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해수욕장은 몰라도 장산은 알게 하자
우동발전협의회 주관 ‘해운대의 4차산업혁명’ 강연회에서
지난 9월 26일 오후 2시 (사)해운대우동발전협의회가 주관한 이승철 박사 초청 특별강연회가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박종호 공동회장과 김성수 구청장의 인사말에 이어 강연이 시작되었다.
이승철 박사는 부산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하여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다양한 분야에 사외이사, 자문위원으로 관여한 경험과 호기심 넘치는 해외여행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전국을 다니며 전파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장산, 수영강, 바다를 걸친 해운대를 발전시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테마파크의 설치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했는데 그 중 “해운대 해수욕장은 몰라도 장산은 알게 하자”고 주장한 얘기에 주목하고 싶었다. 기자도 본지를 통해 수차례 ‘장산을 단순히 보전만 할 것이 아니라 기타큐슈의 사라쿠라산이나 중국의 장가계처럼 적극적인 스포츠 레저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해운대라이프는 2019년 10월 14일자 ‘해상케이블카보다 장산케이블카를 제안한다’라는 기사에서, 당시 논란이 되었던 이기대와 동백섬을 잇는 케이블카에 반대하며 오히려 장산 정상을 잇는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해운대 앞바다와 부산의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게 하자고 한 바 있다. 2023년 10월 26일자 ‘기타큐슈의 사라쿠라산에서 장산구립공원을 생각하다’에서는 사라쿠라산 정상까지 경사형 전차를 설치하고 정상 부근에는 방문자센터, 고산식물원 등이 있어 장산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실었다. 2024년 3월 28일 자 ‘장가계에서 장산구립공원을 상상하다’는 케이블카, 산속 에스컬레이터, 집라인, 투명한 유리 다리, 잔도 등 장가계의 다양한 산악시설 등을 소개하며 기왕에 구립공원으로 지정된 장산을 여건에 맞게 적절히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자의 주장에 자연은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해서인지 별로 반응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니 그의 강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산이 70%이고 부산의 산이 절반을 넘는데 좁은 국토에 산을 특성에 맞게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알프스산맥 자락에 있는 스위스의 경우, 산정을 연결하는 산악기차와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아름다운 알프스의 조망을 즐기고 스키, 승마, 집라인, 알파인 코스터 등 다양한 산악 레저 활동을 개발하여 엄청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며 “대도시 중심에 있는 장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장산구립공원의 지정과 함께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장산마을의 이주단지 조성은 오리무중이지만, 최근 장산습지의 람사르습지 지정 움직임, 복잡한 군부대 통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해운대역에서 장산마을을 연결하는 임도의 개설을 앞두고 장산마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산마을 주민협의체의 사단법인화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장산마을 발전을 위한 구상안을 만들어 행정당국에 건의하는 등 체계적‧조직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물론 장산의 적극적 개발에는 정상의 레이더 시설 등으로 인한 군사보호구역이라는 제약조건이 있지만, 법 테두리 내에서 군부대와 협조하면서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신해운대역에서 산을 오르는 경사전차를 만들고 장산마을 앞 넓은 평지에 방문자센터를 설치하여 장산의 현황 설명과 함께 식물상, 동물상, 장산습지 등에 대한 생태학적 자료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체험치유농장, 원각사의 템플스테이, 시가지와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승마장 등은 자연훼손도 없고 군사보호구역에 저촉 없이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해운대해수욕장만 바라보지 말고 장산에서도 놀고 즐기고 휴식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기대한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