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경기도 성남시 복정고등학교서 교육부가 인가한 학교 협동조합의 매점인 ‘복스쿱스'(Bok's Coops)가 개소식을 했다. 이 협동조합의 공식 명칭은 '복정고등학교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올 초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공동 출자하여 학교매점에서 팔 식품과 가격 등을 함께 결정하여 오픈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과 성남시가 시범사업으로 선정하여 지원하였고, 협동조합연구소에서는 내가 6월부터 인큐베이터로서 함께 참여했다.
학교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협동조합이다. 복정고등학교는 매점으로 시작하지만, 학교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교복 공동구매, 수학여행, 녹색가게, 방과 후 학교, 학교 급식 등 다양하다. 협동조합의 수익금은 매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가격인하, 협동조합의 신규사업에의 투자, 그리고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
또한 1인1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의 특성상 학내 교육 자치를 실현하는 디딤돌이 될 수 도 있을 것이고, 학생들이 경제와 협동에 대하여 책이 아닌 실제 체험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장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주위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의견을 토론하고 실천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현재 복정고 외에도 경기도에서 6개의 시범학교가 선정되어 학교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고, 서울에서는 영림중학교에서 협동조합으로 인가받기 전부터 학부모님들이 협동조합방식으로 매점을 운영해 왔다. 이들 각각이 다른 환경에 처해 있기에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곳은 지역 생협에서의 경험이 많은 학부모님들이 중심이 되어 학생과 교사의 참여를 끌어가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 욕구와 이를 좋아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는 곳도 있다. 대학 때 대학생협 활동을 하면서 동료들과 “협동조합이란 게 도대체 어떤 거지?” 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그때 한 친구가 “협동조합이란 것은 그 이름하에 모인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그 모습이 결정 되는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초기에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의 다른 모습들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다.
어떤 경우이든 지역의 협동조합이나 지자체와 같은 지역 커뮤니티의 협력은 학교협동조합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복정고의 경우에도 지역생협에서 친환경 식품의 공급과 먹거리 교육을 협력해 주었고,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 전체 인큐베이팅을 함께 하였다. 성남시와 성남산업진흥재단, 그리고 경기도교육청도 든든한 협력자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협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문가라고 불리는 협력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각각의 협동조합의 주체성을 최대한 장려하고 내부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전문가로서 모든 것을 결정해 줄 것처럼 학교구성원들에게 기대하게 하거나, 자신의 높은 이상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구성원들을 배척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찌되었든 그 조직을 책임지고 매일 매일을 살아갈 사람들은 그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바람직한 협동조합의 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단계인 학교협동조합이 활성화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제는 참 많다. 먼저, 복정고나 영림중학교에서의 학생조합원이나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 경험을 정리하여 시범적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확대 시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학생교육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동아리, 창의적체험활동, 대학생 멘토멘티 활동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여 협동조합 활동을 공식적인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편입되지 않을 경우 학생, 교사에게 추가 업무 및 추가 학습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 개발도 필요하다. 또한 학부모를 포함한 전체 임직원들에게는 협동조합의 총회준비, 위원회 활동, 세무 회계 등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도 필요하다.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에서 주관하고 협동조합 전문 기관이 협력해서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제도적 문제 역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학교매점의 사용·수익 허가,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공증과정, 물품취급 및 사업에 대한 내용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1999년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시행된 이후, 대학생협이 좀 더 활발히 생겨날 수 있었던 것처럼,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은 중고등학교에서도 학교협동조합이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뜻있는 지자체, 학교, 교육청에서 선구자로 나서서 의미 있는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을 성공사례로 만들어 내고, 그러한 실천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잘 정리하고 추가적인 연구과제들을 실행하여 학교협동조합이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학교에서부터 합리적으로 소통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배운 학생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밝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3.11.4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팀장 박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