이 박항서인 것 처럼 느껴진다.
박항서는 거의 호치민급이라해도 과언이 아니게 생겼다. 축구감독이 베트남에서 한국의 위상을 엄청나게 높여놨다. 이런 것이 제대로 된 외교이고 정치이다. 축구 경기 있는 날 길거리에 걸린 태극기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하노이의 유명 레스토랑 중, 마담 히엔이 있다. 옛 스페인 대사관 건물을 리모델링한 레스토랑인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썩 괜찮다. 구글에 올린 한국인들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은데, 대부분 음식 맛이 가격대비 좋지 않고, 종업원들 서빙 태도가 서양인들과 차별한다는 내용이 많다. 어쩌다 마담 히엔에서 식사를 했는데, 내게는 훌륭한 식당이었다. 베트남 음식을 나름 재해석한 맛인데, 개성있는 맛이었다. 취향에 따라서는 별로라고 느낄 한국인이 꽤 있을 것 같으니, 인터넷에 그런 평이 올라온 것도 이해는 된다. 종업원들 서빙 태도는 훌륭했다. 손님이 필요한 것이 있는지 항상 주시하고 즉시 대처하는 모습이, 일반적 베트남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그정도 가격 가치는 충분히 하는 식당이다.
마담 히엔은 김정은이 왔을때 식사하러 올 예정이었다고 한다. (사실여부는 모르지만, 나름 베트남 고위층에서 나온 정보이니 믿을만 하지 싶다) 트럼프와 회담이 파토가 나는 바람에 어그러졌는데, 만일 김정은이 방문했으면 이 레스토랑도 대박이 났을텐데. 당시 하노이는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을 기대에 한껏 부풀었었는데, 회담이 파토나는 바람에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하노이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오바마가 먹었다는 분짜 식당은 못가봤고, 올드타운의 해산물 식당 꽌비 사이공은 트립어드바이저 평에 비해 맛은 평범한 편이었다. 수제 햄버거집 Chops의 햄버거는 꽤 맛있다. 그리고, 유명 피자집 Pizza 4p's의 피자는 상당히 훌륭하다. 피자는 훌륭한데, 파스타는 별로이니, 혹시 피자포피스에 간다면 파스타는 시키지 말기를.
서호의 저녁 노을은 운치있고, 날씨는 아름다운데, 이제 눈내리는 곳으로 돌아간다.
첫댓글 꼭 세계 여행잡지 읽는 듯한.. 글 잘 읽었어요. 왠지 하노이 가면 한번 들려야할 마음이 듭니다. sailor님께서는 특히 동남아시아 식도락(?) 컬럼리스트라 불리셔도 되실듯.. 😉
식도락가는 아니고, 마눌이 초딩입맛이라고 구박합니다. 서호 인터컨티넨탈 호텔 옆에 호주인이 운영하는 Maison de Tet Decor도 분위기 좋고 음식 맛있습니다. 기회되면 가보세요~
저리 주절이 이야기를 담백하게 하시니 다음에는 하노이도 가보아야겠네요...ㅎㅎ
망고아빠(((~우리 하노이도 탐방합시더...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