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무도장에서 생긴 일
(2006. 12. 31. 일)
요즘 자이브 배우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원에서는 겨우 맞춰 나가는데 선생님 말고 다른 여성을 간혹 잡아보면 리드가 안 된다. 스텝도 까먹고 음악 박자도 안 맞고 정말 마음이 답답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룸바와 자이브를 익히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예전 같았으면 또 변덕을 부려서 이미 중도 포기할 때도 되었다.
룸바는 루틴을 거의 훑었다.
자이브도 근근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선생님께서 이제 자꾸 많이 잡아보고 실전에서 놀아봐야 숙달이 될 거라고 하셨다.
우리 학원에는 시간 맞춰서 나하고 잡을 여성분도 못 찾겠다.
인터넷에다 온 세상에 광고를 했더니 몇 분이 연락이 와서 무도장에서 만나서 한 번 잡아 보려고 약속을 했다.
우리 동네도 아닌 곳을 그 멀리 물어 물어서 찾아가서 숙녀 분을 모시고 무도장에 들어갔다.
함 잡아주기를 기다렸더니 옷 갈아입고 오는 사이에 다른 ㄴ과 신나게 놀고 있었다.
기다려도 안 나오고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너무나 재미있게 놀기에 자리를 잠깐 피해주었다.
한참 후에 돌아와 보니 식당에서 두 사람이 음료수를 마시며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황당해서 그냥 나는 나와 버렸다.
정말 댄스 하시는 분들이 모두 그렇지 않겠지만 실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길로 인터넷에 올렸던 광고는 지워버렸다.
그렇게 다른 분과 할 것 같으면 나를 왜 불러냈는지 아직도 아리송하기만하다.
잡아줄 테니 나오라고 하고선...
물론 내가 활동하는 카페에다 낸 광고를 보고 온 여성이니까 그 카페의 회원님인 건 분명할 테고...
위의 일은 어제 있었던 실제 사건이었다.
요즘 난 누가 자이브와 룸바를 잡아주겠다면 어디든지 달려가고픈 심정이다.
그런 찰나에 오늘은 예전에 함께 모던댄스를 했던 강사 한 분이 자기가 지도하는 학생들과 송년회 겸 무도장에서 실습을 하는데 구경 오려면 오라고 해서 망설임 없이 부리나케 분당 야탑역으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함께 모던댄스를 공부했던 강사 분들의 동기생들이 많았다.
그들은 라틴은 초고수들이었다.
하지만 모던 댄스반에서는 나보다 더 버벅거렸는데 무도장에서 학생들 잡아주는 걸 보면 입이 벌어지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늘 나를 부른 분은 여성분이었는데 남자 학생들한테는 여자 역할을 해주고 여자 학생들한테는 남자 역할로 리드를 했다.
정말 멋드러지게 잘 했다.
내가 무도장 세계가 너무 생소하다는 걸 알고서 일부러 구경시켜 주려고 불렀다고 했다.
그 분이 자기가 지도한 여성 한 분에게 나를 잡아주라고 했다.
예쁘고 화려한 댄스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분이었다.
룸바는 그런대로 했는데 자이브는 역시나 버벅대고 중간에 끊기고 리드가 안 되어서 서 버렸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혼났다.
여성분의 인상이 구겨지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데 시작하는 박자도 못 맞춰서 여성분이 입으로 카운트를 해주었다.
내가 미쵸~~!
이런 꼴 날 줄 알았지만 무도장에서 낯선 여성과 처음으로 잡아본 역사적인 순간이 이렇게 구겨질 줄이야.
음악이 끝나자 여성분은 홱 자리로 갔다.
나도 어정쩡하고 멋쩍게 따라 들어와서 근처에 앉아 있었다.
트롯 음악이 나오니까 다들 왈츠를 추었다.
난 그 여성분한테 미안해서 그래도 왈츠는 자이브 보다는 덜 버벅댈 것 같아서 함 해보자고 요청했다.
물론 왈츠도 트롯 음악에 무도장에서 실전은 아직 안 치러봤지만 그래도 음악을 늘려서 해나가면 어떻게든 루틴 없이도 파티에서처럼 즉흥적인 베이직 루틴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여성분은 단호하게 거절해버렸다.
"해도 너무 못해서 하기 싫어요."하면서.
자이브를 너무 헤매버려서 죄 없는 왈츠까지 도매금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오 마이 갓!
나의 공든 탑 왈츠도 한 순간에 짓밟혀 버린 이 비극!
모던댄스를 오래 하신 여성분들도 나하고 왈츠나 탱고 등 모던 댄스 계통을 잡는 걸 좋아하는데 강호무림에서는 그게 안통하고 한 순간에 케이오 패로 넉다운 되고 말았다.
써먹지도 못할 무공을 연마해서 무엇 하랴.
난 결심했다.
그래, 당분간 모던댄스 안한다. 왈츠도 안한다.
자이브만 할거다.
이제부터 모던댄스에 쏟아 부었던 그 열정들을 자이브에 한 번 쏟아 부어서 나도 무도장에서 방방 날라 다니는 너희들처럼 한 번 놀아봐야겠다.
그 생각을 하면서 돌아서야했다.
나를 부른 그 여강사님은 자기 학생들 챙기느라 난 한 번도 안 잡아주었다.
속으론 엄청 야속하고 얄미웠다.
이런 무안만 당하게 하고 안 잡아주려면 왜 불러냈느냐고.
그냥 무도장 문을 나서는 나를 뒤따라 와서 한다는 말이 이렇게 실전에서 경험하고 부딪쳐봐야지 놀 수 있단다.
파티 같은 곳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소용 없다나.
무도장에서는 여자들이 자이브 못하면 상대 안하니까 그런 말만 하고서.
치이~~!
누가 모르나.
이것저것 다 하려니 시간이 모자라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모던댄스 하기에도 벅찼는데 언제 그런 걸 할 기회가 있었어야지.
그래도 파티에서는 라틴 못해도 모던댄스만 해도 대우 받았는데.
하지만 이제부터는 동네 무도장에서 철판 깔고 시간나면 출근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동네 무도장에서 자이브만 연습해야겠다.
여성분한테 뺀지를 맞든 말든 함 해봐야겠다.
아, 자이브 땜에 정말 스트레스 받는다.
댓글
새초록 06.12.31 22:14 첫댓글
청노루님은 잘 해 내실 것 같아요. 왈츠의 그 열정이시라면 자이브 금방 고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의 그 맘 그 열정으로 새해엔 라틴도 고수의 반열에 서서 즐거운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복되고 만사형통하는 해 되시고요.^^*
쟁 이 06.12.31 22:25
ㅎㅎㅎㅎㅎㅎㅎ님아 님아 님이시여. 팽이는 팽이채로 치면 칠수록 잘 돌고 춤이란 건 뺀찌를 맞고 나면 창피하고 서럽지. 많은 뺀찌를 맞을수록 이를 악물고 연습에 연습을 하여서 보란 듯이 고수로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검니다. ㅎㅎㅎ 쟁이가 대한민국에서는 뺀찌의 왕일검니다. ㅎㅎㅎㅎ 한참 연습할 적에는 하루에 약 20 번은 뺀찌도 맞엇지요. 그 덕분으로 사교를 배운지 4 개월만에 고수라고 합디다. 1 년도 안 되여서 쟁이의 춤추는 걸 구경하던 분들이 춤이 끝나고 나올 때 박수를 쳐주는대 얼마나 기뿌던지 말로는 이야기를 못함니다. 그 기뿜을 그 바람에 더욱더 춤을 연구를 하다보니까 약 3 년이 안 되여서 박수를 3 번을 받았슴니다.
쟁 이06.12.31 22:30
갗이 박수를 받은 여자분이 이슬이를 쏘는대 아주 멎지게도 쏘더이다 ㅎㅎㅎㅎ그~~~또한 즐겁더이다 그후로는 전국을 다니면서 남이 멋진 스뎁을 하면은 그걸 나의 스뎁에다가 끼워넣어서 나많의 스뎁으로 만들었지요 이건 완전히 춤귀신이 씨워져야 함니다
겨울나그네 06.12.31 22:31
같은 고민이시네요....저도 왈츠배우는데 신경쓰다보면 쟈이브 스텝을 잊어 먹어버려서리 아주 곤욕입니다요....
신비에나 07.01.01 15:40
왜? 그렇죠??? 왈츠와 쟈이브 스텝은 엄연히 틀린데 왜 잃어버리죠! 학교 다닐때 국어 공부 산수 공부 여러가지 공부 하잖아요! 근데 안헷갈리잖아요! 근데 왜 그렇지?? 댄스라 틀린가??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댄스에 여유가 없고 완벽하게 안 배워서 그렇다고 봅니다. 노력 하시면 될거예요! 열심히 하세요! 화이팅!아자 아자!
미류 06.12.31 22:51
ㅋㅋㅋㅋㅋ 저두 자이브 2달 배우고 지금 룸바 왈츠 같이 배우고 있거든요 아직 나가서 하지는 않구 학원에서 학생들과 같이하는 정도인데 언제 실전에 나가서 딱지 맞을런지......걱정이 태산입니다. ㅋㅋㅋㅋㅋ
실크로~드 06.12.31 23:52
배운거와 실전에서의 응용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학원에서와 전국 어느 무도장에서 자유롭게 어느 여성하고도 출 수 있는 거 하고도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학원에서 마스터 했으면 이제 겨우 20%로 정도 배웠다고 해야 할까요. 아마 세계적인 왈츠 선수도 구로 공단 무도장 같은 복잡한 무도장에서 아무 여성이나 잡고 추라면 분명히 버벅 거릴겁니다. 저 역시 처음 자이브 배우고 공단 무도장 갔다가 발자욱도 못 띠고 그냥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왈츠도 그랬고요.학원에서 배운것 이상으로 현장 경험이 풍부해야 합니다. 제가 전에 목검을 들고 전쟁터에 나섰다간 바로 죽움이라고 글을 올린적이 있는데, 학원에서 잘 되는 것 믿을게 못 됩니다.
신비에나 07.01.01 15:46
마자요! ㅎㅎ 학원에서 배우는것 실전(무도장) 에선 잘 안되죠! 고로 빠대고 놀아야 한다. 그러나 내 몸에 완전히 익숙해질때 까진 아무리 빠댄다 해도 안데구요! 어느정도 되었을때 그때 실전에 나가서 하세요! 만일 그림만 그리고 (마스트)했다하여 무도장가시면 그나마 어렵께배운것도 하루 아침에 다버립니다. 몸세우는데 3달걸리면 무도장가서 잘못하면 3시간도 안되서 몸은 무너지죠! 몸에 익숙해지고 이쯤이면 지도자가 나가 놀아도 조금은 될것 같다 할때 그때 가셔서 무조건 빠대고 놀으세요 ㅎㅎㅎ그때가서 노셔도 늦지 안아요!성급하면 안되는겁니다.
신비에나 07.01.01 00:48
ㅎㅎㅎ이~궁 광고 보고 불러낸 여성분 넘했다. 매너가 없네 앞으로 그런 여성분하곤 놀지마요! 잘할수록 사람은 겸손해야 하는데 이상 하게 댄스 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더 잘났다고 하니 좀 겸솜 할줄도 알고 그래야지... 본인도 배울때 (초보)때 생각해서 그러면 안되는데...님이 누군지 모르나 담에 기회되서 보게 되믄 저한테 잡아달라고 하세요! 전 신비에나 입니다.
조아 07.01.01 10:53
신비에나 사부님, 인천 송년모임때도 오셔서 많은 회원분들을 잡아 주시더군요. 월곳으로 오셨다니 그 곳에서 가까운 부천 코모도에서 하는 11일날 서부모임에 오셔서 회원분들 많이 잡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부지역장, 조아입니다.
신비에나 07.01.01 15:37
아직은 이사 안했어요 1월10일 안으로 이사할예정입니다. 구지 바쁘지 안다면 님들 손맛보러 한번 가겠습니다. 이사 문제로 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가는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아마 저녁시간에 모임있죠?
재야고수 07.01.01 01:03
기운내시고 힘차게 열심히 하십시요...........머지않아 좋은 소식 기대 할께요????
앙마 07.01.01 08:10
님의 왈츠 일기를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던 사람임다. 조만간 자이브, 룸바에 얽힌 일기가 기대됨다. 분명 멋진 고수 한 분이 탄생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슴다. 홧팅~!!
청풍 07.01.01 08:46
그래도 용감하십니다. 전 겁나서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쟁 이 07.01.01 10:43
청노루님 새해 아침부터 기분이 조으시겟슴니다 신비에나님이 만나면은 잡아드린다니 얼마나 조으신가요 신비에나님은 시범댄스 동영상을 보시면은 아시겠지많은 진정한 춤의 달인이심니다 재일로 멋진 댄스를 하시거던요 ㅎㅎㅎㅎㅎ 쟁이는 줄서도 안될껀댕 님이 부럽슴니다
조아 07.01.01 10:46
길이 있을겁니다.
마에스트로 07.01.01 12:02
쉬운 댄스가 자이브인것 같습니다. 뭐든 해야합죠...
칼리지 07.01.01 12:05
ㅎㅎㅎ 욜심히 하셔서 고수로 거듭나시기를~~~~~
하은이 07.01.01 13:38
청노루님~~~화이팅임다 열심히 하세요..누구나 한번씩 경험 하지않아을까 생각이 듭니다 라틴이 무엇인지...?
초이란* 07.01.02 07:30
베이직만 갖춰지면...자이브 쉬워요...자주 하는수 밖에 없어요...화이팅~`
아이런티07.01.02 11:45
왈츠시작하실 때 그 노력, 열정이시면 무엇을 못하시겠어요... 새해 좋은 결과있으시길...
미지 07.01.02 18:43
지키지못할 약속은 안하느니 못한 것인데 연말에 너무도 기분이 상하셨겠네요. 새해에 더욱 힘을 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