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능력은 독서능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독서습관이 공부습관을 형성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 1, 2학년 중 성적이 상위 10%이내인 학생들의 공통적 특징은 ‘독서광’이라고 한다. 통계조사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공부 잘하는 아이는 예외 없이 독서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하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 이들은 학습의 부족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수를 위한 학원수업이 오히려 시간낭비라고 여긴다. 그렇다고 이들이 학교수업과 관련된 책들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문학이나 에세이 같은 교양서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전문서들에 몰입한다. 집중하고 몰입하는 독서 태도가 이들을 학업경쟁력으로 이끄는 것이다.
공부를 강요하는 것보다 독서를 일상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더 효과적이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소중하다.’고 하며, ‘지금의 나는 내가 살던 마을의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아무리 바빠도 매일 한 시간씩, 주말에는 두세 시간 이상을 독서에 할애하고 있다.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신체조건과 성장환경에서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토크쇼 진행자로 성장한 오프라 윈프리 역시 독서광이다. 오프라는 96년 북클럽을 만들어 미국의 독서운동을 주도하였고, 그녀가 추천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심지어는 1주일 만에 천만 부가 넘게 팔리는 추천 도서가 나오기도 하였다. “독서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 “미국이 다시 책을 읽게 만들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올바른 독서습관이 한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위대한 인물들만이 아니라, 일상의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며 의문을 해결하고자 한다. 호기심이야말로 학습의 가장 큰 동기가 된다. 그러나 어른의 입장에서 질문이 많은 아이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이다. 그러다보니 적절한 대응을 해주지 못하여, 아이는 점점 호기심이 줄고 질문이 적어진다. 물론 부모가 아이의 모든 질문에 대답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질문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안내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책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을 탐색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이는 책을 통해 과거의 인물들과 대화하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살아나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독서가 강요된 학습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몸에 익힌 아이는 위대한 스승들과 함께 살아가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독서능력이 교육경쟁력이다
OECD에서 3년에 한 번씩 주관하는 국제 성적 평가에서 핀란드는 15년 내내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핀란드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인정하였다. 핀란드의 국가경쟁력이 곧 교육경쟁력이라는 의미이다. 놀라운 것은 핀란드의 교육 방식에 있다. 핀란드의 아이는 8세가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글을 배우지만, 10세가 되면 독서능력이 미국 아이들을 추월한다. 이것은 조기 교육과 영재 교육을 강조하는 기존의 교육 전문가들의 말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핀란드의 교육 수준은 세계에서 수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등수와 시험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학교생활도 반나절이면 끝나고, 방학도 길다. 아이들은 주로 가정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탐색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철저히 경쟁의 원리로서 시험과 성적을 중시하는데 비해 핀란드는 학생 모두를 협력적으로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2007년 한국을 방문한 핀란드 교장협의회 피터 존슨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적어도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경쟁은 잘못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다양한 학생들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배워야한다. 우수한 학생끼리만 어울리게 한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맹목적인 경쟁은 스포츠에서나 필요하지, 교육엔 필요하지 않다.”
●바람직한 유일한 사교육은 독서교육이다
자살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이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가 97년에 발표한 세계 5위안에 드는 자살 인구 순위는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한국 순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미국과 유럽의 청소년 자살 원인이 폭력, 알코올, 마약 복용으로 인한 우울증이라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청소년들은 과중한 학업부담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사교육 열풍,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학력주의 사회, 청소년의 자살급증이라는 우리의 교육문제 악순환의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핀란드의 교육사례는 그 모델로서 충분하다. 핀란드의 교육경쟁력 바탕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이들은 8세에서 17세까지 반나절씩 학교에 다니며, 45분간 수업에 15분간 휴식을 둔다. 정부에서 정해 놓은 커리큘럼이나 영재교육 프로그램은 없다. 유일한 특징은 핀란드의 가정이 책을 읽는 분위기이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활동이 강조되는 점이다. 정부 활동은 독서를 지원하는 공공도서관 시스템과 가정의 독서분위기를 권장하는 것이 전부이다.
독서는 어릴 적에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 익숙해지기 힘들다. 달리 표현하면, 독서가 어릴 적에 습관으로 정착되면 평생의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책 읽는 것이 일상생활로 정착되고, 책 내용으로 대화하는 가정은 문화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학원과 과외에 들어가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습관만 길러주면, 평생 스스로 고기를 잡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는 사실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