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국회에서 지방재정법을 개정함에 따라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9월까지 주민참여예산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울산 지역은 이미 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동구와 북구를 제외한 나머지 자치단체가 모두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울주군과 중구·남구는 현재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입법된 조례안을 보면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위원회 구성에 대한 조항이 모두 생략된 껍데기 뿐 인 조례다. 행정안전부에서 제시한 세 가지 조례안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모델을 채택한 것이다. 단순히 개정된 법위반만을 피하고자 주민참여에 대한 고민 없이 입법예고한 것으로 졸속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이는 주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울산광역시는 아직 입법예고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절차상으로 보면 조례안을 작성하고 심사를 거쳐 입법예고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의회상정·의결까지의 시간을 합치면 두 달 정도 소요된다. 또한 9월이면 이미 실과에서 예산요구안이 올라오는 시기로 그 시점에서 2012년 예산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도 있다.
개정된 지방재정법은 단지 9월 9일까지 조례만 제정 하라는 것이 아니다. 2012년 예산편성에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용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울산시는 현재의 시점에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위해 가시적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타 광역자치단체인 광주는 4월에 조례가 통과되었고, 충남·북도와 부산, 인천, 전북, 제주, 경기도 등에서 차례로 입법예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시가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민으로서 안타깝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졸속으로 입법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울주군과 중구·남구처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행정안전부의 가장 형식적인 안을 적용한 조례안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울산시는 지금이라도 시민사회와 협의를 시작해야한다. 지금이라도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의 취지에 맞게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울산은 이미 동구와 북구가 2004년, 2005년 주민참여예산제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타 자치단체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곳이다. 또 조례제정 과정에서 운영에까지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 함께 해왔다. 그런 만큼 전국 어느 지역보다 주민참여예산제 제도에 대해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곳이다. 울산시는 이러한 유리한 장점을 살려 민관협의회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울산시가 광역자치단체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조례를 제정 하고, 나아가 주민참여와 행정개혁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울산시민연대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을 위해 울산광역시와 울주군 및 중구·남구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는 바이다. 울산광역시는 지금이라도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조례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울주군과 중구, 남구도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위해 이미 입법 예고된 조례안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와 재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