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이번 남파랑길 출발은 아홉번째이다.
금년 여름은 무던히도 더웠다.
그래서 본래 8월은 트레킹을 쉬기로 하였으나 다시 걷고 싶었다.
다만 어제와 오늘도 폭염특보 기간이어서
높은 열기를 극복해야 했기에 자주 쉬면서 14~15km 정도만 걸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걷다보니 24~25번 코스를 연달아
연신 흐르는 땀으로 전신을 적시며
총 28km를 걸었다.
- 걸었던 날 : 2025년 8월 30일(토요일)
- 걸었던 길 : 남파랑길 거제, 24코스.10.6km(저구항~쌍근마을~탑포마을)
25코스.14.6+3km.(탑포마을~율포~부춘마을~오망천삼거리~거제파출소)
- 걸었던 거리 :25.2km +3km =28km (43,000보, 9시간,휴식 2시간 포함)
- 누계거리 : 397.9km
- 글을 쓴 날 : 2025년 9월 2일.(화요일)
오전 9시쯤 거제시 저구항에 도착하여 곧 바로 채비를 하고 출발했다.
저구항은 거제도의 최남단을 돌아 서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만나는 항구인데
통영의 매물도가 가까워 매물도를 다니는 항구이다.
저구항에 설치된 지도를 보고 매물도 섬 트레킹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사전에 계획된것은 아니어서 아내를 설득 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저구항에서 쌍근리까지는 바다해안을 끼고 야산을 돌아가는 밋밋한 시멘트길이다.
산 윗쪽에 4차선 큰 도로가 있지만
지금 이 길은 저구항 사람들과 쌍근리 사람들이 넘나들던 옛길 같았다.
8월 30일 이미 처서(23일)가 지났지만 아직 더위는 가시지 않아 햇볕이 따가워서
양산을 펴고 조심스럽게 걷는 길이며 한달 반만에 걷는 트레킹이다.
오늘도 둘이서 걷는 조용한 길이다.
바다의 수면위에는 수 많은 작은 섬들이 있고 바다는 숨죽이듯 조용한데
작은 어선 한척은 한마리의 오리가 한가로이헤엄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바다는 잔잔한 호수같은 모습이다.
쌍근포구로 가다가 본 쌍근마을 포진지 알림의 설명글을 읽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의 해안 곳곳에 일제는 동굴이나 포진지등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서글픈 역사현장이다.
더 오래전 임진년에는 저 바다에서 수많은 해전이 있었을 것이고
당시 해안마을에 사는 민초들의 고충은 참으로 고달팠을 것이다.
쌍근리 포구 조형물이 인상적인데
설명글을 읽지 못하고 지나쳤다.
거제 요트 면허시험장 앞을 지난다.
12시 무렵 탐포마을에 도착하여 24번 코스를 마감하고 연이어 25번 코스로 고고~
남파랑길 25번 코스는 14.6km로 거제시 남부면 탑포마을에서 노자산(557m)
서쪽자락의 임도를 타고 동부면을 거처 거제면으로 가는 길인데
우리는 임도를 포기하고 우회하여 해안도로를 걷기로 했다.
거리가 다소 먼 거리이지만 카페나 식당 그리고 편의점등이 있을것 같았다.
길가 아담한 마을에서 아담한 노포 식당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휴가철이 지나 너무도 조용한 마을이었으며
식당은 마침 에어컨이 고장나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가로이 쥐치포을 씹으며 TV시청에 열중하던 70대 아저씨는
뙈얕볕을 걷는 우리가 너무 처량해 보였는지
"라면이라도 끓여 드릴까요?" 한다.
감사했다.
오늘 걷는 해안도로는 간간히 작은 포구와 마을이 있었지만
편의점은 고사하고 작은 가게나 식당도 없고 카페도 없었고 지나는 차량도 드물었다.
가져온 물로만 목을 축이고 걷다가 물도 떨어져 가기에 선택 여지가 없었다.
식은밥 한그릇까지 맛나게 먹고 생수도 사고 쭈쭈바도 하나씩 물고 나왔다.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 율포율포에서"는 감성식당이엇다.
오후 뜨거운 햇살아래 두어시간을 더 걸었다.
뜨거운 태양볕은 양산을 써서 열기는 감량되었지만 흐르는 땀을 막지는 못했다.
탑포에서 율포항과 가베항을 지나며 거제남서로를 따라 북진하며 하염없이 걸었다.
바다의 양식장 부표가 천연색의 향연인데 어떤 문화의 시설 조형물 같다.
해안가에는 곳곳에 팬션과 풀빌라 건물들이 보였다.
해안길을 걷는동안 지나는 차량은 극히 드물었으며
인구는 소멸하고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현실에서 영업은 쉽지 않을것 같았고
심히 걱정스러운 휴양시설로 보였다.
어느지점에서 카페를 만났는데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음료 두잔을 시키고 충분히 쉬었다가 나갔다.
거제시 동부면 오망천 삼거리에 도착한다.
동부농협 해금강 하나로마트에 들어가서 브라보콘을 하나씩 물고 나왔다.
너른 들력을 지나고
동부면 간척지 둑방길을 지나며
참굴 양식장의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본다.
수면 위에 있는 주렁주렁 매달린 굴컵데기 굴집이 생소하고 신기한 모습이다.
그리고 거제파출소 앞에서 트레킹을 마감한다.
어느덧 오후 6시가 가깝다.
걷는동안 식당과 카페에서 2시간정도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출발부터 9시간동안 길 위에 있었던 셈이고 28km쯤 걸었다.
택시를 콜하고 파출소 앞에서 쉬고 있는데
경찰관께서 사무실로 들어와 쉬어가란다.
"커피 한잔 드릴까요?" 라고 말씀하셨지만 정중하게 사양했다.
경남 거제경찰서 거제 파출소 직원분의 친절이 인상적이고 감사했다.
택시를 타고 저구항에 도착하니
석양의 노을이 아름다운 해넘이를 본다.
그러나 해넘이는 순간이다.
저런 아름다움도 순간이고 영원하지 않은것이며
시공은 또 늘 변화할 것이다.
저구항 근처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
지난달 묵었던 리베라 호텔에 여유가 있어서 서둘러 예약하고
도착하였으며 따뜻한 물로 밀려오는 피곤을 풀었다.
휴가철이 지난 밤바다는 적막한데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신세대가 아닌 어떤분들의 노래 소리에 텅빈 휴양지가 더 삭막하지 않았다.
우리는 숙박 옵션으로 딸려있는 생맥주 300cc는 포기하지 못해서
피자 한판과 생맥주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지난 7월 13일에 걷고 무더운 혹서기는 피하고 싶었다.
처서도 지났으니 햇볕은 덜하고 쉬울줄 알았지만 아직도 폭염은 진행중이었다.
모처럼 긴 시간동안 9시간 43,000보로 먼 거리를 걸었다.
거제도 남파랑길 코스는 15번코스부터 27번 코스까지
13개코스로 나누어진 총거리 185km거리이다.
이제 다음달에는 통영시 구간으로 나갈 예정이다.
나에겐 걷고 싶은것이 갈증이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걷고나면 갈증이 해소되는듯 하며 높은산 정상에 올랐을때의 희열같은것이 있다.
물론 걷고나면 다리도 피곤하고 허리도 뻐근하며 때로는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지만
고통보다 기쁨과 희열이 더 커서 계속 걷는 것이다.
우리부부의 코리아 둘레길 트레킹은 계속 진행형이다.
내일은 매물도 섬 투어를 하기로 했다.
섬투어 또한 내 인생에 경험하고픈 일이어서 딱히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간간히 다니곤 했다.
그래서 전라도 신안군 천사의 섬중 비금과 도초,안좌와 자은도,
그리고 12사도의 길 소악도와 병풍도,대기점도 등등 여러곳을 걸었고,
흑산도와 홍도,그리고 완도의 청산과 노화 그리고 윤선도가 시를 읆던 보길도까지 다녀온 기억이 있다.
또 어떤 기회에 서해의 끝섬 어청도를 다녀 왔으며
최근에는 울릉과 독도에 다녀 오기도 했다.
이제 통영의 섬 매물도와 욕지도 그리고 사량도에 가고 싶은거다.
2025년 8월 30일(토) 걷고
9월 2일 여행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