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景公飮酒할새陳桓子(注1)侍라가望見晏子하고而復於公曰請浮(注2)晏子하소서.公曰何故也오?對曰晏子衣緇布之衣와糜鹿之裘하고棧軫之車(注3)에而駕駑馬以朝하니是隱君之賜也니이다.
* 緇 검은 비단 치 * 棧 잔도 잔; 飛階, 馬板, 우리의 바닥에 깔아 놓은 판자 * 軫 수레 뒤턱 나무 진; 수레, 수레의 통칭
역주1 陳桓子 : 齊 景公 때의 大夫로, 이름은 無宇, 桓은 諡號이다. 鮑氏와 연합하여 권력가인 欒氏와 高氏를 토벌하고 高唐의 땅을 받아 산 뒤로부터 陳氏가 강대해졌다. 《春秋左氏傳 莊公 21년, 襄公 29년, 昭公 3‧5‧8‧10년》
역주2 浮 : 罰酒를 먹인다는 뜻이다. 《淮南子》 〈道應訓〉의 “蹇重이 벌주를 올리면서 ‘임금께서는 벌주를 드십시오.’ 하고 말하였다.[蹇重擧白而進之曰 請浮君]”는 구절의 高誘 注에 “浮는 벌이니, 술로 임금을 벌한 것이다.[浮 罰也 以酒罰君]”라 하였다. * 蹇 절 건; 절다, 육십사괘의 하나, 멈추다
역주3 棧軫之車 : 차체에 가죽을 씌우지 않고 대로 엮어 만든 수레이다. 미천한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싣는 수레이다. 棧車라고 한다. 《周禮 春官 巾車》
景公이 술을 마실 적에 陳桓子가 모시고 있다가 晏子를 바라보고 경공에게 보고하였다. “안자에게 罰酒를 먹이겠습니다.” 경공이 말했다. “무슨 까닭이오?” 진환자가 대답했다. “안자가 검은 베옷과 고라니가죽으로 만든 거친 갖옷을 입고, 앉는 자리를 대로 엮어 깐 수레에 변변찮은 말을 메워 끌게 하면서 朝廷에 나오니, 이는 임금께서 하사하신 것을 숨긴 것입니다.”
公曰諾다.酌者奉觴而進之曰君命浮子니이다.晏子曰何故也오?陳桓子曰君賜之卿位하사以尊其身하시고寵之百萬하사以富其家하시니群臣之爵이莫尊於子하며祿莫厚於子어늘今子衣緇衣之衣와糜鹿之裘하고棧軫之車에而駕駑馬以朝하니則是隱君之賜也라故浮子니라.
* 觴 잔 상; 술잔의 총칭, 술잔을 남에게 돌리다
경공이 말했다. “좋다.” 〈안자가 도착하자〉 술을 따르는 사람이 술잔을 받들고 안자에게 나아가 말했다. “임금께서 당신에게 벌주를 들게 하셨습니다.” 안자가 말했다. “무슨 까닭인가?” 진환자가 말했다. “임금께서 卿의 벼슬을 주시어 당신의 신분을 존귀하게 해주시고 많은 녹봉을 주시어 당신의 가정을 부유하게 하시니, 群臣 중에 벼슬이 당신보다 높은 이가 없으며 녹봉이 당신보다 많은 이가 없소. 그런데 지금 당신은 검은 베옷과 고라니가죽으로 만든 거친 갖옷을 입고, 앉는 자리를 대로 엮어 깐 수레에 변변찮은 말을 메워 끌게 하면서 조정에 나오니, 이는 임금께서 하사하신 것을 숨긴 것이오. 이 때문에 당신에게 벌주를 들게 하는 것이오.”
晏子避席曰請飮而後辭乎잇가其辭而後飮乎잇가?公曰辭然後飮하라.晏子曰君賜卿位以顯其身하시나嬰不敢爲顯受也라爲行君令也요寵之百萬以富其家하시나嬰不敢爲富受也라爲通君賜也니이다.
안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벌주를 마신 뒤에 말씀을 드릴까요? 아니면 말씀을 드린 뒤에 벌주를 마실까요?” 경공이 말했다. “말을 한 뒤에 벌주를 마시시오.” 안자가 말했다. “임금께서 卿의 벼슬을 주시어 저의 신분을 높고 귀하게 해주셨으나 저 嬰은 감히 높고 귀한 벼슬을 위하여 받은 것이 아니라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행하기 위해 받은 것이고, 임금께서 많은 녹봉을 주시어 저의 집을 부유하게 해주셨으나 저 嬰은 감히 부유함을 위하여 받은 것이 아니라 임금께서 주신 것을 유통시키기 위하여 받은 것입니다.
臣聞호니古之賢〈君〉(注4)은臣有受厚賜而不顧其國族(注5)이면則過之하고臨事守職하야不勝其任이면則過之라호이다.君之內隷는臣之父兄이니若有離散在於野鄙者면此臣之罪也요君之外隷는臣之所職이니若有播亡在四方者면此臣之罪也며兵革不完하고戰車不修면此臣之罪也니이다.若夫敝車駑馬以朝는(主)[意]者(注6)컨대非臣之罪也니이다.
* 隷 붙을 례; 좇다, 따르다, 부리다, 隸와 同字 * 播 뿌릴 파
역주4 〈君〉 : 저본에는 ‘君’이 없으나, 《群書拾補》에 “아래의 ‘則過之’는 바로 君이 하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君’자를 보충해야 한다.” 하였고, 《晏子春秋》도 ‘君’자로 된 本이 있어, 이에 따라 보충하였다.
역주5 國族 : 邦族과 같은 말로 보아, 향리의 친족으로 해석하였다. 《晏子春秋》에는 ‘困族’으로 되어 있다.
역주6 (主)[意]者 : 저본에는 ‘主’로 되어 있으나, 《晏子春秋》에 ‘意’로 되어 있고, 《群書拾補》‧《經傳小記》‧《讀書餘錄》 등이 모두 이를 따르고 있으므로, ‘意’로 바로잡았다.
신은 들으니 ‘예전의 어진 임금은 신하가 많은 녹봉을 받고도 鄕吏의 종족을 돌보지 않으면 책망하고, 일을 만나 벼슬만 지킨 채 자기의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책망한다.’ 하였습니다. 宮 안에 예속된 신하는 신의 父兄이니 만일 임금 곁을 떠나 먼 지역을 유랑하는 이가 있으면 이는 신의 잘못이고, 宮 밖에 예속된 신하는 신이 관할하는 직책에 있으니 만일 사방에 떠돌아다니는 이가 있으면 이는 신의 잘못이며, 무기와 갑옷이 완비되지 않고 戰車가 수리되지 않았으면 이는 신의 잘못입니다. 변변찮은 말이 끄는 낡은 수레를 타고 朝見하는 것과 같은 일은, 생각건대 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且臣以君之賜로臣父之黨無不乘車者하고母之黨無不足以衣食者하며妻之黨無凍餒者요國之簡士(注7)待臣而後擧火者數百家니如此爲隱君之賜乎잇가彰君之賜乎잇가?公曰善하다.爲我浮(桓子)[無宇](注8)也하라.
* 彰 밝을 창; 밝히다, 드러내다
역주7 簡士 : 등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선비를 이른다. 《說苑纂註》에는 “《晏子春秋》에는 ‘閒士’로 되어 있다.” 하였다.
역주8 (桓子)[無宇] : 저본에는 ‘桓子’로 되어 있으나, 劉台拱은 《經典小記》에서 “응당 無宇로 써야 된다.” 하였으며, 살아 있는 신하를 임금이 미리 諡號로 부르는 것은 합당치 않기 때문에 ‘無宇’로 바로잡았다.
또 신은 임금께서 주신 녹봉으로 아버지의 친족이 수레를 타지 않는 사람이 없고, 어머니의 친족이 입고 먹는 데 충분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아내의 친족이 추위에 얼고 굶주리는 자가 없으며, 나라 안의 벼슬 없는 선비가 신의 도움을 기다린 뒤에 밥을 짓는 자가 수백 집입니다. 이와 같은 것이 임금께서 주신 것을 숨긴 것입니까? 아니면 임금께서 주신 것을 闡揚한 것입니까?” 경공이 말했다. “좋소. 나를 위해 대신 無宇에게 벌주를 먹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