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庸13장 道不遠人 후기
가끔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 말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그, 또는 그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가? 가 아닐 까 싶다. 그럴 때마다 친한 친구는 왜 그렇게 주변을 의식하면서 사느냐 며 핀잔을 준다. 그게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균형을 잡고 살아가고 있는 지였다. 흥소와 연을 맺고 중용을 공부하고 직접 발제를 하면서 알게 되는 그 동안 나의 행동들은 꾸미지 않고 의식하지 않아도 내 몸속에 물들고 새겨져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나의 모습(?)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가지고 태어난 辛金 일간의 성향 때문이 아니었을 까 하는 것도 사주 명리를 공부하면서 나름 들게 되는 생각이다. 여러 다른 오행들이 섞여서 내가 누구 인가?를 말해 주겠지만 나는 자꾸 나를 깍으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게 나의 모습임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오늘은 흥소 상반기 마지막 날이다. 여느 날처럼 카톡이 ‘카톡’ 거리는 데 심상찮은 내용들이다. 가장 큰게 근아샘의 교통사고 소식이었다. 갑자기 당황 스럽고 안절부절 해진다. 그리고 나의 사고는 흥소에 도착하고 보니 발제해서 발표해야 할 유인물을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발제문을 가지러 다시 집에 갔다 오는 길에 침착해야 한다고 얼마나 주문을 걸었는 지..... 흥소에 도착하니 뒷목이 뻣뻣해짐을 느꼈다.
도반들도 근아 샘 소식에 이말 저말 나누다 보니 결국은 동의보감 한 줄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진아샘이 사진 찍어 올려준 월드콘을 먹으면서 동의보감 9 경계 ‘놀라는 것’과 ‘무서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도 역시 정복샘의 내용 풀이는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했고 창주샘의 중저음 톤에 실린 친구의 무용담은 자연과 더불어 호흡했던 옛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로웠다. 나가다 보니 제주의 ‘통시문화’에 대해서도 나름 진지하게 다들 일가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돼지는 뱀을 이긴다고 하는 말에 그러면 통시에 돼지를 키우는 것은 뱀의 접근을 막는 것이고 통시우리에서 돼지가 사람이 먹다 남은 것들을 먹고 다시 그것이 퇴비가 되어 식물을 키우고 사람이 다시 먹는 .... 생태계의 순환이라고 하면서 감탄하고.....
돼지는 모두를 이긴다고 하자 유일하게 지는 대상이 용이라고 내가 거들고 나서자 재원샘이 본인이 용띠라고 한다. 또 한번 웃으면서 지나갔다. 정복샘이 근아샘 넋드리러 간다는 말씀을 하신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이게 중용에서 말하는 忠을 넘어선 恕가 아닌 가 싶다.
공자가 말하는 중용의 도에서 우리가 가장 삼가야 할 것은 자기에게 베풀어서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을 상대도 좋아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베풀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반성이 되는 말이다. 그동안 사랑과 베품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잘못된 행동이고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 일들임을 가슴에 새겨놔야 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유수암 내리막길에서 정복샘을 포함한 우리들의 넋드림과 기원이었다. 정복샘의 기원에서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는 나 혼자 만이 아니라 우주의 보살핌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 까 싶다.
우리의 소우주 흥소의 터 잡음이 화두가 되어 드디어 집을 보러 다니기로 했다. 역시 SNS는 시공간을 꿰뚫고 부동산을 연결하여 진아샘의 귀염둥이들 마저 떼어 놓고 아라동으로 향하게 했다. 위치와 집구조 특히 임대료가 마음에 들었지만 모든 게 아직은 어설프고 서툼이 주인으로부터 거부를 당하고 동막골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와중에도 검색을 해서 오후 7시가 넘은 시각에 오병이어 하우스까지 갔다. 여기는 밤길이 무서워서 우리가 거부를 했다. 내일부터 시간을 두고 집을 보러 다니자는 데로 의견을 모으고 카톡 시작 12시간 만에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새로운 카톡인 우리의 대칭성 인류학인 만남을 시작했다.
첫댓글 오호~~ 점점 읽는 재미가 생기는 후기! 반갑습네다^^
충과 서가 중용에서도 나오는 군요. 대학에서 새겼던 그 뜻이 어렴풋이~~ 얼른 책을 봐야겠습니다.
넋드림과 기원, 우리의 음양 오행이며 사주, 대칭성에 이르는 공부가 그 의식을 아주 풍요롭게 느끼게 합니다.
정복샘이 때때로 들려주신 잔혹동화도 한 몫했구요. 흥소 공부를 통해 젖어드는 것,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입니다.
그것은 연결, 학인들과 온 우주와의 인드라망!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 날 많은 일이 있어서 저는 정리할 엄두가 안났었는데 정말 핵심만 쏙쏙 뽑아서 깔끔하게 쓰셨네요^^
왜 누드글쓰기 심화반에 들어가셨는지 알것 같아요!!!!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