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주민자치 법제화 네트워크」구성을 제안하며
지난 연말 32년 만에 이루어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자치의 패러다임을 정부중심에서 주민중심으로 전환하는‘주민주권’확대라는 명분을 앞세웠으나 주민들의 자치조직 구성 권리를 통째로 삭제해버렸다. 생활권을 중심으로 하는 얼굴 있는 자치를 위한 읍면동과 마을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주민투표, 조례발의 등 주민 개개인의 자치권 행사 방법 개선으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만 것은 1987년 체제 이후의 민주주의 그리고 지역격차와 세대격차, 소득격차로 복합화 되고 있는 절박한 사회위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에 한계를 보인 것이다.
지방자치를 지방정부에 의한 대의정치의 제도적 구조로만 이해하는 것은 ‘주민에 의한’자치라는 민주주의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며, 주민을 대표자를 통해서만 주권을 행사하는 정부의 서비스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1961년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해산된 읍면 자치정부는 1999년 읍면동의 주민자치위원회 운영과 2013년에 시작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으로 생활영역에 대한 주민의 자치권을 회복하는 제도적 맹아를 키워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째 시범사업만 계속하고 있는 주민자치회에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조차 모호한 이유로 거부해 버리는 국회와 주요 정당의 행태는 진화하는 민주주의와 주권자의 요구를 무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상황은 전국의 수많은 주민자치회 위원과 활동가 그리고 마을과 공동체 구성원의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전국의 주민자치회 위원과 마을공동체지원센터들이 주축으로‘주민자치회 조항 복구 및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지방자치법에 다시금 주민자치회와 관련한 조항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서명운동과 온라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에 대해 국회는 한병도, 김영배, 이해식 의원 등이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을 삽입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입법발의 하였다. 또한 김영배 의원은 「주민자치기본법안」, 이명수 의원, 김두관 의원, 김철민 의원은 각각 「주민자치회 설치(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여 마치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 발의 경쟁이 벌어진 듯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주민자치 현장에서는 지난 연말의 허탈함과 분노에 이어 오히려 어리둥절한 혼란을 겪고 있으며 각각의 입법안에 대한 제한된 정보로 합리적 이해와 활동 방침을 정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의 법제화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주민자치에 대한 법제화는 국회의원들의 입법 시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과 지향을 반영하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격차와 배제의 위기 그리고 기후 위기와 주기적 팬더믹에 대한 근원적 대응을 위한 사회적 전환을 이루기 위한 주인들의 요구와 책임 있는 활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민자치 현장의 다양한 주민과 활동가가 함께하는 주민운동의 결집체로서 「(가칭)주민자치 법제화를 위한 네크워크」의 구성을 제안한다. 주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조직, 마을과 공동체 등에 대한 공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에게 위임된 결정권에 대한 직접 민주적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를 법제화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고자 한다.
당면 과제인 주민자치를 법제화하는 최소한의 요구에서 출발하여 완전한 주민에 의한 자치 정부를 통해 마을 민주주의가 법적으로 제도화되고, 과대 성장한 국가 권력이 마을의 자치 권력을 중심으로 바로 서는 운동까지, 다양한 수준의 요구와 역량을 가진 전국 주민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하나. 주민, 활동가, 학자, 정치인, 공직자가 함께하는 공론장을 만들어가자
하나. 주민에 의한 주민자치를 만들어가자
하나. 주민자치의 방향에 적합한 법률을 주민의 요구로 만들어가자
하나. 이를 위해 함께 하는 개방된 희망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자
주민자치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본래의 주민 권리와 권한을 되찾는 우리의 일상으로 민주주의의 확장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현장에서 풀뿌리 주민의 자발성, 창의성, 협동과 연대에 뿌리 내린 주민자치를 통해 만들어 질 것이다.
2021년 4월 일
(가칭)주민자치 법제화를 위한 네트워크 창립 발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