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문학의 밤 - 94년

[Tiger Song]

차   례


1.  주제시 - 소라껍질속의 詩      
2     시   - 나무의 마음 -102를 위하여     18기(32회) 원재훈
3.    시   - 겨울굴뚝                      19기(33회) 권대웅
4.    시   - 근황 1                        19기(33회) 이희주
5.    시   - 사이                          20기(34회) 백상열
6.    시   - ‘삐꺽거리기’                  22기(36회) 김홍렬
7.    시   - 편지 4                        26기(40회) 김경수
8.    시   - 아프리카에서 보내 온 외신     26기(40회) 여병구
9.    시   - 겨울 반성문 2                 27기(41회) 이충렬
10.   시   - 강물편지 25 -재               28기(42회) 류제연
11.   시   - 이슬                          31기(45회) 송도현
12.   시   - 절망에 관한 보고서            33기(III)  손영규   
13.   시   - 서울가 181818                 33기(III)  손영규
14.   시   - 高3記                         33기(III)  김창환
15.   시   - 十月의 詩                     33기(III)  김창환
16.   시   - 별에 대한 허튼소리            33기(III)  배수민
17.   시   - 모닥불                        33기(III)  배수민
18.   시   - 10월의 거리                   34기(II)   임재용
19.   시   - 바위의 꿈                     34기(II)   임재용
20.   시   - 모습 찾기                     34기(II)   임재용
21.   시   - 가을 버스                     34기(II)   이재훈
22.   시   - 바람 滯留記                   34기(II)   이재훈
23.   시   - 무죄를 위하여                 34기(II)   이재훈
24.   시   - 10월                          34기(II)   노영탁
25.   시   - 바다                          34기(II)   노영탁
26.   시   - 막장인생                      35기(I)    이영균
27.   시   - 하루일기                      35기(I)    김태현
28.   시   - 우리에게 손짓하는 꽃          35기(I)    조정준
29. 연합시 - 현상공모                               문학반원



<초대시>  
   소라껍질속의 詩


우리가 묻혀있는 모래밭은 태양이 뜨는 곳
위대한 세계속으로의 합류
파도의 손짓에 밀려난 우리들은
어린아이의 귀와 입맞추며 위로받는다

작지만 비굴하지않게 속살거리지
우리 가슴에 품은 바다의 역사는
소라껍질속에서 들려온다
 
소라껍질속에는 시가 있다.
그 시 안에는 전설이 있다
소년들의 쓰러지지 않는 노래에 대한 옛 이야기
 
지금,
잠자는 바다를 꿈꾸는 우리는
태양이 뜨는 모래위에서 시를 쓴다
하지만 소라껍질속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잠자는 바다를 꿈꾸므로 안으로만 안으로만
소리치고 있었다, 자신에게????

우리가 묻혀 있는 모래밭은 태양이 지는 곳
그러나,
전설로만 여겨지는 소리의 자취가 아닌
지금,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
나무의 마음
-102를 위하여

                              18기(33회) 원재훈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기 위하여
그 밑에 한 없이 깊은 흙의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을 헤아리며 뿌리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 밑으로 흘러 흘러 가는 수맥들,
그 심장의 박동 소리로 살아가는 더 많은 미생물의 물방울들
서로 서로 몸을 합쳐서 겨우 나뭇잎 한장의
푸르름을 견디게 하는 것인데
이유없이 몸이 아픈
어떤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뚝
떨어뜨린다고 해서 죽이네 살리네 악을 쓰지 않는
저 아주 고요한 삶
내가 아주 사랑하는 삶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은 삶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기 위하여
그 위로 감히 쳐다보기 어려운 하늘의 마음이 있어
그 마음을 싣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지상을 풍요롭게 하는 저 구름의 몸을 보면
나뭇가지가 뻗어올라 만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나무아래서 나뭇가지가 구름을 애무하는
그것은 당신의 젓가슴,
당신의 다리 사이 아주 깊은 더 깊은 그 곳의 生命

나뭇잎 한장이 온 하늘을 다 가려버릴 수 있을까
눈을 감고
뚝
뚝
떨어지는 나뭇잎을 만지면
이게 아마 하늘의 질감일거야?
바삭하고 구겨지는 마른 나뭇잎같은 시간에
애태웠던 그리움은 이제 한 켜로 쌓이겠지
그렇게 그 첩첩한 나무의 마음을 헤아리며
눈이 내리고
비를 내리는
서로 스미려하고 스며드는 저 삶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은 삶
내가 아주 사랑하는 삶

시
겨울 굴뚝

                               19기(33회) 권대웅

모란시장에 들러 잔술을 마셨습니다
오후내내 내리던 눈이 진눈깨비로 바뀌어
시장바닥 여기저기 가난한 속옷처럼 쌓이고
소도시에서 보내는 겨울은 밑불없는 불씨같아
돌아오는 길에 축대밑에서 두번씩이나 미끄러졌습니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 언덕위로
지게꾼처럼 느릿느릿 저녁이 오고있습니다.
그러고보면 희망이란 얼마나 큰 고통인지
집집마다 켜 놓은 알전등에 눈물꽃 피는 저녁
기차 소리인지 먼 기억의 소리인지
전깃줄 위 소리의 적막에 놀라 날아가는 새 한마리 쫓아
오늘도 굴뚝에 헛연기를 피워
하늘로 뛰웁니다.



시
근황.1

                               19기(33회) 이희주

밝지 않다 어제는 비가 내렸고
내일은 안개가 끼일 것이다
하늘 맑아도 나는 흐리고
흙먼지 날리는 외지의 낯선 곳에서
1박의 애인과 결별하고 돌아오는 새벽
술기운처럼 강물은 흙탕물이 되어
흐린 내 눈속으로 흘러든다
결별보다 더 지독한 신음
정녕 쓸 수 없는 것일까
물안개 자욱한 외지의 낯선 곳
한 여자를 버리고 버림받고 돌아오는 길
나무들은 直立으로 서서
살아온 새월을 조망해 보고
새들은 하늘을 날아
자신의 지평을 넓힌다
내가 내뿜는 담배 연기사이로
이미 내 귀는 흐려 있고 사색은 끝났으니
마지막 결별의 언어로
요즈음 나는 맑지 않다



시
사이

                               34회(20기) 백상열

한 곳에 머물러 있을수록
감정의 뿌리는 더욱
큰 무게를 갖는다.
한 곳을 버리고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대기속에서 녹는
마음의 혼란
슬픔마저 가볍게 풀어버리는
세월의 무중력상태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투명함



시
“삐꺽거리기”

                               36회(22기) 김홍렬

책상이 삐꺽거린다.
나도 삐꺽거린다.
의자 등뼈가 삐꺽거린다.
나도 삐꺽거린다.

길을 걸으면 늘 경사진 어깨로
맞부딪쳐 오는 사람들 시선의 삐꺽거림
말은 하지 못하고 뼈속에서 흩어지는 발목이
자유 자제로 빠져나가는 것을 본다.

어린 나이에 소아마비에 걸린 나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걸을 때만 확실하게 드러나는
삐꺽거리는 몸으로 6년을 산동네에서 통학했다.

야간 학교 여학생들이 올라온다 삐꺽거림없이
종점 근처 구릉으로 울긋불긋 올라온다.
낙산 허리 옛 성터에 이룩한 터전으로
분홍색 편지지와 주판을 들고 올라올 때
나는 나의 삐꺽거리는 모습 보여주기 싫어 잠시 멈추어 선다

그러나 그 거리에서
자전거가 삐꺽거리고
트럭이 삐꺽거리는 동안
바람도 잠시 삐꺽거리는데
그 때 거기서 삐꺽거리지 않는 것은 없었다
자세히 보니 운동화를 구겨신고 욕을 하는 여학생들의
마음이 삐꺽거리고 있었다.

삐꺽거리며 오늘도 길을 걷는다.
삐꺽거리는 세상에서
오늘도 삐꺽거리는 하체를 가만히 생각하다가
내가 걷는 이 길로 내가 그만 길이 되어 누워 버릴까

뼈 속에서 흩어지는 발목이 자유자제로 빠져 나간다
우주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다리가 있어

무릎이 활처럼 꺾어지고 상처 드러나더라도
생각이 발목이 되어
이 도시 어디라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삐꺽 삐꺽 슬픈 소리
삐꺽 삐꺽 슬픈 소리를 없애기 위해
내 영혼에 기름을 친다
세상이 삐꺽거리지 않을 때까지
나는 삐꺽거린다.



시
편지 4

                               40회(26기) 김경수

아름답게 살아보고 싶어
어느 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
비오는 날이면 빗소리를 듣고 싶고
나즈막히 날으는 새를 보면
작은 몸짓으로 가볍게 날고 싶어
그리고
비가 그친 여름 날
연못에 핀 수련을 보면
사랑한다는 것이 슬퍼
사랑받고 싶어



시
아프리카에서 보내 온 외신
---아프리카에서 달려온 신음소리가
   소화불량에 걸린 지구위로 내리 꽂힌다---

                               40회(26기) 여병구

밤새
마지막 한방울의 생명력이
증발할 때까지 꼬고 비틀어 대던
나의 누이가
아침에 일어나니
포대자루에 들어가 있었다.
허기진 위장을 포기한지는 오래, 미련도 없다.
괴로운 것은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
죽음의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말이 없다.
엄마와 나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다.
TIME지에서는 많은 구호품을 우리를 위해
보내고 있다는데 왜 파리들만 입가에 몰려들어
내 살점만 뜯어 가는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말없이 쓰러져 잠을 잔다.
세계 적십자의 식량 포대기속으로 우리들은 모두 들어갈 것이다.
하늘도 버린 모가디슈
죽음의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하늘도 버린 우리들

그대는
변기에 앉아 조간신문을 펼쳐들고
1면 하단에 실린 광고를 본다.
‘바쁜 하루일과 빵으로 해결합시다
                      협찬/한국 제과협회
                      주관/미국 곡물협회’

또 계란부침이냐고 투덜대는 아들녀석을 뒤로하고
그대는 소화불량의 공복을 움켜쥐고 출근길에 나서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귀찮은 듯 귀를 후벼본다.
교향곡의 소리.......
아이의 울음소리.......
 
                                      病草88



시
겨울 반성문2

                               41회(27기) 이충렬

다시 이렇게 봄이 왔구나.  생기발랄한 햇살과 영혼이 깃들기 바라는
겨울나무들과 바람을 노래하는 새들의 축제.

추웠다, 내 몸 구석구석 마른 불을 지피고 싶었다.  매운 독감에
열병을 앓고 햇살속으로 스며들고 싶었다.  모든 꿈이 소멸된
지상에 홀로 남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현실은 무개화차처럼
과거의 짐짝들만 싣고 다녔다.  누가 뭐래도 보잘것 없는 내
생애의 기록들, 낡고 헤어진 여행가방같은, 세월의 정거장
에 버려두기란 사람들의 이목을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겨울의 마른 바닥을 헤집고 오르는 몇가닥 빛의 소리를 들으려고
애썼다.  그 소리를 쫒아 내 생애의 끝과 끝을 잇는 거대한
눈물기둥을 세우려고 했다.  물방울 같은 시간들을 푸른 이마위에
떨구고 겨울속에 살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이렇게 봄이 왔구나.  생기발랄한 햇살과 영혼이 깃들기 바라는
겨울나무들과 바람을 노래하는 새들의 축제, 그리고 간혹
쓸쓸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 틈 사이로

모든 꿈이 소멸된 지상에 홀로 남아
“우리는 그 긴 겨울의 통로를 비집고 걸어갔다” -기형도



시
강물편지 25
 -재-

                             42회(28기) 류제연

바람이 몹시 차가운 날이면
일몰처럼 스며오는 기억이있다
몸부림
나의 가슴을 형상화시키기 위해
새벽내내 몇줄의 시를 남기던......
계절이 여러번 지나간 후에
난, 내 부질없는 허뇌임을 느끼며
제 살아온 흔적들을 말없이 불사르고서
무엇이 아쉬워 아직 타지 못하는
한없는 치한의 눈물을 떨구었다
그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히 알게 된 많은 것들......
이제 더이상은
니체나 릴케의 삶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너는 너이어야 하고
나는 나일수 밖에 없는 당연한 진리앞에서
흩어졌던 쟂빛 기억들을 다시 주워 담는다
내 조그만 손위에 솔직하게 놓여졌던
몇 조각의 상념
난 아직도 시를 쓸줄 모른다
그것은 산다는 의미보다 더 어려웠다
한줌 재가되어 바람에 날리다가도
편안히 안주 할 수
있는 작은 하늘이 있다면
지상에서 찾지못한 많은 의미들을
헤아릴 수 있을것 같아
재 속으로 투영되는 흔들림으로
그렇게 서 있어야 하는 나인걸 알면서도
노을을 가만히 기억하기로 했다
상실이 아닌
되뇌이는 이름으로



시
이슬

                  45회(31기) 송도현

I.
밤마다 가슴앓이를 하리
아득한 밤바다를 건너
태고의 비밀로부터
役事를 이루기위한 작은 몸부림

새벽이 오기전
부지런히 갈고 닦을 生

II.
밤마다 두눈을 붉혀야 하리
새벽의 추위속에
두 눈에 맺힌 눈물이어야 하리
아직 영접하지 못한 빛살을 기다리니...

새벽의 여명속
아름다운 散華



시
절망에 관한 보고서

                              33기(III) 손영규

    -그리고 쓴 고배의 잔을 들면서
     난 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나온 자취를 몰아내고
     흔적도 없이 산화되길 바라며-

I  어머니의 자궁속으로부터 나는 외로움을 사랑하게 되었다.
   태초의 평안함속에서 피어오르는 느낌
   세상이 나를 버려둔 어느날
   나는 외로움을 잃은 채로 방황해야 했다
     사내는 마땅히 강해져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병든 남자를 지옥속으로 떨어뜨리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젠 물러날 곳도 없는 세상의 끝에서
     긴 한숨은 깊은 주름속으로 묻어 버리고
     나를 일으켜야 한다
     절망적인 세상을 살려야 한다

II  조용한 침묵속에 묻혔다
    가만히 고개를 숙인채로
    이마를 흐르는 권태를 던져버리곤
    나는 절망을 사랑한다
    수없는 좌절을 향한 절망을 거느리고
    걸어야만 한다
    중심을 잃은 시간속으로

    절망하는 나의 별자리
    소멸을 축복하라! 그대여

III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낯추면
    이젠 현실속의 우리
    절망의 늪을 벗어나며
    기뻐하라
    우린아직 살아 있으니
    우리의 좌절을 아로새긴 은하수를 위로하고
    우린 살아간다



시
서울가 181818

                       33기(III) 손영규

비닐봉지 한가득 죽음을 담아
안암슈퍼를 나오던 노인
빨간 프라이드 차에 치여 사망......서울가181818

  목뼈가 부러지고
      예리하게 잘려진 모가지
  장기 파열이 일어남
      온 몸엔 타박상
  산화되는 몸둥아리,부러진 팔,다리
      너덜너덜 해진 사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든다.
일그러진 얼굴
차문을 열고 뛰쳐나오는 사람-나...나?
사람들의 입에서 끈끈한 침이....피가,
노인이 웃는다.
누런 이가 돋보인다
  -서울가 181818
노인의 꽤죄죄한 두루마기
널린 캔맥주
슬며시 다가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죽음 하나를 땄다.
  -서울가 181818
갈증이 난다-갈증?
노인이 웃는다.

........................
온몸 가득히 죽음에 잠기는 노인을 보았다
운전사가 놀란 얼굴로 뛰어나오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휘파람을 불며
부시시한 머리를 쓸어 넘기곤
수퍼에서 방금 산 아기 장난감을 들고
모퉁이를 돌아, 헐어진 담을 지나
방범초소를 지나 노인을 뒤로 한 채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는 곳으로
내 아이의 웃음을 떠올리며
노인을 밟고 집으로 집으로 간다.
노 인 의 캔 맥 주 가 내 손 안 에 들 려 있 다

시
高3記

                 33기(III) 김창환

어젯밤엔 옥상에 올랐는데
열아홉이 되어 올려다 본 북극성은
2.02등급의 밝기로 빛났다.
그 많은 별들이 선을 이루고 입체가 되어
체적을 구하라고 할까봐 얼른 숨었다.
-그때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은 어떠했을까.

얇게 눈뜨는 아침
나의 여섯시를 흔들고 가는 날개짓
아침태양에 눈을 가리며 나는
당신의 눈동자를 생각했다.
-누굴까 지칠때마다 떠오르는 당신은.

바라보는 햇빛은 이렇게 아름다운걸
어두운 교실안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하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왜이리 모두들 다른걸까

경적소리 불빛과 함께 달리는
도로를 따라 걸으며 친구와 나는
빨리 가버렸으면 좋을 하루하루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때 당신은, 나는 보았다.
잠기어가는 노을 속 붉은 눈동자 내일을 이야기하는
태양에 귀기울이며 나는 자꾸만 자꾸만
뛰어오르고 꺼져가는 빛을 쏘아올리며 노을은
당신의, 나의 눈빛으로 빛났다.



시
十月의 詩

                         33기(III) 김창환

이젠 너무 늦어버렸노라고
어릴적 나의 꿈들이
하나둘 떠나가며 소리지른다.

15번 버스 긴 노선을 지나
육교를 지나
노을로 오르는 계단위에서
태양은 이대로 저버리느냐고
소리치며 골목길을 달려보아도
싸늘한 시월.
내겐 아무것도 없다.
-못이룬 꿈들이 서러운 계절.

높아만 가는 시월의 하늘아래
낮게 모여앉은 건물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난 무엇을 기다리는가?
떠나간 어릴적 나의 꿈들은
어느 골목, 어느 표정으로 날 기다리는가

이젠 너무 늦었노라고
하나둘 떠나가던
어릴적 나의 꿈들이
갑자기 돌아서서 소리지른다.
-울지마 우린
 이 다음엔
 노을 지는 나라 저쪽에 다시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으니까-.



시
별에 대한 허튼 소리

                             33기(III) 배수민

별은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비로소 별이 된다.

별이
서로의 거리를 빛으로 채워
서로를 이끌듯이,

마음이 가난한 이들은
서로의 거리를 아픔으로 채워
서로를 치유한다.

별이 아름다운 이유는
한줄기 빛을 위해
스스로를 불태우는 용기때문이며,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사명은
프로메테우스가 되어
저 불타는 별을 훔쳐
따뜻한 어리석음으로
이세상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시
모닥불

                                33기(III) 배수민

문학의 밤이 막을 내리던 날
우린 허름한 강가에 모여
서둘러온 가슴의 겨울속으로
모닥불을 채웠다.
술잔과 함께 해는 기울고
우리의 미래도
기울어 가는 듯 했다.
우리들 살아온 거리만큼
타들어 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한숨섞인 장작 몇개 던져넣고
불티같이 터져오르는 슬픔사이로
하나의 길이 보였다.
헤쳐나갈 어두운 길이

불꽃이 삭아들쯤
몇은 붉어진 얼굴로
진학걱정을 했고, 몇은
애써 써논 시 몇편을
모닥불위로 뿌렸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미래의 무게만큼 달려드는
어둠 한 아름,
불꽃위로 던져주고
가물가물 살아나는 불꽃사이로
세상 어느 길위에선가 마주칠듯한
뒤헝클어진 우리의 그림자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별들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갈 무렵
옷깃을 여며오는 한기 속에서
얼어붙은 우리들 가슴속의 겨울은
더 춥게 느껴졌다.
서로 맞댄 얼굴사이로
밀린 밤을 포개넣으면
밤새 죽지않은 불씨

-무엇이 이들을 아직도
        타오르게 하는가-

시
10월의 거리

                         34기(II) 임재용

이 계절을 서둘러 떠나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 앞에 몰려드는 가랑잎들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쓸쓸하게 뒹굴고

가지 끝에 매달려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는 잎사귀들
몇 일 안 남은 허무한 계절의 집착일 뿐
왜 아직 떠나가지 못하는 것일까

깜박이는 가로등 아래서 음울한 추억
가을 꽃으로 피우고 있는 사람들
헐벗은 거리
나도 그들 속으로 묻혀가고 있었다.

또 다시 원점에 선 지금에-
나는 어디로 떠나가야 하느냐고
막차를 기다려 보아도
그리움처럼 내리는 비

  -버스 표지판에 다가가 노선 안내 버튼을 누르면
   목적지엔 저마다의 길이 보이는데 내가 타고 갈 절망은
   어디쯤 오고 있는 걸까-

라면국물이나 후루룩거리다가
가랑비 사이로 흘러가는 10월의 거리
나도 빗속으로
세월처럼 묻혀가고 있었다



시
바위의 꿈      

                                34기(II) 임재용

바위의 이름속에서 우리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이 영원의 꿈이든,아니면
퇴색되어 버려진 보잘 것 없는 낙엽의 꿈일지라도
우리는
살점을 깍고 떨어지는 바위의 꿈을 꾸었다
억척스럽게도 불어오는 세월의 바람속에
삶에 묶여버린 허상의 조각들
꿈으로 날려버리고
이젠 가벼운 돌멩이가 되는
끊임없는 바위의 꿈이여!
모래가 되어 부서지는 그 순간
영원의 강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우리는     
바위의 이름만을 깍으며 영혼을 꿈꾸고 있고
삶이 내던져 준 이름의 조각속에서
튀어져 버려지는 돌조각의 꿈을 꾸고 있다

저 깊어가는 삶의 강 앞에서
병자처럼 내던져지지 말고
이젠 바위의 꿈을 꾸어야 한다



시
모습 찾기

                             34기(II) 임재용

내 영혼의 표정을 보기 위해
어두운 방
가장 구석진 곳에서
거울을 훔쳐 본다

찾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모습
진정한 너를 보기 위해
촛불을 켜면

욕망처럼
주위를 감싸는 어둠이 보이고
빛처럼 투명하게 반사되는
내 영혼의 슬픔이 보인다.

세수를 하고
세수를 하고
거울앞에서도
진정한 너는 없고

오늘도
촛불 앞에서
작게 나마, 그 작은 시간이나마
너의 슬픔을 보게 된다.

별빛이 내려 앉는
저녁 창가에서
눈동자처럼 맑은
너의 모습을 보기 위해-



시
가을버스

                             34기(II) 이재훈

스쳐가는 차창 밖
하늘은 호수 같고, 호수는 하늘 같은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려는
아름다움들의 서로에 대한 관심을 바라보며
지금 난,
저 남겨지는 풍경처럼 잊혀졌던
나의 모습을, 이제는 닮고 싶다.

구름아래 아쉬움이,
보리밭 언덕을 쓸고 넘는 바람처럼,
사과밭 과수원을 지나, 새들의 돌다리에 머물면
푸르름은 바람개비 비추는
어린아이 눈망울에 손짓하고
땀흘리는 농부 아낙의 이마위로 손짓하는데,
머얼리 노을의 손짓으로 알게된 구름 하나
허망함을 싣고 가을버스위로 높아만 간다.

나를 닮아주는 이 없고
내가 닮아가려는 사람없는
이제는 잃어버린,
나와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

별들이 낙엽처럼 묻혀버린
저 산을 바라보며
손짓하는 나의 눈을 닮아주려는
이제는, 저 노을을 닮고 싶다.



시
바람 滯留記

                             34기(II) 이재훈

I.  노을이 몰고간 아이들이 남긴
    놀이터의 고요속으로
    어둠이 미끄럼을 타면
    별들은 바람을 노래하고, 달은
    턱걸이를 한다.
 
    순수함만을 무게로 하는 한 구석 시이소 옆에
    가장 낮게, 나는 엎드려 있었다.

II. 자리를 옮긴 싸늘한 낙엽의 뒤로
    바람은 한차례 자신의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아직 울지 못하여 슬픈 사람의 뒤로
    엉성한 겨울의 가지 끝이 흔들리는 몸을 누인다.
    -어디일까, 비굴하지 않게 우뚝선 銅像처럼
     우리를 세울수 있는 곳은,- 
    가슴은 바람에 날려 바스락 거리는데,

    울어도 슬픈 사람에게 나의 눈물은
    地上으로 가장 빨리 떨어지는 것이었다.

III.숲으로 뻗은 작은 하늘을 거닐며 우린
    새들이 날아오르며 보여주는, 나뭇가지의 방향을 따라갔지.
    얼어붙은 강가에는 햇살이
    빛나는 발목을 미끄러 뜨리며 나를 비추고 있었는데
    그때, 햇살에 조각되고 있는 形象을 보았지
    땅이 얼어붙은 허물을 벗어나갈때
    운동장 뒤켠에선 하얗게 서린 눈위에 발자국 하나,
    校庭에서의 추억을 말해 주었지.

    이제 우리가 머무는 이곳은 바람이 머무는 곳.
    잃어버린 것도 많았고 때론 부끄러운 시간도 있었지만
    언젠가 바람의 호주머니속 깊이, 되찾을 수 있는 것들이란 걸.
    그러나, 바람따라 흘러온 우리는 또 다시 떠나가야지.
   
    銅像이 내뿜는 따뜻한 입김이
    나의 눈을 흐리며, 안경을 덮는다.



시
無罪를 위하여

                             34기(II) 이재훈

I. 겨울나기
   떠나기 위해서라고 새들은
   점차 線이 되어가는 열차를 기다리며
   그해 가을 하늘 위로 떨구어진 한장
   잎새의 죄를 바라본다.

   돌아보면 그것은,
   나무의 잎들을 모조리 떨구어 버린 가지
   점차 點이 되어가는 좁은 현실속을
   번개만한 가지로 폭풍속에 숨쉬는,

   서서히 열차가 흘러가는 그것은
   이미 낙엽이 되어버린 존재를 찾기위한
   紀行에 나르고 있음을,
   지금 떠나가는 이유가
   나를 찾기 위한 것만이 아닌
   다시 돌아오기 위한 다짐속에 있다.

II.변경
   돌아간다는 것은 현실과의 투쟁.
   나를 되찾기위한 또 하나의 다짐속에 있다.
  
   지난 안개숲을 흐르던 강물은 계절을 지나
   새로운 숲속의 모습을 가꾸고,
   새들의 무지개 사이로 떨어지는 무수한 잎들,
   그림자 묻은 숲속의 강물을 흘러
   나비같은 빛의 물결위로 잠들어가고 .....
   그러나 그것은,
   떠나온 곳에서 찾은 자신의 모습을 거슬러
   또하나 현실속에 남기고 온 모습을 찾아야하는,
   그것은 無罪를 위해 흘러왔던 時間속 회오리안으로
   떠나왔던 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 준비의 時間.

   돌아온 계절
   오직 떠났을때 이유만이 아닌,
   나를 되찾기 위한 현실과의 타협속에 있다.



시
10월

                             34기(II) 노영탁

단풍이 처연히 물들어 갈때
아직 미숙한
우리들의 꿈은 서서히 피어난다

단풍을 맞이하기 위해 흘린
우리들의 땀방울은
나무열매처럼 열리고     
불꽃을 피운다

단풍잎 더욱 짖게 물들수록
우리들의 꿈도 활짝 피어난다.
바람에 날리는 단풍향기에
우리들의 10월의 꿈은 피어난다  

또 다시 낙엽이 되어 버린다지만        
해가 뜨면 새로이 붉은 잎들로 피어날 것이다



시
바다

                             34기(II) 노영탁

뱃고동이 울리고
몸짓조차 하지 않은 고요한 바다
미래가 보장 되지 않은 물결에
나를 띄운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적시고
낮게 바다위를 비행하는 갈매기들
물결이 이는데로 흘러가는 나에겐
꿈이 있다.

출렁거림의 우리 현실 앞에
때로는 이 바다와 같이
출렁거려야 한다.

출항한 어선들은
저녁이 와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내가 꿈꾸었던
노동없는 행복의 꿈은
바다의 전설속에
우리들은 사묻쳐 보잘것 없는 것

운명의 순간은 다가오고
자신을 풀어헤친 술통속에
갖힌 난
바다의 한 조각이 되고
별이 떨어진다.

바다의 포호가 그치면
먹구름은 걷히고
우리의 분신들은
새로운 생을 산다.



시
막장인생

                             35기(I) 이영균

해뜰무렵부터
파고든다
땅속으로 들어갈수록
막장은 남은 한줄기 햇빛을 버리고
암흑의 세계로 뚝 떨어져
가는 후레쉬 빛과 안전모 하나에 몸을 맡긴다.

삽질 한번에 퍼올려지는 석탄만큼
가족들은 머릿속을 채우고
그들을 위해 삽질을 계속한다.
파고들어갈수록 그들은 점점 멀어지고
멀어질수록 마음이 그들 곁으로 다가간다.

다이너마이트 폭발 소리에 막장으로 돌아와
깨어진 석탄을 퍼 담고,
석탄으로 깨어진 꿈을 주워 담지만,
꿈을 담는 보자기는 석탄으로 가득 차 모든 꿈이 밖으로 사라지고
석탄가루에 싸여 들어오는 바람이 내머리를 싸늘히 식혀 놓는다.
한 모금의 물을 마시며 흐르는 식은 땀을 닦고

밖으로 나오면
西山으로 가족들의 눈망울 같은 서러운 노을이 노려보고
그들의 눈을 피해 고개 숙이고 달려나와
소주 한 병 마시며 외로이 서 있는 가로등 앞에서
쓴 웃음을 짓고는 훌쩍거린다.

해가 뜰 무렵이면
한줄기 햇빛조차 없는곳을 파내려가야 하기에



시
하루일기

                             35기(I)김태현

우리의 하늘에
또다시 태양이 떠오르면
새로운 생을 위해
우리는 힘차게 기지개를 편다

우리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쉴새없이 꿈을 꾸고
정신없이 또 하루를 보낸다.
쳇바퀴처럼 지겨운 현실때문에
자신이 꾸는 꿈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상실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뒤돌아 볼수 없는 현실속이
지치지않는 우리들을 보고
악몽에서 깨어나
땀을 닦는다.
그리고 다시
꿈을 조각한다.

태양이 우리의 미래의 짐을 갖고
저물어 갈 무렵
우리는 저마다의 미래를 잠시 접어두고
우리들의 집으로 돌아간다.
서로의 미래를 꿈꾸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시
우리에게 손짓하는 꽃

                             35기(I) 조정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까지 펼쳐진
황량한 벌판에서
그는 햇빛을 먹고 이슬로 목을 축여
밤새 뿌리를 내렸다.

다른 꽃들같이
곤충들을 맞이할 만한
풍성한 꽃잎과
굵은 줄기를 가지진
못했지만

잃을수록 털어버린 가슴으로
찾아드는 싸늘한 바람들을
작지만 당당스런 목소리로
쫒아버리고

오늘도 먼지만 이는
메마른 땅위에서
그는 점점 머리위로 피어나는
노을에 물들어 간다



현상 공모

       문학반원

I.  모집광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는
당신의 꿈을 찾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마저 수줍은 가을,
무지개빛 아롱드린 색지위로
고이 접어 당신의 꿈을 보내주십시요

* 참가자격: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이
* 공모기간: 당신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 공모주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마음
* 보내실곳: 신설동의 가을하늘
* 발표시기: 당신의 몸을 흙이 감싸는 날
*** 시   상 ***
  대상: 백일동안 천국을 유람할 수 있는
        옥황상제표 통행권 및 숙식권
  당선: 백일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저승사자 거부권
  가작: 따스한 가슴에 불을 지필 천사의 키스 백번

 보내신 꿈들은 옥황상제 이하 천국의 저명한 인사들의
자유상상적인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당신의 참신한 꿈을 기대합니다
* 접수된 꿈들은 절대로 반환대며,
  공공장소에서 남의 꿈을 비웃는 자는
  365일 동안 불고문, 침고문을 체험할 수 있는
  저승행 고문 티켓을 하사합니다

II.cf: 꿈을 찾아서

  하늘 중턱에 걸려있는 가을을 보며
  당신은 무엇을 꿈꾸고 있습니까
  하늘을 유랑하는 구름,
  들녁에 나부끼는 풀벌레의 울음으로
  남은 여생을 가꾸는 건 어떨까요

  살아가는 동안 많은 꿈을 갖게 됩니다
  돌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깨져도
  그 꿈들을 위해 길을 걷습니다
  때로는 자신만을 생각한 채
  다른이의 꿈을 허욕이라 말하면서  

  당신이 걸어가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웃의 소박한 옷지락 끝에,
  낙엽의 색바랜 미소 곁에,
  당신 가슴 깊숙한 곳에서 숨을 쉬는
  잊었었던 진실들을 생각해보세요

  무엇이 되기만을 원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꿈꾸세요

III. 추신.
     당신의 몸을 흙이 감싸는 날
     쉼없이 걸어온 길들을 생각하며
     남아 있는 이들에게
     미소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반   훈

      가장 진실된 언어로
                 글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

반 실

수그리고서 들어오라
그러나
비굴하지는 말아라
너를 위해 쓰러지는
무수한 빛들을
오늘은 한 칸 원고지에 메우고서
괴로워하라
그리고 간직하라

반 가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마음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중에
또다시 꿈이로다

[45회 공인호]

이 때껀 기억나네..ㅋ 연합시.. 광고창작과 다니면서 꼴에 배웠다고 애들데리고 시도 좀 다르게 함 해보자고 실험했었는데.. 지금보니 좋다... 따스한 가슴에 불을 지필 천사의 키스 백번 받고 싶다...ㅋ

[45회 공인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땐 몰랐는데... 지나고 읽어보면 늘 수민이 글이 좋아... 마음에 착착 감기네^^;; 그 놈이 요즘 어디서 뭐하고 살려나...

[Tiger Song]

오호 그런가? 그런데 연합시와 테마시가 있어 문학의 밤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

갑자기 예전 작품집들을 모두 모아 책 한권을 편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문학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