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쿵쿵 뛰지 말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되니 좋아요. 우리집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어요.”
삼남매를 키우는 송병기(45·공무원), 정미라(43·자영업) 부부는 지난해 아이들을 위한 큰 결정을 내렸다. 주변 이웃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독주택에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이들 부부가 원래 살던 공동주택에선 이웃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현규(11세), 연우(9세), 예은(7세)까지 씩씩한 삼남매를 기르다보니 그럴만도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노원구 상계동의 허름한 주택을 매입해 2개월에 걸쳐 보수 공사를 했다. 마침 송씨의 동생이 건축·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건축가였다. 송병곤 디자인일공 이사는 주로 병원, 사무실 등 대형 건물 프로젝트만 맡아온터라 주택 공사는 하지 않으려했다. 그런데 형 병기씨가 잘 모르는 업체한테 공사를 맡겼다가 혹여나 손해를 보기라도 할까봐 동생 병곤씨가 나섰다.
워낙 좁은 공간이라서 복층 구조를 도입해 실제 거주할 수 있는 면적을 총 26평으로…
송씨 가족이 사는 상계동 주택가는 차 한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골목이 좁고 30~40년된 낡은 주택이 몰려있는 곳이다. 송씨 가족이 작년 1억6500만원에 매입한 단층 주택도 1966년에 지어진 것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벽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그 위에 기왓장을 얹은 형태의 작은 집이었다. 양쪽으로 이웃집과는 약 30~40cm 정도의 폭만 남겨두고 벽이 거의 맞닿아있다.
기존 노후 주택의 전체 대지 면적은 21평(69.6㎡). 이 가운데 집이 들어선 건축면적은 14.3평(47.11㎡)이었다. 이 집을 1층 14.4평(47.72㎡), 복층 11.5평(38.2㎡)짜리 집으로 탈바꿈하는데 든 공사비는 약 1억2500만원이다. 워낙 좁은 공간이라서 복층 구조를 도입해 실제 거주할 수 있는 면적을 총 26평으로 늘렸다.
송병곤 이사는 “설계비를 따로 청구하지 않았고, 자재도 조금 할인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며 “만일 건축주가 전혀 모르는 업체한테 공사를 맡겼다면 공사비가 더 많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층에선 성인 남성이 약간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할 정도로 지붕 층고가 낮다. 더 높게 지으려면 아예 2층짜리 집을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건축 인·허가 요건이 까다로워져, 그냥 천장이 낮은 복층을 짓기로 했다. 원래 집의 기와지붕을 치우고 테라스도 만들었다. 야외 캠핑을 즐기는 송씨네 가족이 테라스에 종종 모여 고기를 구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