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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몸치의 댄스일기13 (큰아이 군 입대기)
(2003.6.1.)
제목은 [연습일기]인데, 다른 내용을 올리기가 영 껄끄럽지만....
그래도 100회까지 올리겠다고 이미 공포(?)를 해버렸고. (괜히, 마음만 앞서 갖구, 방정을 떨어놔서. 속마음은 부담스럽구먼. 아코, 100회까지 쓸 건덕지나 있을지 모르겠다. 난 글쟁이도 아닌데...흑흑.)
게시판에 글 올리는 작업도 처음 생각과 달리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글타구 매번 "오늘도 땀 삘삘 흘리며 베이직 연습을 하구, 어쩌구 저쩌구... " 그것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식상할 테구.
아궁, 공연히 글 올리기 시작해서... 그것도 100회까지 올리겠다구... 이젠 정말 밑천도 다 떨어진 것 같구. 건덕지가 없는데.... 암튼, 난 촐싹거려서 되는 일이 없다니깐.
처음 시작할 때 보단 연습을 게을리 하는 건 사실이다. 글타구, 내가 벌써 댄스에 싫증을 느끼거나, 하기 싫어서는 결코 아니다. 벌어먹고 살자니 생업에도 열중해야겠고
어찌보면 댄스를 시작하고부터 일이 나도 모르게 자꾸 확장 확대되어 가는 것 같다.
운이 따라서일 수도 있지만 참으로 사람의 일이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는 걸 요즘 새삼 실감한다.
댄스를 시작하고부터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즐겁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일이 자연히 잘 되어가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고, 여유롭게 봐주는 것 같아서 전에 같으면 잘 안 풀릴 일들도 고비마다 슬슬 자연스럽게 이루져 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없고, 내가 어케 살아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바삐 생활한다.
내 나이 정도만 되어도 이제 건강관리를 아주 신경써야 할 때다. 일에 대한 욕심을 내다가 자신도 모르게 과로사로 "꼴까닥..." 해버리면 돈이 문슨 소용 있겠는가. (마누라만 좋아 하겠지만...ㅋㅋ)
자연히 댄스를 할 기회나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마음은 욕구에 불타는데.... 댄스 연습하고 싶어서.... 난, 아직 댄스를 즐길 실력도 안 되지만, 파트너와 홀딩하고 정식 댄스 하는 것보다 운동삼아 혼자서 연습하는 게 더 편하, 진정으로 즐겁다.
댄스라도 시작했기에 이렇게 피곤하고 바쁜 인생을 유지하면서도 아직은 건강에는 별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또한 댄스연습을 통해 난 건강유지를 위한 충분한 운동량이라고 확신하고, 누구한테든 장담할 수 있다.
지난 월요일(5월 26일)에 우리 큰 애기가 군에 입대를 했다.
처음에는 녀석의 여자 친구하고 그냥 가겠다고 하더니만....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제 엄마랑 나랑 같이 데려다 달라고 했다. 이유는 제 여자 친구가 혼자 돌아오기가 뭐 한 것 같다는....
그래서 우리 부부랑 그 여자애랑 함께 녀석이 타고 다니던 코란도 찦차를 타고 논산까지 내려갔다가 왔다.
친구들은 벌써 군 입대를 했거나 학교에 다니고 있어 평일 날이라 아무도 못 내려간다고 했다.
녀석은 군입대를 위해 일찌감치 올 초부터 휴학계를 내고 이때까지 집에서 빈둥대느라 피둥피둥 살만 쪄 있었다.
논산에 도착해서 부대 들어가기 전에 식당에 들리니까, 거의가 같은 입장이었다. 부모들이 입영하는 아들을 데리고 사회에서 점심이라도 먹여서 들여보내려고 식당이 붐볐다.
우리 옆자리에도 입영장정이 고기를 시켜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몹시 얼굴이 굳어 있었고, 고기도 안 먹고, 밥도 뜨는 둥 마는 둥 먹다가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안타까운지 그 애의 아빠가 아무리 권해도 결국 식사를 못했다.
나도 그 아이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근데, 우리 아이는 그런 것 아랑곳 않고, 고기도 우걱우걱 입안으로 쑤셔넣기 바빴고, 밥 한공기도 뚝딱 해치웠다.
녀석은 애기 때부터 먹는 것 하나는 탐스럽고, 복스럽게 먹기로 정평이 나 있었고, 어른들께 한 마디씩 안들은 적 없었으니까. 고놈 참, 복스럽게도 먹는다고. 우리 작은 아이도 마찬가지구. 하여튼 우리 두 아이들은 먹는 것 하나만큼은 걱정 한해도 되어서 다행이다. 너무 많이 먹으려고 해서 내가 뒷감당하기가 좀 벅찰 정도지만.
옆에 아이는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우리 아이는 잘 먹어줘서 그나마 부모된 마음이 뿌듯했다.
오히려 앞에 앉은 녀석의 여자 친구가 밥도 잘 못 먹고 시무룩해 있는 게 좀 안타까웠다.
입소식을 끝내고,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환송객들도 참여하라며 군가 [진짜 사나이]가 울려 퍼질 땐, 내가 마음속에서 이상한 게 북받쳐서. 따라 부르기는커녕 계속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워야 했다.
나 역시 25~6년 전에 논산으로 입영해서 군대 생활을 하면서 징그럽도록 불러대던 군가가 [사나이로 태여 나서 할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아니었던가.
지금 나는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댄스 하는 보람에 살아간다..]로 바꿔었지만.
어쨌든 공식행사를 마치고 이제 정말 병영으로 행군해갈 때, 그 많은 무리들 중에서도 녀석을 찾았고, 녀석도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며 웃어 주었지만... 마누라도 눈시울을 적셨고... 나도 눈물이 왈칵 치밀었다.
말이야 누구나 대한민국 남아라면 다 가야한다지만... 막상 우리 아이가 이제 들어가니까 왠지 마음이 짠했다.
무엇보다 녀석의 애인이 집합하기 직전까지 녀석에게 꼭 붙어서 우리 아이의 팔뚝이며, 손등을 쓸어보고... 어루만지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들 나름대로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사귀어오면서 우리가 보기에도 진실 되게 교제를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 좋아하는 연인을 당분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는 세계로 들여보내는 연인의 마음을 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보다 사실 난 그 녀석이 더 안 되었고 걱정스러웠다.
군 생활 후에도 지속적인 교제가 이루어지면 우리는 그들을 결혼상대로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통속적인 말로 여자 아이가 "고무신만 거꾸로 신지 않으면...." 말이다. 하지만,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것도 걱정이지만, 우리 작은 아이 말대로 "군화 바꿔 신을까"도 걱정이다.
녀석이 무리들 틈에 끼여서 손을 흔들고 어디론가 행군해 가고 난 후 환송 가족들은 동시에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저네 엄마나 여자아이보다 내가 더 마음이 아팠다. 나도 예전에 똑 같이 군대생활을 해봤으니까.
지금이야 군대가 좋아졌다지만... 군대는 군대일 뿐이다. 구타가 없고, 배고픔 같은 거야 당연히 사라졌겠지만.... 고된 훈련을 받고, 곤하게 잠들만하면 보초근무 서야 할 게고... 짜여진 일과에 기계처럼 따라야 할 테고... 무엇보다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과 격리 되어서 일정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그 구속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리 좋아진 군대라도 어쩔 수 없는 고통인 건 사실일 게다.
아장아장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가 출근할 때는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고 어디를 가든 아빠를 졸졸 따라 다니려고 했던 애기였는데.... 녀석이 벌써 청년이 되어서 앤까지 달고 와서, 군 입대를 하니까 한편으론 대견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안 좋은 건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닐까. 나만 그런 게 아니구, 거기 따라온 다른 부모들도 모두가 아들을 보내놓고 잠시 동안은 시무룩했고, 엄마들은 눈이 빨갛게들 부어 있었다.
그나마, 녀석의 여자 친구도 금방 눈물을 훔치고 바로 우리 기분을 이해해서인지 정상을 찾아주어서 다행이었다.
다른 여자애들은 노골적으로 남자친구를 들여보내면서 찔찔 홀짝거리며 울었다. 우리 아이 여친도 그럴까 걱정했다. 그러면 부모 마음이 더 안 좋을 것 아닌가.
사실 지금 오도방정을 떨고 우는 여자애들이 곧 고무신 바꿔 신을 애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이다. (..ㅋㅋ... 예전의 나의 경험에 의하면... 군입대할 때 유별 떠는 걸들이 금방 변심하더구먼...ㅎㅎ... 내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다른 전우들 보면.)
돌아오는 길에 난 두 여자의 시종 노릇하기 바빴다.
여자애도 아무래도 마음이 허전할 것 같아서 마누라도 뒷자리에 여자애랑 둘이 앉고 난 운전을 했다. 둘이서 재잘재잘 오면서 그래도 대화를 잘 해서 다행이었다.
난,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두 여자 시중드느라, 아이스크림 사오고 호두과자 사다 바치구 커피 뽑아다 나르구 오징어 사다가 찢어주고... 씨이... 저네들만 마음이 허전한가, 난 더 한데.... 그래도 같은 사나이이라고 입대한 아들 녀석을 생각해서 두 여자 다 녀석에게는 소중할 테니까. 내가 녀석 대신에 하루만이라도 하인 노릇 안 해줄 수 없는 처지였기에...
저네들은 화장실만 달랑 다녀오고... 난 양손에 이것저것 사다 바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빴지만 두 여자는 여유롭게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구. 그나마 먹은 빈 껍질이라도 저네들이 버려주면 좋을 텐데. 다 먹고 난 빈 껍질까지 다음 휴게소에서 내가 다 치워야 했구. 의리 없는 것들.
아이가 입대하던 월요일, 그날 저녁에 [디어댄스]의 [탱고초급강습]을 받는 날이었다.
난, 다른 건 몰라도 댄스강습만은 안 빠뜨리려고 무진 노력하기에 그날도 어김없이 참석했다.
글구, 더 열심히 하기로 작정했다.
왜냐, 아들이 이제 군대 가서 나라를 지켜주는데, 난 여기 남아서 댄스라도 열심히 하는 게 애국인 것 같아서이다.
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난 사회에 남아서 내 할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고거이 바로 애국 아닌가....ㅎㅎ
그날 밤 아이 녀석은 첫날밤의 군대생활에 적응하느라 "앉아! 일어서!..." 하며, 한창 사회 때를 벗느라 군기 잡히고 있을 게 뻔했지만 난 즐겁게 글구, 매우 욜심히 댄스에 열중했다.
지금 내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퉁수는 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아는 얘기임)" 거꾸로 매달아도 시간은 흘러가니까. 군대생활 아무 탈 없이 잘 하고 돌아오는 그날까지 이 애비는 열심히 댄스를 연마해서 건강도 지키고 아름다운 숙녀 분들과 댄스를 즐기고 있을 테니, 넌, 아무 걱정 말고 국방의 의무나 충실히 하려무나. (녀석, 지금쯤 엄마 아빠 생각 제 애인 생각 무지하게 날 거다...ㅋㅋ.. 지금 심정 같으면 평소에 좀 효도하고, 열심히 살걸 그랬지 하는 생각뿐이겠지...ㅎㅎ 지금은 그래봤자 고참 되고 제대하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왕년에 나도 그랬으니까...ㅋㅋ)
글구, 어제 (5월 31일 토요일) 내가 필라에서 댄스연습하고, 집에 돌아가니까, 녀석의 옷 보따리가 군사우편으로 와 있었다.
옷 보따리 받구, 저네 엄마가 울까봐 걱정했는데 말짱해서 다행이었다. 질질 짜면 나만 골치 아프니까...ㅎㅎ.. (하여튼 울 마눌은 독종이라니까. 다른 엄마들은 옷 보따리 받고 대부분 운다는데. ) 대신에 난 겉으로 막 떠벌 거렸지만 마음속으로 자꾸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표시 안내려고 참느라 무진 애썼다. (그거 표시 냈다간 마누라한테 약점 잡혀서. 맨날 자기가 울어놓고선, 누구보고 우네 안 우네 하는 거야 하며, 두고두고 씹을 테니까) 지금쯤 녀석은 뭘 할까. 훈련을 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계속 북받치는 것 같아서 난 필라로 가서 댄스 연습이나 할 생각이다. 댄스 연습할 때가 가장 잡념이 없어지고, 행복한 시간이니까.
[오늘 연습일기 아닌,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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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빅
강변마을님 아들 덕분에 우리도 두다리 쭉 뻗고 댄스(???)할 수 있겠네요. 03.06.01 22:50
하늘
우리 아들은 지난주에 전역했어요. 강변마을님 글을 읽으면서 아들 보낼 때의 마음이 다시 살아나네요. 그런데 26개월, 너무 잠깐이네요. 본인들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효자 노릇도 잠깐이고요. 우리 모두들 댄스 열심히 하며 애국 합시다. 동감입니다~~~ 03.06.02 10:05
woolly
아니 벌써 군대간 아드님이? 근데 *퉁수는 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무슨 뜻인지 궁금하네요.. 03.06.02 11:09
로라
그렇잖아도 강변마을님의 댄스일기보려구 들어왔더니...... 기대에 부응해주셔서 감사!.... 근데여~~ "파트너와 홀딩하고 정식 댄스 하는 것보다 운동 삼아 혼자서 연습하는 게 더 편하고... 진정으로 즐겁다..)"... 혹 잘 맞는 상대 만나서 한바퀴 돌아보시면 그런말씀 안하실 것인디 ㅎㅎ.....아드님의 군생활, 잘하길 바래요. 03.06.02 12:10
로라
그리고 댄스라도 열심히 하는 게 애국인 것이 맞습니다..... 체력은 국력이지 않습니까요!!! 03.06.02 12:14
산쵸
우리아들은 신발이 좋은 거라고 뺏겼다며 신발은 안 왔었는데 신발이랑 모두 왔던가요? 우리아들은 1년 남았습니다. 03.06.04 23:47
답글 강변마을
네...신발이랑 옷이랑 모두 왔어요.. 신발이 안 좋아서인가...??..ㅋㅋ 우리 아이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03.06.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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