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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온 친구누나
그날 수박을 혼자 거의 한통 다 까먹고 돈은 내가 당연히 냈지만 김도곤은 내가 수박 다 못 먹어 돈 낸 줄 그렇게 알고 엄청 으쓱해 했다.
허지만 나는 수박 속의 물기 많고 단 부분은 전부 홀랑 먹어 치웠다.
수박장수가 수박 팔 때 삼각형으로 자르면 그 삼각형 안의 빨간 수박만 쏙 깨물어 먹듯 말이다.
김도곤이 그 다음날 학교에 무슨 소문냈냐면 나 제비가 어제 혼자서 수박 다 먹겠다 해 놓고 다 못 먹어 제비가 돈 냈다.
자쓱 속 끓었을 끼다 내가 누고 김도곤이 아니가? 내도 다 못 먹을 수박을 지가 우째 다 묵는다고 간뎅이 큰 짓 했는지 모르겠다 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아무도 웃기만 했지 김도곤을 잘했다고 추켜 주는 친구는 없었다.
가여운 놈 김도곤.
그러나 김도곤도 수박사건 이 후 상당히 성숙해 간 건 사실이다.
김도곤은 항상 사건 터져야 조금씩 사회 물정을 알아 가던 친구였으니 아직 한참 더 배우고 졸업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어쨌든 김도곤은 연애편지 사건 후 부쩍 성장한 모습이 되어갔습니다.
그 당시 ABC포마드가 남자의 머리용품으로는 유일하기도 했지만 ABC포마드는 비쌌기 때문에 동백기름이 대체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연애편지 이 후 김도곤의 신체적인 변화는 노랗던 코밑 잔 수염도 제법 꺼매지고 옷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으며 어디서 훔쳤는지 동백기름대신 들기름을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머리에 바르고 먼지 탄 유리창에 자신을 비춰보며 입을 벌려 혼자 씨익 웃기도 했습니다.
옷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 당시엔 브랜드도 없었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입는다는 것이 아니고 먼지만 조금 묻어도 툭툭 털고 니주야끼 아시죠? 바지의 주름 니주야끼도 잡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학교 등교 길에는 이웃 두 군데의 여학생들도 같은 길을 이용했는데 우리학교가 전차종점과 버스종점에서 제일 가까웠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우리학교 정문을 꼭 지나가야 했습니다.
김도곤은 학교정문 앞에 도착하면 학교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뒤돌아서서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히틀러처럼 팔을 높이 쳐들어 손바닥을 흔들어 주곤 했습니다.
따라서 이웃 여학생들이 김도곤을 모르면 간첩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옆에 있으면 아무도 김도곤에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김도곤이 있는 애교 없는 재롱 다 부려도 여학생들의 등교 길 웃음은 오직 저를 위한 것이었죠.
이 점은 꼭 기억 좀 해주십시오.
여학생들이 나만 보면 까무러치고 지들끼리 웃고 난린데 이상한 건 여학생들의 시선이 제게
중 될수록 김도곤은 더 내 옆으로 바짝 붙어 온갖 묘기를 다 부립니다.
마치 TV중계아나운서의 뒤에 날름 날름 얼굴 내미는 어린 악동들처럼 말입니다.
어느 날 서울 토박이 친구의 누나가 부산으로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이사를 왔습니다.
서울 누나는 나보다 두 살 위였는데 2년째 재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국내대학이 아니고 미국대학에서 두 번 떨어진 누나는 정말 코피 나게 공부하더군요.
스타일 뿐만 아니고 인물도 예쁜 누나는 나를 참 좋아했습니다.
특히 누나의 볼록한 젖 가슴은 일품이었죠.
누나는 냄새도 참 좋았습니다.
냄새라니까 좀 처지네요.
누나의 냄새는 고급향수보다 더 고운 향기였습니다.
나는 학교수업이 끝나면 김도곤이 같은 잡것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한번 안아보고 싶은 누나의 집으로 가서 공부하며 짝지가 되어 어울렸습니다.
누나가 나를 좋아하는 건 사필당연인지 모릅니다.
내가 웃기는 짓이나 이야기도 잘했지만 누나의 눈치심부름을 참 잘했거든요.
누나가 한번 눈짓하면 나는 다람쥐처럼 귀엽게 또르르 굴러가서 닥치는 대로 가져다줍니다.
이거? 그럼 이거? 아 이거말이구나.
그러면 누나는 죽었죠.
오늘도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는 누나의 집으로 발걸음을 급하게 옮겨 놓았습니다.
- 어이. 쎄이야야. 잠깐만 내 좀 보래
돌아보니 김도곤이었습니다.
김도곤은 급한 일이 있거나 꼭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를 형님이라 불렀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나를 형님이라 부르며 쫓아와서 책가방에서 뭔가 꺼내 줍디다.
- 이게 뭐냐?
- 아 니줄라꼬
- 뭐냐니까?
- 와이라노 쎄이야. 이거 뚱치 오는데 내 죽다 살았검마는
- 글쎄 뭐냐니까?
- 쎄이야 이기무시냐몬 말이다 산삼 사촌이라카는기다 니 공부하는데 체질 약해질까바서 내가 우리 어무이 몰래 뚱치 온기다
- 그래서?
- 이거 묵고 쎄이 니 공부 더잘하라꼬
- 필요없다
- 와이라노 쎄이야 내 아무조껀 없다
- 진짜가?
- 진자라카이 쎄이 니 없시몬 내 시체다 아이가 쎄이니가 체질 지키야 내도 나중에 한 몫 볼꺼 아이가 그래서 미리 약 쓰는기라 이거 묵으몬 니 자다가도 뻘떡 뻘떡 일어난다 우리 어무이가 우리 아부지한테 하는 말 내 엿들었능기라
- 좋다 고맙다 그럼 가봐라!
- 그라께 근데 쎄이야 오늘 내 쪼맨만 데리고 놀면 안 되겠나?
김도곤이 가져 온 인삼 한 뿌리를 예쁜 누나 가져다주면 참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재수 좋으면 누나가 감격해서 나를 끌어 안아줄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렇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 그렇게 됩니다.
그러면 누나의 젖가슴이 내 가슴에 닿을 것이고.
그러면 누나의 젖가슴은 말랑말랑할까? 아니면 사과처럼 딱딱할까?
아 상상만 해도 나는 사망할 것 같았습니다.
일단 김도곤이에게서 인삼을 빼앗았습니다.
그런데 의심이 가더군요.
누나는 절대 저런 놈을 좋아할 타입은 아니지만 저놈이 혹시 넘어지는 척 누나를 안아버리면 난 뭐야?
도저히 저놈 데려 가면 안 되겠는데 그렇다고 인삼만 주고 갈 김도곤은 아닙니다.
제가 김도곤이를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습니까?
양퇴진난.
급하면 사자성어도 제대로 안 되는 법입니다.
틀림없이 인삼을 도로 가져 갈 더러운 놈입니다.
생각이 그렇게 미치자 천상 김도곤을 데려가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순간적으로 묘안이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 김도곤
- 응 쎄이야 뭐꼬?
- 그 누난 말이야 너 같이 심한 경상도 사투리 쓰는 놈은 아주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
- 그라문 어짜몬 좋겠노? 쎄이야
- 가급적 그 누나가 물어도 주둥이 닫고 있어 그러면 별 문제 없을 꺼야
- 알았다 내 인자부터 학씰히 주댕이 닫고 있을께
- 약속 지켜야 된다
- 아이고 쎄이야 내가 알라가
친구의 누나 집이 가까워 오는 눈치가 보이자 김도곤은 벌써 마음이 들뜨는지 돼지 같은 몸을 뒤틀고 요시래 방정 나더군요.
강아지처럼 내 앞을 왔다 금새 뒤로 돌아가기도 하고 어지러울 정도로 쫄랑댔습니다.
기막힌 묘책으로 김도곤을 제압해 놓긴 했지만 그래도 일말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점심 시간에 먹은 밴또가 부실해서 저놈 뱃속에서 꼬르락 대며 물똥이라도 싸줬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냉혹해서 그런 운은 제게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머리 좋기로 유명한 내게 이상 더 별다른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사이 김도곤과 나는 예쁜 누나의 집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후회되는 건 평소 교실에서 누나 이야기를 너무 떠 벌린 나의 잘못을 책망할 수밖에 더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따르릉 띵동
- 여보세요
- 누구세요
예쁜 누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여과 없이 현관에서 대문 쪽으로 흘러왔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내 등 뒤에서 가슴 쫄랑거리고 있던 김도곤이 갑자기 나를 밀치고 앞으로 나서더니 초인종 벨 옆에 달린 마이크에 입을 바짝 가져다 대고 간살스런 내시의 음성으로 대답했습니다.
- 내세요
그 당시의 대화를 다시 돌려보면 이렇습니다.
- 여보세요
- 누구세요?
- 내 세요
김도곤은 서울말은 모두 끝에 세요 를 붙이면 되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이 일이 있고 이상하게 예쁜 누나는 나를 만날 적마다 김도곤의 안부를 묻거나 한 번 더 데려 오라고 졸랐습니다.
김도곤이 때문에 나는 완전 개밥에 도토리 된 셈이었죠.
또 이 이야기가 어떻게 퍼졌는지 그 후 부산에서는 한때 내 세요 란 말이 한참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헐!
김도곤.
솔직히 말해봐
너! 그 때 예쁜 누나 건드리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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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과연 서울에서온누나 이쁠것같슴니다.,불루보트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갔으니 말입니다.
혹여 라이벌이 안될까 걱정도 되지만 이쁜누나 사랑 듬북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 사랑은 그저 바라보아야하는 사랑 아니었을까요?
학교다닐때 여학생과 친구삼아 함께 노는것처럼 행복한건 없겠슴니다.
그렇게되면 틈만나면 자랑삼아 어께를 으시대고 했지요
서울에서 온 누나 어떤 남학생이라도 빠질것 같슴니다 .
? 그럼 이슬님이 고등학교 때 연애를?....흨^
사진에서 본 누나의얼굴 넘 이쁘네요 여자보는눈은 모든남자들의 공통점 이라고나할까요
한눈에 필이꽃혓으니 불루보님처럼 모범생이 어떻게될것인가 걱정되네요.
여자는 금물이다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적당한간격을 두고 사랑 하심이 어떨런지요.
여자는 금물이 아니고....요물 이라해야 맞지 않을까요?...초혼 님^
여학생 꽁무니 따라 다닐때 좋았던 때였슴니다.
서울에서온 친구누나 라이벌경쟁이 심할것같슴니다 부산시내가 떠들석하게요
복권 당첨되듯이 당첩되시길 바랍니다.
여학생 보다는 복권이 훨씬 좋을 것 같은데요..전 아직 500원짜리도 한장 안되었으니 박복입니다^
저도 그아름답던 생각이 납니다.꼭제이야길 들려주신것같아요.
여학생 하얀카라가 그렇게도 이쁘게 보였으니까요.
즐거운 휴일 되세요.
정민님...학창시절 졸졸?.....솔직히 몇명 울리셨습니까?...한참 손 가락 꼽아야겠죠?
남자들은 그렇게도 노골적인 표현이 좋은가 봅니다.
김도곤 과의 투쟁 과연 어떻게 될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연속극을 보는것과 같네요.
오늘은 마음이 왠지 너무 우울해 하루 종일 잠만 잤습니다...이제 일어나 답글 달려고 하니 목이 메이네요 ^
그래서 위에 계신 분들 답글도 좀은 무성의 했을 지 모릅니다..용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