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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
산후우울증은 일시적인 모성우울감과는 달리 위험한 상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은 전체 산모의 약 10~22%에서 나타나며, 대표적인 증상은 불면증, 불안, 우울한 감정, 피로감, 죄책감, 집중력 저하입니다. 산후우울증의 증상은 출산 후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출산 후 6주에 이르기까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데 길게는 출산 후 1년까지 발병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불안감과 우울한 감정은 자신이 낳은 아기와 관련되어 나타납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우울한 감정에 아기에 느끼는 이유 없는 죄의식이 더해져서 몹시 고통스럽기도 합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산모는 자기 스스로를 ‘못된 엄마’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고통을 남에게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은 산모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행복할 거라고 믿고 있으나 정작 나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이 산모를 더욱 괴롭게 만들고 이런 과정 속에서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오히려 아기를 지나치게 올바른 방법으로 돌보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산후우울증의 증상
ㆍ초조, 불안, 예민해진다.
ㆍ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자꾸 울게 된다.
ㆍ집중력이 떨어진다.
ㆍ쉽게 지치고 항상 피곤하다.
ㆍ식욕이 없다.
ㆍ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ㆍ자해할 생각이 든다.
1. 원인
사람 몸의 기운은 가슴에서 손으로, 손에서 머리로, 그리고 머리에서 발로, 발에서 다시 가슴으로 흐르는 ‘기가 순환하는 통로’를 따라 움직입니다. 이것을 바로 경락이라고 합니다. 흔히 경락 다이어트니 경락 마사지니 하는 것도 이러한 한의학적 기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이러한 기의 흐름이 정체되거나 막히면 기울(기가 흐르거나 퍼지지 못하고 울체되는 것)이 발생하고 그 결과 우울증 증상이 나타납니다.
출산 후는 기혈(氣血)이 많이 부족해진 시기로, 어혈(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서 피가 뭉쳐져 있는 상태)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건강 상태가 매우 허약해졌기 때문에 찬 기운, 감정, 음식, 성생활로 인해서 체력이 쉽게 손상되는 시기이기도 해요. 기(氣)와 혈(血)이 부족하고 잘 소통되지 않으니 기가 울체(鬱滯)되고 쉽게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우울증을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처럼 기분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봅니다. 출산을 전후하여 산모는 한 사람의 여성에서 아기의 어머니로 그 역할이 변하게 되지요. 신체적으로도 호르몬의 변화가 많이 나타나,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코티졸, 갑상선 호르몬 수치도 낮아집니다. 또한 산후에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매력이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과 스트레스, 남편이나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관심과 보살핌의 부족 때문에 우울증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은 대개 출산 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하는데, 가장 발생률이 높은 때는 다음의 두 가지 경우입니다.
하나는 병원에서 막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시기로서, 이때에는 병원의 안정된 환경에서 벗어나 주부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퇴원하고 나서 2~3주가 지나서입니다.
이때부터는 여러 친지들과 주변 사람들이 보여 주던 특별한 관심과 도움이 시들해져서 우울증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ㆍ나는 가치 없는 인간이야.
ㆍ나는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어.
ㆍ다른 엄마들은 모두들 나보다 잘해 나가는데···.
ㆍ예쁜 아기를 낳아 놓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정말 못된 엄마야.
ㆍ남편, 가족에게 나는 짐이 되는 존재야.
ㆍ모두들 아기에게만 관심을 갖고, 나의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
3. 치료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을 빨리 알아차리고 늦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정신적인 우울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신체적인 불편함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칠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임신부의 15~20%가 치료를 요하는 정신 건강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치료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주변에 알리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모성우울감은 매우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으로 이러한 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거나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굳이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에, 산후우울증의 증상이 나타나면 남편과 가족들이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산모의 노력은 물론, 주위의 이해와 도움이 매우 중요하고 약물 치료나 심리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상담이 매우 도움이 됩니다.
산모는 산후에 나타날 수 있는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 미리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산후 초기에 가벼운 우울감이 든다면 ‘지금의 느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으면 반드시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늦기 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예로부터 출산 후 두 달간은 힘든 일과 성생활을 자제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시기로 삼았습니다.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화를 내는 감정의 변화는 외부의 나쁜 기운으로 인해 몸이 손상되는 것보다 더욱 해롭다고도 하지요. 이 시기에는 질병에 노출되기도 쉽고, 질병을 치료하기도 매우 어려우니, 특히 감정 상태를 잘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산후우울증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치료합니다.
첫째, 출산 과정에서 출혈과 기운의 소모가 과도한 경우인데, 이때는 기혈(氣血)의 허약을 보충해 줍니다.
둘째, 산후에 어혈이 충분히 배출되지 못한 경우로, 이때는 나쁜 피가 쉽게 몸 바깥으로 배출되도록 돕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산후우울증이 마음의 병이라고는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과 숙면을 취하도록 하세요. 또한 가벼운 요가나 체조, 심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면 우울증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한방에서는 산후우울증의 원인을 기혈허약(氣血虛弱), 기체혈어(氣滯血瘀) 등으로 분류하여 기혈을 보하거나 기의 순행을 돕고 어혈을 푸는 방법을 통해 치료합니다. 또한 예로부터 한의학 고전에 기재되어 치료에 활용되어 왔던 지언고론요법(至言高論療法),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 오지상승치료법(五志相勝治療法) 등의 한방 정신 요법을 사용하여 상담 치료를 합니다.
하지만 증세가 심한 경우는 신경정신과 약물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신경정신과 약물 중에서 항우울제는 2~6주의 시간이 경과해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섣불리 약을 중단하지 말고 전문의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산후 불면증을 날리자!
우울증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불면증이다. 불면증이 계속되면 피로가 누적되고 짜증도 쉽게 난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다음의 방법을 통해 산후 불면증을 극복해 보자.
ㆍ잠들기 전에 우유 마시기
ㆍ규칙적인 기상 시간을 정해 수면 리듬 맞추기
ㆍ아로마 오일을 배갯잇에 한 방울 떨어뜨리기
산후우울증 환자 가족의 역할
가족들이 해야 하는 것들
ㆍ긍정적인 태도로 대할 것
ㆍ환자의 고통을 믿어 줄 것
ㆍ환자의 말에 귀 기울일 것
ㆍ모든 것을 해결해 주려 하지 말고, 옆에서 도울 것
ㆍ끊임없이 격려할 것
ㆍ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말 것
가족들이 해서는 안 되는 말들
ㆍ노력 좀 해 봐라.
ㆍ정신 좀 차려라.
ㆍ모든 건 네 의지에 달려 있어.
ㆍ네가 노력을 해야 나도 널 도와주지.
ㆍ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해라.
ㆍ도대체 널 이해할 수가 없다.
ㆍ사고방식을 좀 바꿔 봐.
5. 예방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종교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적다고 합니다. 또한 마음챙김명상(위빠사나)이나 초월명상 등의 명상은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울증 상태에 접어들었다면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울체된 기운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특히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과 걷기 운동이 바람직하며, 요가와 아로마 요법 등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요가의 경우 특히 코브라 자세가 효과적이며, 아로마 요법에는 다양한 약물이 이용됩니다.
① 배를 대고 엎드려서 팔꿈치를 몸 옆에 붙여 구부리고 손바닥을 바닥에 댄다.
② 숨을 마시면서, 천천히 머리와 어깨와 가슴을 들어 올린다.
③ 숨을 내쉬면서 가능한 멀리 고개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편다. 고르게 숨 쉬며 10~20초 동안 그대로 있는다.
④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하고 숨을 고른다.
⑤ 팔꿈치를 구부리면서 가슴을 먼저 바닥에 대고 이마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천천히 몸을 내려놓는다.
⑥ 엎드린 휴식 자세로 이완한다.
[check!]
* 가슴을 들어 올릴 때는 등 근육만 사용하며 두 다리는 서로 붙인 채 힘을 뺀다.
* 몸을 바닥에서 밀어내기 위해 손이나 팔을 사용하지 말고, 팔과 손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만 쓴다.
① 라벤더, 제라늄, 캐모마일을 2:2:1의 비율로 베이스오일과 섞어 어깨와 등을 마사지한다. 그밖에 클라리세이지, 제라늄, 로즈, 샌들우드, 일랑일랑을 목욕제로 사용하거나 흡입하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
② 우울증에 가장 유효한 아로마는 세인트 존스워트(St. John’s wort)로 알려져 있다. 이는 천연 항우울약으로서 부작용이 거의 없다. 우울증과 연관된 불안, 스트레스, 월경전증후군 등에도 사용하며, 숙면에 도움을 주고 특히 피곤하고 기운이 빠지는 듯한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
누구에게나 위험성은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람은 좀더 위험하다. 평소 우울증을 앓았거나 임신 중에 우울을 경험한 경우, 생리전증후군이 심했던 경우, 부부관계가 안 좋은 경우, 임신 중이나 출산을 전후해 환경에 변화가 있었던 경우, 아기의 외모와 성별이 기대와 어긋난 경우,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인 성격,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 다른 사람의 판단에 민감한 성격, 세심하면서도 완벽한 성격인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6. 알아야 할 것들
의사는 당신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니, 이야기를 가려서 할 필요가 없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고,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다.
언뜻 보기에는 사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모두 이야기한다. 현재의 증상뿐만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증상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기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반드시 산후우울증을 겪어 본 사람의 경험담을 들어 보자.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여러 가지 변화는 산모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심지어 기쁨의 감정도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으니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산후에는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또한 남편에게 가사분담을 요구하고, 아기 돌보는 일을 함께 한다. 가끔은 남편과 단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가족들에게 당당히 부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기 돌보기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하더라도 산후우울증 환자들의 고통은 너무도 생생한 현실이며, 환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힘든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아내가 병원에 가도록 설득하고, 반드시 함께 가도록 한다. 그리고 남편으로서 자신의 건강과 우울한 정도도 점검해 보는 것도 좋다.
왜 우울증을 가리켜 마음의 ‘감기’라고 말할까? 누구든지 살아가는 동안에 적어도 한 번은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우울증도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평생 앓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생각 속에 허우적대고 있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어느 때가 되면 “내가 그런 적이 있었지··· 그런데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라고 생각할 날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감기 정도로 끝날 일을 암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그렇다. 가족에게 상의하고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는 일을, 혼자 짊어지고 혼자 해결하려 한다면 감기를 조금씩 암으로 만들어 가는 것과 같다.
어쩌면 산후우울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단지 세 가지의 일만 하면 된다.
하나, 나에게 이런 문제가 있는지 살펴본다.
둘, 조그만 문제라도 주변 사람(혹은 전문가)에게 털어놓는다.
셋,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산후우울증 환자들은 이런 간단한 과정조차 힘들어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어느 순간이 지나면 환자는 자기 힘으로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그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상의해야 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아 본 사람은 우울증을 ‘교묘한 덫’과 같다고 말하곤 한다.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온갖 방법을 써서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더 고통은 심해지고 힘이 빠져서 결국엔 절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과연 그 덫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에 대한 일그러진 환상’이다. 이렇듯 엄청난 고통이 ‘나만의 고독’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모든 우울증 환자가 공통적으로 빠져 있는 덫에 불과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자. 나의 감정을 실어서 바라보는 세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나를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