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세상] 운동하는 대한민국- 원불교가 ‘친근한 체육 공간’ 될 수 있을까
기자명 민소연 기자
입력 2024.08.23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최소 10분 전에 도착할 것’, ‘맞는 복장을 갖출 것’, ‘자신의 페이스를 파악할 것’, ‘앞사람을 추월하지 말 것’, ‘장애물을 보면 큰 소리로 외쳐 알릴 것’.
출근 지침 또는 교당 내왕 시 주의사항처럼 읽히지만, 이는 요즘 뜨는 ‘러닝 크루 에티켓’ 중 일부다. 러닝 크루는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거주지 인근을 달리는 ‘달리기 모임’ 참가자를 의미하며, 한강 등 강변은 물론 빌딩 속 도심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인기를 끌었던 ‘홈트(홈트레이닝)’의 자리를 당당히 꿰찬 러닝은 10~20대, 즉 MZ세대에게서 최근 열풍이다. 운동과 가장 거리가 먼 1020이 운동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러닝 인기가 불러온 빵빵런, 수육런
러닝의 인기는 다양한 이벤트를 불러왔다. 지난 4월 상암에서 열린 ‘빵빵런’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빵으로 채운 칼로리를 소모하자’며 시작된 모임으로, 기록이 아닌 패션으로 승부 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화제가 된 ‘수육런’의 원래 이름은 ‘금천구청장배 달리기 대회’였다. 그런데 참가비 1만원에, 완주하면 수육과 막걸리를 준다는 소식에 신청자가 몰리며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렇게 뛰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서울시는 러닝 명소 여의나루역에 탈의실과 물품 보관함, 교육시설 등을 설치했다. 영등포1인가구지원센터는 ‘01줍깅클럽’을 만들어 공원을 돌며 쓰레기를 줍게 하고, 경기 성남시는 육상연맹 소속 강사의 지도로 ‘청년 함께 달리기 모임’을 진행 중이다.
달리는 성취감과 적절한 페이스 조절로 절제력을 배우는 러닝은 특별한 장소나 비용의 제약이 없고, 운동복과 러닝화만 있으면 된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이전의 운동이 ‘돈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비용과 시간을 따로 들여야 했다면, 이제 운동은 누구나 언제든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은생어해의 결과이기도 하다. 팬데믹 동안 사람들은 혼자 공원 등을 산책하는 것이 일상이 됐고, 헬스장 등 유료 체육시설 대신 야외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내 생활 인근에서 종목이나 욕구가 같으면 스스럼없이 모여 함께 운동한다.
민 10명 중 6명이 규칙적인 운동, 역대 최고 수치
MZ가 이끄는 러닝 열풍… 코로나19로 바뀐 트렌드
교당은 운동시설, 전문클래스 제공하며 지역교화 적기
인기 모임 카테고리 1위 ‘운동’
운동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숫자는 중고거래장터 ‘당근마켓’이 지난해 오픈한 지역 생활 커뮤니티 ‘모임’에 있다. 오픈 1년 만에 이용자 수 1천500만명이라는 성과를 낸 가운데, 인기 모임의 주제 카테고리가 운동(26%)으로 드러난 것이다. 뒤를 이은 것은 동네친구(19%), 자기계발(10%) 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조사’ 통계도 이를 입증한다. ‘주 1회 이상’, ‘30분 이상’, ‘규칙적인’ 생활체육에 참여한 비율은 2023년 62.4%로, 국민 10명 중 운동하는 사람은 6명이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1991년 45.2%에서 2000년 49.2%, 2014년 54.8%, 2020년 60.1% 등 점진적으로 상승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윤택해짐에 따라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와 각종 성인병에 대한 예방 및 치료 수단으로서의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운동에 참여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하는 종목은 걷기(37.2%)로, 등산(17.3%), 보디빌딩(16.3%), 수영(7.7%)을 앞섰다. 그 뒤를 골프(7.1%), 축구·풋살(6.7%), 체조(6.1%)가 이었다. 생활체육을 하는 이유는 단연 ‘건강 유지 및 체력증진’으로 꼽혔으며, 참여자의 77.8%가 응답했다. 그 뒤를 ‘체중조절 및 체형관리(45.5%)’, ‘여가 선용(39.8%)’이 잇는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체육시설 이용률이다. 공공체육시설 이용률은 늘고, 민간체육시설 이용률은 줄었다. 2022년 대비 2023년 공공체육시설 이용은 22.7%에서 28.3%로, 민간체육시설 이용은 26.8%에서 23.4%로 변모했다. 해당 시설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거리상 가까워서(38.3%)’, ‘시설이용료가 무료 또는 저렴해서(30.9%)’ 순이었다. 사람들은 더 운동을 하면서, 가깝고 저렴한 곳의 시설을 원한다는 의미다.
헬스장교당, 등산클래스훈련으로 영육쌍전
이 같은 우리 사회 트렌드를 교화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한 교당에서 헬스시설을 갖추거나, 훈련원에서 걷기나 등산 클래스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능하리라 본다. 이는 최근 종교시설이 캠핑이나 트레킹 등 야외 레저 활동을 접목해 문턱을 낮추는 흐름에서 조금 더 나아가는 시도가 될 수 있다. 올림픽이나 전문 경기에서 보듯, 운동에도 멘탈훈련 즉 마음공부가 필수적이다. 원불교에서 운동이라는 사회 트렌드를 엮어낸다면 마음을 공부하듯 몸을 공부하며 영육쌍전을 보다 현실적·대중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교단에서는 운동을 결합해 교화에 성과를 나타내는 소모임들이 있다. 여의도교당 마라톤은 오랜 역사와 대외적인 성과를 거뒀고, 추부교당 요가, 전포교당 탁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열린 교당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 요가와 탁구는 우리 교단의 문화 중 하나로, 훈련에 요가를 결합하거나 법회 후 쉬는 시간에 출가재가 교도들이 함께 탁구로 어우러지며 교당에 활기와 교화 성과를 불러왔다.
국민소득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 시대, 이제는 ‘운동하는 사람’, ‘탄탄한 사람’처럼 건강한 외모에 대한 선호가 높다. 운동과 원불교 교법 그리고 일상과 가까운 교당 공간이 만나면 중장년층에는 튼튼한 노년과 잘 죽는 ‘웰다잉(Well Dying)’을, 젊은 층에는 건강한 이미지와 멋있게 사는 ‘웰에이징(Well Aging)’을, 어린이·학생층에게는 집중력과 절제력, 재미로 ‘웰그로잉(Well Growing)’을 제공할 수 있다. 교화가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면, ‘운동’을 눈여겨 볼 때다.
국민 10명 중 6명이 규칙적인 운동, 역대 최고 수치
MZ가 이끄는 러닝 열풍… 코로나19로 바뀐 트렌드
교당은 운동시설, 전문클래스 제공하며 지역교화 적기
인기 모임 카테고리 1위 ‘운동’
운동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숫자는 중고거래장터 ‘당근마켓’이 지난해 오픈한 지역 생활 커뮤니티 ‘모임’에 있다. 오픈 1년 만에 이용자 수 1천500만명이라는 성과를 낸 가운데, 인기 모임의 주제 카테고리가 운동(26%)으로 드러난 것이다. 뒤를 이은 것은 동네친구(19%), 자기계발(10%) 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조사’ 통계도 이를 입증한다. ‘주 1회 이상’, ‘30분 이상’, ‘규칙적인’ 생활체육에 참여한 비율은 2023년 62.4%로, 국민 10명 중 운동하는 사람은 6명이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1991년 45.2%에서 2000년 49.2%, 2014년 54.8%, 2020년 60.1% 등 점진적으로 상승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윤택해짐에 따라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와 각종 성인병에 대한 예방 및 치료 수단으로서의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운동에 참여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하는 종목은 걷기(37.2%)로, 등산(17.3%), 보디빌딩(16.3%), 수영(7.7%)을 앞섰다. 그 뒤를 골프(7.1%), 축구·풋살(6.7%), 체조(6.1%)가 이었다. 생활체육을 하는 이유는 단연 ‘건강 유지 및 체력증진’으로 꼽혔으며, 참여자의 77.8%가 응답했다. 그 뒤를 ‘체중조절 및 체형관리(45.5%)’, ‘여가 선용(39.8%)’이 잇는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체육시설 이용률이다. 공공체육시설 이용률은 늘고, 민간체육시설 이용률은 줄었다. 2022년 대비 2023년 공공체육시설 이용은 22.7%에서 28.3%로, 민간체육시설 이용은 26.8%에서 23.4%로 변모했다. 해당 시설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거리상 가까워서(38.3%)’, ‘시설이용료가 무료 또는 저렴해서(30.9%)’ 순이었다. 사람들은 더 운동을 하면서, 가깝고 저렴한 곳의 시설을 원한다는 의미다.
헬스장교당, 등산클래스훈련으로 영육쌍전
이 같은 우리 사회 트렌드를 교화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한 교당에서 헬스시설을 갖추거나, 훈련원에서 걷기나 등산 클래스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능하리라 본다. 이는 최근 종교시설이 캠핑이나 트레킹 등 야외 레저 활동을 접목해 문턱을 낮추는 흐름에서 조금 더 나아가는 시도가 될 수 있다. 올림픽이나 전문 경기에서 보듯, 운동에도 멘탈훈련 즉 마음공부가 필수적이다. 원불교에서 운동이라는 사회 트렌드를 엮어낸다면 마음을 공부하듯 몸을 공부하며 영육쌍전을 보다 현실적·대중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교단에서는 운동을 결합해 교화에 성과를 나타내는 소모임들이 있다. 여의도교당 마라톤은 오랜 역사와 대외적인 성과를 거뒀고, 추부교당 요가, 전포교당 탁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열린 교당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 요가와 탁구는 우리 교단의 문화 중 하나로, 훈련에 요가를 결합하거나 법회 후 쉬는 시간에 출가재가 교도들이 함께 탁구로 어우러지며 교당에 활기와 교화 성과를 불러왔다.
국민소득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 시대, 이제는 ‘운동하는 사람’, ‘탄탄한 사람’처럼 건강한 외모에 대한 선호가 높다. 운동과 원불교 교법 그리고 일상과 가까운 교당 공간이 만나면 중장년층에는 튼튼한 노년과 잘 죽는 ‘웰다잉(Well Dying)’을, 젊은 층에는 건강한 이미지와 멋있게 사는 ‘웰에이징(Well Aging)’을, 어린이·학생층에게는 집중력과 절제력, 재미로 ‘웰그로잉(Well Growing)’을 제공할 수 있다. 교화가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면, ‘운동’을 눈여겨 볼 때다.
[2024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