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 Top-tier 사업단장 신택수
전 세계 기초과학 연구는 점점 더 정밀하고 깊이 있는 탐구로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희귀 동위원소 연구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고, 의·생명과 반도체 소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연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선도할 중이온가속기 RAON(라온)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독창적인 가속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기초과학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중요한 연구시설이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전경
세계 유일의 하이브리드 중이온가속기 RAON
RAON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중심 연구시설로, 대전과 세종에 걸쳐 조성된 신동지구에 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첨단 기초과학 연구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RAON이 특별한 이유는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고 가속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이다.
해외의 대표적인 중이온가속기들이 특정 방식(ISOL 또는 IF)에 의존하는 반면, RAON은 ISOL(Isotope Separation On-Line)과 IF(In-Flight Fragmentation) 방식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가속기로, 훨씬 희귀한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연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가속기에서는 실험할 수 없었던 극한 영역의 희귀 동위원소를 연구할 수 있으며, 1~200MeV/u까지 넓은 영역의 빔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 연구 활용성이 극대화된다. 또한, RAON의 ISOL 방식은 유럽 CERN-ISOLDE, 캐나다 TRIUMF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그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RAON이 제공하는 희귀 동위원소 빔은 우주 원소의 기원 연구뿐만 아니라, 신소재 개발, 반도체 성능 평가, 의·생명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희귀 동위원소는 반도체 내 불순물 제어 연구, 차세대 배터리 개발, 항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 등 산업과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극한 조건에서 물질 특성을 연구하는 데 활용되며, 미래 첨단 소재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가속장치(SCL3)
현재 RAON에서는 저에너지 가속구간에서의 실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 2023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희귀 동위원소 생성에 성공하였으며, 5월에는 저에너지 구간에서 알곤(Ar) 이온 빔을 빛의 속도의 20%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하였을 뿐 아니라, 2024년에는 희귀 동위원소 가속 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이처럼 RAON은 희귀 동위원소 과학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며,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RAON은 현재 고에너지 가속구간 구축을 위한 선행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고에너지 구간이 완성되면, 일본의 RIBF, 미국의 FRIB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첨단 중이온가속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ISOL과 IF 방식을 결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기존 가속기에서 생성할 수 없었던 극한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최초 빔 인출
극한 희귀동위원소 연구를 위한 국제협력 플랫폼, Top-Tier
RAON은 단순한 국내 연구시설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 협력의 허브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일본의 대표적인 희귀 동위원소 연구시설인 RIKEN RIBF와 협력하여 ‘극한 희귀 동위원소 과학 국제 협력 플랫폼(Top-Tier)’을 구축하고 있다.
Top-Tier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시설을 활용하여 국제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 RIKEN RIBF 및 기타 글로벌 연구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RAON을 활용한 희귀 동위원소 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차별화된 연구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연구 인프라 및 인력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다. 신진 연구자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여 해외 연구진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희귀 동위원소 과학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RAON을 글로벌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극한 희귀 동위원소 과학 국제 협력 사업단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한 연구 지원 인프라를 조성하며, 중이온가속기를 글로벌 기초연구 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RAON과 Top-Tier 협력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은 희귀 동위원소 연구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구시설의 의미를 넘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인류가 풀어야 할 궁극적인 과학적 질문에 도전하는 장이 될 것이다.
한-일 희귀동위원소과학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
대한민국 기초과학의 새로운 요람, RAON
RAON이 위치한 신동지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었으나, 이제는 국제 과학 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단지로 성장하고 있다. 최첨단 연구시설을 갖춘 RAON은 기초과학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며, 세계적인 연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RAON의 문은 과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과정은 과학자들에게도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장면이며, 최첨단 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감동을 직접 경험할 기회다. 특히, Top-Tier를 통한 국제 협력과 연구 성과들은 RAON이 단순한 국내 연구시설을 넘어 세계적인 연구 허브로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세계 기초과학 연구의 중심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RAON은 앞으로도 전 세계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희귀 동위원소 과학의 최전선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지속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세계를 선도할 미래, RAON과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필자 소개
미국 MIT 물리학 박사
중이온가속기연구소 Top-tier 사업단장
前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실험장치부장
前 유럽 CERN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