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음식 이야기] 방사능 오염 유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이 인접국으로까지 증폭되고 있다. 오염수에 노출된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의 소비까지 위축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투명하지 않은 대응이 불신과 불안의 원인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검역 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식약처가 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 3월 14일부터 올 8월 22일까지 일본산 수산물 1만 3천140건을 검사한 결과, 세슘의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131건에서는 기준치의 5~25%에 달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기준치 이하여서 안전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지만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기준치는 관리기준치이지, 안전기준치가 아니다"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도 있다. 그래서 기준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으로 부터의 외부 피폭은 일과성으로 끝나지만 체내로 들어오는 내부 피폭은 암처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배설(생물학적 반감기로 표시) 때까지는 강력한 방사능이 나와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고, 심한 경우에는 자손까지 유전적 후유증을 물려받는다.
수입품의 검사 항목에 세슘과 요오드, 단 두 가지뿐인 것도 논란거리다. 핵분열 시 수십 종이 방출되는 핵종(核種) 중 가장 많은 것이 세슘과 스트론튬이다. 여기서 생물학적인 반감기가 더 긴 스트론튬은 배제하고 세슘과 요오드만을 오염 지표로 삼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세슘과는 달리 칼슘과 성질이 비슷한 스트론튬이 뼈에 축적되어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핵 분열시 세슘이 검출되면 반드시 스트론튬도 검출된다. 그래서 더 위험한 물질인데도 검사 항목에 넣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스트론튬의 검사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 배제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이런 점들이 검역 체계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관리와 유통 경로의 추적이다. 검역을 통과한 수산물 혹은 수산식품이 원산지를 바꾸거나 허위로 표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산 수산물까지 덩달아 오해를 받는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leeth@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