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후 두어시간이 지난 시각. 하프출전 주자들이 결승점에 속속 들어오다. 일행은 주로에 나가 100회완주자를 맞으러 발걸음을 재촉. 도착지점 1km를 지나니 성탁후배가 카메라맨을 태우고 오토바이를 앞세워 칸보이하는데 바로 뒤에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동반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 기쁨의 박수를 치며 파이팅을 외치다. 이날 풀코스를 뛴 해영선배는 풀코스완주 62회라는 저돌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칠순의 노익장을 과시.
결승점에 도착하자 마라톤대회사회자의 축하멘트가 계속 이어졌고 이어 대원들이 100회주자를 들어 올려 헹가래쳤다. 일행은 기념촬영 후 목욕탕으로 옮겨 추위에 경직된 몸과 흘린 땀을 씯고 뒷풀이 장소로 이동. 이 자리에는 가톨릭마라톤동호회 가마동회원들과 의정부마라톤동호회 토달마회원들이 축하의 자리를 함께하며 끈끈한 정을 과시.
완주의 현장을 지켜본 대선배 신좌성 고문은 붓글씨로 ‘美成在久(미성재구)’ 라고 쓴 100회 완주 기념 휘필을 담아 후배에게 전달. ‘미성재구(美成在久)’ -“아름다움을 이룸은 그것을 지켜내는 오랜 세월이 있다”는 莊子의 말씀으로 후배들을 격려.
일찍이 맹자(孟子)는 군자에게 세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했는데
맹자(孟子) ‘진심편(盡心篇)’에 나오는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이 바로 그것.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의 왕이 되는 것은 여기에 넣지 않는다
君子有三樂(군자유삼락) 而王天下不與存焉(이왕천하불여존언)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우러러봐도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득천하영재 이교육지 삼락야)
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를 통일하여 왕이 되는 것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군자유삼락 이왕천하불여존언)”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走者들이 君子처럼 보이는 것 같아
君子三樂을 走者三樂으로 고쳐 읊어본다.
走者에게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기록단축에 매달려 상처뿐인 영광이 되는 것은 여기에 넣지 않는다.
달리기에 뜻을 둔 동료들이 함께 뛰고 또 탈 없이 완주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비록 반팔셔츠에 팬츠를 입고 주로를 활보하지만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니 두 번째 즐거움,
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뜀뛰기 마당을 열어주니 세 번째 즐거움일세.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계씨(季氏)’ 편에서
우리를 이익되게 하는 세 가지 즐거움을 ‘익자삼요(益者三樂)’라 했고
우리를 망가뜨리는 세가지 즐거움을 ‘손자삼요(損者三樂)’라 하며 일깨운다.
“유익한 세 가지 즐거움 - 익자삼요(益者三樂)는,
예악을 절도에 맞게 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 낙절예악(樂節禮樂),
남의 선을 말하기를 좋아하며 - 낙도인지선(樂道人之善)
어진 벗을 많이 가지기를 좋아함 - 낙다현우(樂多賢友)이다.”
“경계해야 할 해로운 세 가지 즐거움 - 손자삼요(損者三樂>가 있으니
교만방탕의 즐거움을 좋아하고 - 낙교락(樂驕樂),
편안히 노는 즐거움을 좋아하며 - 낙일락(樂逸樂), <
잔치를 베푸는 즐거움을 좋아함 - 낙연락(樂宴樂)이다.”
사람 마음에 益者三樂(익자삼요)와 損者三樂(손자삼요)가 함께 공존하고 있으니 휘마동走者들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일은 신좌성고문의 휘필(揮筆) ‘미성재구(美成在久)’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일찌감치 품은 마라톤100회완주자 선기고문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달림이동호회의 첫 100회 완주는 마치 走者三樂속 益者三樂에 美成在久의 윈윈게임을 보는 것 같다. 아름답고 훌륭한 일은 어려워 보이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단련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라는 莊子의 가르침을 교훈삼아 損者三樂(손자삼요)를 경계하고 走者三樂속 益者三樂(익자삼요)에 美成在久의 送舊迎新(송구영신)을 기원합니다.(2007년12월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