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박명숙
6년 정도 모였던 까치 문학회 모임을 그만두고 글쓰기와 멀어 진지도 어느덧 그 해만큼 되어 버렸다. 그때는 홀시아버지와 같이 살았던 때였다. 천국 가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는 각오로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접었었다. 하지만, 시아버지께서 가시고 난 요즘도 이런저런 일로 바쁜 건 여전하다. 글쓰기와 담을 쌓고 살다 보니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고갈상태가 돼가는 줄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살았다. 글을 쓰며 생각을 안 하니 일상생활에서 자주, 쉽게 말하는 언어가 내가 표현하게 되는 전부가 되는 슬픈 일을 겪고 있다. 점점 내 언어가 가난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내 처지를 어찌 알았는지 문학을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바람을 불어 넣어서 마른 가지에 불을 활활 피워 주었다.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일상의 글쓰기' 강좌에 등록하려고 학교에 전화하던 날 괜히 떨렸다. 글쓰기에 손을 놓고 있던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긴장감에서 온 신호 같았다. 배워가며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내 안에서 꿈틀거려 그때까지만 해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교육생들의 단체카톡방에 초대가 되고 반갑다는 인사를 서로 나누게 되면서 내 무지(無知)가 드러나고 말았다. 내가 올린 첫 문자를 주고받다가 밤송이 가시에 한 방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문자에 이모티콘을 남발하며 살아왔고, 마침표와 쉼표를 사용해본 기억조차도 희미해진 나는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글을 올렸다. 지도교수님의 되돌아오는 답글은 기대를 아주 멀리 인정사정없이 날려버렸다. 길을 잃고 드넓은 사막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었다. 아마 소심한 내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그 후로 내가 앓아눕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다.
나는 무지해도 평소에 우리말과 문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족들이 띄어쓰기를 안 하거나, 줄임말이나 일본어 잔재들을 쓰면 당장 고치라고 했던 나였다. 그렇게 큰소리쳤던 나도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거다. 자신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티는 보며 지적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워 더 이상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겁많은 내게 너무 엄격하게 지도해주신 것이 놀랍기는 했어도, 그래서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옳지 않은 문법이 있을 때는 눈물을 쏙 빼게 말할 수도 있다는 첫 주 수업에서 들었던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서 떠나지 않고 윙윙 맴돈다. 내가 다른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뒤도 보지 않고 '걸음아, 날 살려다오.' 하며 도망쳤을 것이다. 그런데 탈퇴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아직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라지지 않는 욕심이 내 안에 있나 보다.
모르면 모를수록 더 물어가며 찾아가고 싶은 길이 문학의 길이다. 이유는 내 성격에 누구에게도 내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하는 울렁증이 있어서다. 이 증세는 내 어린시절부터 생겼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상하게도 글로는 말하기가 조금 더 쉽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닌데 오해할까 두렵다. 앞으로 민낯이 드러날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간다 해도 한번 부딪혀보리라. 남의 눈에 티만 보지 말고 먼저 내 눈의 들보를 뽑아내는 일부터 하련다. 문자에 이모티콘을 없애고 문장부호를 잘 사용하고, 감정과 생각을 담은 살아있는 언어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고통과 맞서가며 새로운 글을 발견하는 기쁨이 내게도 오면 좋겠다.
오늘도 난 이모티콘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첫댓글 저희도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 그렇게 지도해 주시니 발전이 있구요. 글쓰기에 열정이 있으신 걸 보니 충분히 이겨낼 것 같습니다.
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쓰기반에 잘 오셨습니다. 응원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이 방의 2/3는 벌써 몇 년째 이 수업을 들어서 학사도 지나 석사, 박사까지도 있답니다.
매력이 있으니 이렇게 장기 출석 하는 것이겠지요?
어렵지만 배워 가는 게 많은 수업이랍니다.
자기도 모르게 훌쩍 성장한 내 모습을 발견할 때는 무지 기쁘지요.
글쓰기, 정말 필요한 공부입니다.
선생님, 처음 뵙지만 우리 언니와 이름이 같아서 친근합니다.
6년이나 문학회에서 활동하셨다니 글쓰기 선배이네요. 기대됩니다. 함께 공부하며 더 좋은 글 써 보시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