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작품연구
『최고운전』 및 「영웅의 일생, 그 문학사적 전개 」논문 발제문
현대문학전공 박사과정 1학기
1. 『최고운전』을 읽고 나서
신라 시대에 벼슬에 제수된 최충은 부임 첫날 아내의 발목에 색실을 묶어 두었다. 나중에 이 색실 덕분에 괴물이 사는 곳을 찾아낼 수 있어서 결국 납치된 아내를 무사히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아내가 낳은 아이를 보면서 금돼지 요괴의 아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에 그 아들을 버렸다. 이 사건에서 의문이 남는다. 지혜로운 계책과 아내의 기지로 괴물을 물리쳤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내를 충분히 믿지 못했고 왜 아들은 금돼지의 자식이라고 의심했는가? 이 점은 독자 입장으로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아들이 버리고 나중에 최충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바닷가에 높은 대와 다락(월영대)을 지어 아이를 다시 불렀다. 아이는 처음에는 부모를 원망했지만 결국 용서해주고 받아들였다. 이 장면은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후 하늘의 도움으로 선인들에게 가르침을 받아 뛰어난 문장가로 성장했다. 또한 버려진 아이라는 설정을 통해 하늘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재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 묻는다.
게다가 아이의 재능은 너무 뛰어나서 여섯 살에 시를 자유롭게 짓고 중국까지 그 명성이 퍼졌다. 중국 황제는 신라의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학자들을 보냈지만 어린아이에게조차 재주에서 밀리자 물러났다. 화가 난 황제는 열 수 없는 돌함을 보내 그 안의 물건을 맞히고 시를 지으라는 어려운 과제를 내렸다. 신라의 많은 학자들이 이를 해결하지 못해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그때 자란 아이는 정체를 숨기고 ‘파경’이라고 하며 서울로 들어왔다. 재상의 집에 머물게 됐다.
한편 중국 황제가 보낸 ‘돌함 속 물건을 알아내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위기에 처하고 재상에게 그 책임이 맡겼다. 이때 재상의 딸은 파경노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아버지에게 추천했다. 처음에는 거절하던 파경노는 재상의 딸과 혼인시켜 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결국 결혼이 성사됐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이름을 치원(최치원)이라 밝히고 시를 지어 돌함 속 물건이 ‘달걀’임을 밝혀냈다.
중국 황제가 시를 지은 인물을 부르자 신라 왕은 두려워하지만 최치원이 스스로 중국에 가겠다고 나셨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당당한 논리와 자신감으로 왕을 설득하고 갔다. 가는 길에 용왕의 초대를 받아 용궁에 다녀오고 용왕의 아들(이목)을 동행했다. 이후 중국에서 명성을 떨친 뒤에 귀국했다. 귀국 후에는 예의를 어겼다는 이유로 왕에게 꾸지람을 받았지만 공이 커서 용서받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보니 장인(나 승상)은 이미 죽어 있었고 결국 그는 아내와 함께 세속을 떠나 가야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어 살게 됐다.
결론적으로 『최고운전』은 전기적 요소가 강한 영웅소설이다. 또한 역사적 인물인 최치원이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의해 소설의 주인공으로 형상화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을 지닌 영웅인 최치원이 왕에게 예의를 어겼다는 이유로 다시 나타나지 말라는 명을 받고 결국 세속을 떠나 가야산에 은거하게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웅이라면 그 재능을 더욱 펼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산에 숨어 살게 된 결말이 안타까운 점이다.
2. 「영웅의 일생 그 문학사적 전개」 논문(조*일)
2.1. 논문 요약
현재까지 신화 소설은 개별 작품이나 특정 영역에서 충분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으나 영웅 이야기의 전체적 성격과 국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이를 포괄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방법론적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종래 연구에서는 영웅의 일생에 나타나는 난생, 태몽, 그리고 선, 불, 용 등의 개별 모티프를 중심으로 그 민속적 기원과 의미와 분포를 밝히는 데 연구가 집중되어 왔다. 본 연구는 영웅의 일생이라는 전체적인 유형(type)에 대한 이해에 더 중점을 두고자 했다. 연구 문제는 첫째, 영웅의 일생 유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의 영웅이 타국의 영웅과 공통된 면과 상이한 면을 밝혀낼 수 있으며 영웅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민족적 전통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둘째, 고대 신화가 고대 소설, 신소설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 영웅의 일생 유형의 일치를 통해 밝혀지는 데 약 2천 년에 걸친 문학사의 단면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셋째, 고대 귀족과 이광필과 이조무 등의 사상적, 미학적 입장의 차이가 어떻게 대립하고 발전해 왔는가 하는 문제의 한 단면은 영웅상의 역사적 변천을 통해 해명될 수 있다. 한편 문학사 이해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홍길동전』, 『임경업전』, 『장길산전』, 『유충렬전』을 대표작으로 선정하여 고찰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이들 작품이 영웅소설의 다양한 성격을 두루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소설로는『혈의 누』한 편을 다룬다. 게다가 기억의 편의를 위해 각 자료의 인물명으로 지칭했다. 제시된 12인물(주몽-『삼국사기』 동명왕편-『삼국유사』, 『삼국유사기』 등등)을 주자료와 보조자료에서 추출했다. 인물의 일생은 서로 다른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공통된 구조를 지니며 일정한 단계들의 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공통 단계들은 여러 인물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모든 단계가 항상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일부 단계는 생략되거나 뚜렷하지 않게 나타날 수 있다. 단계들의 순서가 바뀌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인물 구조는 7유형에 속한다. A, 고귀한 혈통을 지닌 인물이다. B, 잉태나 탄생이 비정상적였다. C, 범인과는 다른 탁월한 능력을 타고났다. D, 어려서 버림받아 죽을 고비에 이르렀다. E, 구출자·양육자를 만나 죽을 고비에서 벗어났다. F, 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혔다. G, 위기를 투쟁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되었다.
자료 해석 1에서는 전승의 유형 특징하고 영웅의 일생, 그 한국적인 특징를 나눠 해석했다. 전승의 유형적 특징에서 영웅 서사는 인물에 관계없이 유사한 생애 구조를 가진다. 고대 신화부터 후대 소설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보편적 유형이다. 이러한 ‘영웅의 일생’은 현실 경험과 부합하는 보편적 타당성을 지닐 때 널리 전승되며 고난을 통해 더 높은 행복에 이른다는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서사 민담과 달리 행복에서 시작해 고난이 반복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에서 특수성과 한계도 존재한다. 한편 한국적 특징으로는 외래 유교 사관 이전에 형성된 영웅상이 유지돼서 투쟁적 성격이 강하고 정복과 승리를 통해 성공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중국과 한국은 현세 중심적이라 영웅의 삶이 현실에서 마무리되지만 서양은 영웅의 죽음 이후까지 의미를 확장하는 차이를 보인다.
자료 해석 2에서는 문학적 전개를 집단적 영웅에서 개인적 영웅으로 그리고 역사적 영웅에서 비역사적 영웅으로, 진취적 영웅에서 보수적 영웅으로, 주체적 영웅에서 운명적 영웅으로, 투쟁의 영웅에서 애정의 영웅으로, 영웅상의 최종적인 모습 나누어 분석했다. 먼저 영웅상은 집단적 영웅에서 개인적 영웅으로 변화해 왔다. 초기의 주몽과 혁거세는 부족을 대표하는 집단적 영웅으로, 공동체 중심의 ‘영웅 시대’를 반영했다. 이후 사회 분열이 심화되었음에도 이들의 집단적 성격은 유지되었으며 더 나아가 주몽은 『동명왕편』에서 민족적 영웅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아울러 영웅상은 역사적 영웅에서 비역사적 영웅으로 변화한다. 주몽과 혁거세, 궁예는 실제 인물로서 한국을 배경으로 활동한 역사적 영웅이고 국가 건설이나 새로운 질서 모색과 같은 역사 의식을 반영했다. 한편 영웅의 행동에는 점차 윤리적 제약이 가해지면서 진취적 영웅에서 보수적 영웅으로 변화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영웅상은 주체적 영웅에서 운명적 영웅으로 변화했다. 많은 영웅들은 태어날 때부터 고난의 운명을 지니며 그 갈등이 평생의 시련으로 이어졌다.
영웅소설의 문학사적 한계와 그 극복은 평민적 영웅에 의한 극복과 평민소설에 의한 극복이 있다. 영웅소설은 『유충렬전』, 『숙향전』, 『구운몽』 등에 이르러 집단적 표상과 역사 의식을 잃고 윤리적과 운명적 성격이나 애정 중심의 이야기로 변화하면서 고전적 영웅의 의미와 가치가 약화됐다. 그 결과 많은 작품이 창작됐지만 양적인 증가에 그쳤다. 그래서 한계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평민소설이다. 평민소설은 영웅이 아닌 일상적인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영웅이라는 존재 자체를 더 이상 중심 인물로 삼지 않는다. 또한 평민 의식의 성장과 사회 변화 속에서 현실적이고 다양한 소재를 반영한다. 낡은 영웅상을 부정함으로써 전형성과 역사 의식을 회복한다. 그 결과 방자와 놀부와 같은 인물처럼 비록 영웅은 아니지만 더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본 연구 결론은 영웅의 일생은 비범한 출생과 시련, 투쟁을 통한 승리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전승 유형으로 신화와 서사무가, 소설 전반에 나타난다. 이와 유사한 유형은 중국과 서양에도 있으나 한국의 경우 집단적이고 진취적이며 주체적인 성격이 뚜렷하다. 초기 건국 영웅인 주몽과 탈해는 이러한 특징을 지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웅상은 개인적이고 비역사적이며 윤리적과 운명적 성격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영웅소설은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한계는 평민 영웅과 평민소설 그리고 나아가 현대소설을 통해 극복되고 기존 영웅 서사의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더 발전된 형태로 나아간다. 또한 『홍길동전』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영웅의 일생’이라는 전통적 유형을 창의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2.2. 느낀 점
본 논문을 통해 『홍길동전』, 『임경업전』, 『장길산전』, 『유충렬전』, 『혈의 누』의 주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논문에 한자어가 많이 사용돼서 그 뜻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이로 인해 논문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그리고 본 논문을 통해 영웅의 일생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시대의 가치관과 인간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특히 고난을 통해 더 높은 성취에 이르는 구조가 실제 삶과 닮아 있다는 점을 느꼈다. 게다가 초기에는 공동체를 대표하던 영웅이 나중에 개인적이고 운명적인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회 구조와 의식의 변화가 문학에 그대로 드러난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홍길동전」은 「수호전」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홍길동전」은 ‘영웅의 일생’이라는 오랜 유형이 국문으로 처음 기록되고 형상화된 소설이자 고전적인 영웅 이야기와 이어지는 작품을 파악하게 됐다.
참고 자료
「영웅의 일생 그 문학사적 전개」 논문
26.04.06. 오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