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30(목)
카페 로스팅로보에서
참석자 : 홍연, 천숙, 나영, 이은, 김협, 배환,이덕, 권태, 허주
사회 : 권태
사회: 재밌게 읽힌다. 두 책을 함께 엮어서 토론하는 것이 좋을 듯.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주제로 던지고 싶은 것, 그리고 개인 감상들을 먼저 얘기하자. 자연스럽게 주제를 뽑을 수 있을 듯 하다.
< 개인 감상평>
홍연: 몸은 좋아하는 작가다. 인간의 굴레를 읽고 좋아하게 되었다. 왜 나는 서머싯 몸을 좋아하는지, 면도날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몸의 글은 분석적이고 질서정연하고 순서적이어서 좋다. 특히 몸 말년에 쓴 면도날은 나이 든 작가의 관록과 인생의 깊이가 느껴진다.
나영: 그냥 읽었다. 묘사와 관칠이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파리사회를 묘사한 장면에서 고리오 영감이 생각났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재밌으면서 지루한 느낌도 있었다.
인물들이 삶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는 지를 보면서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얘기하면 좋겠다.
이은 : 정말 재밌다. 두 권을 금방 읽었다. 달과 6펜스는 고갱의 이야기라서 놀랍다. 예술, 특히 미술에 심취한 이런 남자는 사귀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화합이 필요한 음악과 달리 미술은 외곬수의 영역이라 괴팍하고 고집센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면도날의 래리가 동료의 죽음을 보고 구도적 삶을 생각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면도날의 엘리엇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듯 하다. 순수한 어른. 가족들을 돌보는 책임있는 모습도 좋다.
이덕 : 면도칼은 안읽었다.(면도날로 얼른 정정) 달과 6펜스는 기대에 비해 실망했다. 첫부분은 좋았지만 마지막 결말이 약하다. 고갱의 삶을 모델로 했지만 실상 고갱의 삶과는 다른 점이 많다. 고갱에 대해 사실과 달리 많이 나쁘게 묘사했다. 고갱은 그렇게 가족에 대해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림에 대한 깊이도 부족한 글이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김협 :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인간의 굴레를 읽으면 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있다. 몸은 실재로 그림을 좋아하며 많은 책을 읽었으며 다방면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다. 달과 6펜스 P67에 < 당신은 왜 가족을 버렸냐?>는 질문에 주인공인 스트릭랜드가 < 그림을 그리고 싶소>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스트릭랜드에게 <그림을 그리고 싶소>는 인생의 변곡점을 가져온다. 여러분에게는 이런 것이 있는가.
배환 : 읽다보니 두 권 다 읽을 수 있었지만 지루하다. 두 권 중에서는 달과 6펜스가 좀 더 재밌다. 정신적 삶과 물질적 삶에 대한 이야기 같다. 결혼을 할 즈음 배우자를 선택하던 때가 떠오른다. 나의 아내의 선택지는 ? 나의 선택은 ? 그 선택이 내 삶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았다.
천숙 : 두 권 다 잘 읽히고 쉽다. 이 두책은 <영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질적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영혼을 갈망하고 추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나 또한 그런 삶을 살아보려 노력하고 있으며 정신적 세계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이 책들은 이런 세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주: 고등학교때 날밤새며 너무 재밌게 읽은 달과 6펜스.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는데 재미가 하나도 없어서 놀랐다. 무슨 차이일까. 두 권다 쉽게 읽힌다. 면도날의 경우 래리의 구도자적 모습은 어딘가에서 많이 읽은 내용이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에도 나오고 또 어느 책에서도 비슷한 글이 있었다. 많은 고민들을 던져주는 듯 하지만 5% 부족한 느낌이다. 어쩌면 작가인 몸의 철학적 사색의 깊이가 깊지 않은 건지..사변적 깊이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권태: 몸의 문체가 대략 파악된다. 반전도 있고 복선도 좋다. 실존의 문제에서 가치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스트릭랜드의 삶도 그렇지만 래리의 경우 독특하다. 지금까지 나의 삶의 피상적인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남들이 짜 놓은 틀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했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조금 우울하기도 했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선택했는가? 아니면 남이 규정하는 사회적 질서안에서 단념하듯 적응하며 았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려분은 어떤지.
< 주제별 토론 >
1. 삶의 갈림길에서 인물들의 선택을 보면서, 내 인생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영 : 행자수행이라는 명상을 하고 싶지만 남편의 반대로 못하고 있다. 자기수행은 내 안으로의 여행이며 정말 하고 싶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로 내가 선택한 것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내가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홍연 : 어떤 선택의 과정이 우연인 듯 한데 지나고 나면 일어날 만한 일이었다. 수많은 우연의 결과물들은 결국 내가 해야할 일이었는 지, 우연이 과연 우연일 뿐이었는 지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허주 : 그래서 흔히 그런 것을 가리켜 우연을 가장한 필연 이라고 한다.
천숙 :만약 다시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 덜 성실, 덜 책임지고, 덜 순종적인 삶>을 살고 싶다.
허주 ; 천숙샘은 너무 무수리같이 산다. 대충 살아도 된다.
권태 : 직장생활은 쳇바퀴다. 내 인생의 변곡점은 오지락(아베체의 전신)이다. 독서모임이 내 인생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책을 만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것?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순간의 쾌락과 재미만 쫒는 생활이었고 무의미했다.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사고가 바뀌었다.
나영; 행자수행을 통한 명상을 하고나서 깨달음의 삶을 살게 되었다. 물론 명상후에도 내 모습은 예전과 같지만, 나의 내면이 추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남편의 경우 명상을 다녀와서 스스로를 랑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김협 : 몸은 인도여행뒤에 <면도날>을 썼다. 다독하는 작가였으며 실재경험을 담아 책을 썼다. 죽을때까지 글을 썼다.
이덕 : 인생의 변곡점은 없다. 인간은 타고난대로 산다. 예술가적 기질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가는 모습도 유전적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허주 : 환경적 영향도 크지 않을까?
천숙 : 영성을 추구하는 삶이 내게는 중요했다. 불교도인 엄마에게서 온갖 핍박을 받으며 기독교를 믿었다.
2. 그림을 그리고 싶소..여러분에게는 이런 것이 있는가 ?
김협 : 이 책의 주제이다. 가정을 버리고 자기 꿈을 쫒는 것은 이기적이라 여겨지고 특히 우리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 스트릭랜드의 선택과 그 삶에 공감한다.
권태 : 스트릭랜드 처럼 그런 열정이 있다면 행복한 삶이다. 여러분은 그런 열정이 없는가 ? 있다면 어떡할 건가 ? 모두 버리고 자신의 열정을 따라서 살 수 있나 ?
허주: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해햐하나 ? 양립가능하지 않은가 ? 나는 글을 쓰고 싶소..하지만 내 애들을 버리지는 않소..
홍연 : 과학공부에 올인할 때 미친듯이 좋아서 했다. 신세계였다. 스스로가 잘난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과학공부를 하면서 무식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무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권태 : 무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것은 모자란 것을 채우는 것이지 스트릭랜드처럼 넘치는 재능을 주체못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 아닌가 ?
이덕 : 고갱이라는 화가는 불행한 사람이다. 화풍을 인정받지 못해 지지리도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으며 죽어서야 빛을 봤다. 그런 삶이 뭐가 행복한가 ? 살아있을때 인정도 받고 행복하게 살아야 진정 행복한 것이 아닌가 ?
나영 : 행복이 무엇인가 물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행복한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권태: 화풍을 창조하며 비주류의 삶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에너지와 멘탈이 있어야 한다. 하고 싶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들을 재단하면 안될 듯.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홍연: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기 힘들다.
배환 : 이사벨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옛날에 결혼을 앞두고 약사와 지금의 내 아내 사이에서 결국 내 아내를 선택한 나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권태 : 인생을 살아가면서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기 보다 우리는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배환 :글쎄..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 것도 중요한 것 아닌가 ?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해나가는 것, 그것이 삶의 보람이고 기쁨아닐까 싶은데..
허주 : 이 책에서 래리의 친구인 조종사가 비행기 조종을 배울 때 그 조종사의 목표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생의 소소한 목표와 성취를 이루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계획하지 않고 염두에 두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래리가 자신의 삶의 이정표를 바꾸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 바로 친구의 죽음이 아닌가.
권태 : 래리의 고민은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실존의 고민이었다. 면도날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은 : 나는 원래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는 모토로 살고 있다. 내일이 없을 것처럼 오늘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3. 등장인물 중 누가 가장 행복해보이나?
이은 : 엘리엇이다. 장례식 준비하는 모습이 재밌다. 유쾌하고 순진한 사람이며 돈의 흐름에도 밝고 가족도 잘 챙긴다. 친구를 사귄다면 엘리엇을 사귀고 싶다. 래리는 너무 무겁고 우울하다.
홍연 : 수잔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몸을 파는 밑바닥 인생이지만 교활하지 않고 착하며 당당하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허주 : 수잔은 어깨너머로 배운 그림으로 화가가 된다. 말년에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인생 폈지만 스스로의 노력도 한몫했다. 래리의 삶도 행복한 삶이었던 것 같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고 싶은것 다하고 살고 있으니..
이은 : 소피가 너무 안타깝다. 힘들지만 좀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었는데 왜 작가가 소피의 삶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썼는지 안타까웠다.
홍연: 몸은 유럽과 자연상태를 비교하며 자연상태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유럽은 속물적, 아이티는 원시적 아름다움을 가진 곳, 유럽의 여성은 퇴폐적이고 물질적인 반면 아이티의 아티는 헌신적이며 순수하다. 래리가 구원의 빛을 발견하는 것도 다름아닌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였다.
허주 :그러고보니 스트릭랜드를 돌보는 아티의 모습은 어딘가 성모마리아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 이사벨은 참 얄밉고 이기적인 인간이다. 근데 몸은 이사벨의 사악함을 알면서도 그녀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쁘면 다 용서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