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청소년 아시아 문화체험 기록 11
8월 6일(금)
아직 환전을 하지 못했다. 문을 열어 놓은 은행에 들어가 보니 9시 30분부터 영업한다고 한다. 사설 환전소를 찾아보았다. 문을 열지 않았다. 한 곳을 보니 8시부터 영업하고 있었다. 200 달러를 환전하였다.
오늘 코스에 대해 최종 결정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하기로 했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물어보았더니 이구동성으로 바다로 가자고 한다. 그러면 고민이 싹 사라진다. 투안쿠 압둘 라만 공원(Tuanku Abdul Rahman Park)으로 결정한다. 그 중 목적지로 정한 사피 섬으로 출발!
보르네오 백패커스에서 길을 건너 잘란 가야(Jalan Gaya)를 통해 제티로 간다. 복건회관(福建會館)이나 객가공회(客家公會) 같은 중국인 커뮤니티 건물이 보인다. 동남아시아에서 종종 보이는 광경이다. 말레이시아 인구 가운데 중국인이 1/3 정도 차지하고 있기에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도시락 집을 발견하였다. 일본이나 타이완에는 도시락을 파는 가게가 아주 많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대부분 음식점에서 비닐이나 일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준다.
그에 비하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서는 테이크 아웃 가게가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포항에서도 기차를 타기 전에 도시락을 살 곳이 없다. 물론 동대구 역에는 도시락을 팔기도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일본은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도시락 집이 있고 가격도 실제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싸다.
이 가게는 도시락 용으로 아예 준비해서 팔고 있다. 가격도 하나에 1 링깃 정도로 무척 싸다. 밥과 면 종류 그리고 빵을 몇 개 사서 가지고 간다. 자료를 보면 섬 안에도 식당이 있다고 하지만 정확한 가격이 나와 있지 않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건대 큰 섬보다 작은 섬 물가가 비싼 건 당연하다.
제티(선착장)에서 표를 끊고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는 작은 배를 탄다. 구명조끼를 하나씩 준다.
이윽고 배는 출발하고 빠르게 달린다. 일본이 가족도 함께 탔는데, 예닐곱 정도 보이는 사내 아이는 배가 출발하자마자 엄마 무르팍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바다는 보기엔 잔잔하지만 속도를 내며 달릴 때는 제법 파도를 느끼게 된다. 또한 쿵쿵 물에 박히는 충격은 생각보다 강하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면 무척 시원하지만, 나는 왼쪽에 앉아서 계속 물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물 때문에 머리가 젖고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였다. 파타야 산호섬에 다녀올 때 생각이 났다. 고속 모터보트가 아닌 슬로우 보트라면 훨씬 더 여유롭게 바다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원이가 가장 덤덤하게 즐기는 모습이다. 하긴 마음을 졸인다고 배가 덜 움직이는 건 아니고, 마음을 놓고 있다고 엎어질 배가 제자리로 오는 건 아니다. 승객은 흥분하지 않고 침착을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
우리가 탄 배는 마무틱(Mamutik) 섬과 마누칸(Manukan) 섬에 일부 사람을 내려주고 사피(Sapi) 섬에 도착하였다. 투안쿠 압둘 라만 공원(Tuanku Abdul Rahman Park)에는 모두 다섯 개의 섬이 있는데, 가야(Gaya) 섬이 제일 크고 마무틱은 가장 작다. 삼십여 분이 걸려서 우리는 두 번째로 작은 사피 섬에 내렸다.
사피 섬은 101,174㎡ 정도의 넓이로 포항 청하에 있는 기청산 식물원(9ha)보다 약간 큰 크기다. 아주 아담한 섬으로 개인 소유로 사고 팔 수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섬 매매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북 보르네오 지역에서 사피섬 크기 70% 정도 되는 섬이 3,500만 달러(약 412억)에 매물로 나와 있다.
다행히 사피 섬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만인이 누구나 입장료만 내면 들어가서 마음대로 놀고 나올 수 있다. 이런 섬은 앞으로도 사유화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도 이중가격제가 실시되고 있다. 입장료가 말레이 사람은 3 링깃이지만, 외국인은 10 링깃을 내야 한다.
산호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고운 모래와 맑은 물 그리고 우거진 숲이 있어 해수욕을 하기엔 아주 적당한 곳이다. 나무 그늘 밑에는 여러 식당에서 내놓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우리는 적당한 탁자를 찾아 베이스 캠프를 차린다.
아이들에게 썬크림을 발라주고 바다에 들어가 놀게 한다.
나와 세오녀는 그냥 그늘에서 노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이런 바닷가는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다. 우리 나라 바닷가에서 겪는 시끄러움을 이곳에서 찾기 어렵다. 여행 전에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서 하룻밤 텐트를 치고 잔 적이 있었고, 월포 해수욕장에서도 일박했는데 제일 힘들었던 게 밤새 떠드는 소리, 노래 부르는 소리, 폭죽 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철수했다.
우리 나라 바닷가와 달리 필리핀 보라카이나 일본 대마도 이즈하라 해안, 캄보디아 씨하누크빌 세렌디피티 해변은 너무도 조용하다. 예정된 시간보다 더 있고 싶어진다. 그런 곳에 비하면 우리 나라 여름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언제나 실망으로 마무리된다.
많지 않은 사람들을 살펴보면 말레이 사람이나 현지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많고, 서양인과 일본인, 한국인들도 종종 보인다. 역시나 제일 시끄러운 무리는 중국인이고, 젊은이들이 좀 떠든다 싶으면 한국말이 들린다.
무겁지만 않다면 텐트를 가지고 와서 야영을 했으면 싶은 마음이 들었다. 텐트를 빌리려면 30 링깃이 필요하다.
안전 요원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끼리 바다에 들어가 놀 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나는 주변을 왔다 갔다 살피곤 한다. 수영을 못하는 재원이는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물가에서만 논다. 은후랑 기준이가 제일 멀리 나간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기준이가 발에 뭔가 찔려서 돌아왔다.
기준이는 나뭇가지라고 하는데, 온몸에 알레르기가 나는 것으로 봐서 성게 가시에 찔린 것 같았다. 야생에는 이런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재원이도 바닥에 산호 때문에 아쿠아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겠다고 한다.
밖에 나오면 쉽게 배가 고픈 법. 사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을 살 때 맥주를 빠뜨린 게 아쉬웠다.
이 섬에선 캔 맥주 하나가 10 링깃(4천원)이나 한다. 그냥 참기로 했다.
모래 해변 오른쪽으로 가면 바위 해안이 나타난다.
각종 신기한 해안 지형을 볼 수 있고 바람도 많이 불어 가벼운 산책 코스로도 좋다.
* 코타키나발루 현지에서 올렸던 글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http://cafe.daum.net/meetangkor/KBcb/205
* 제3차 청소년 아시아 문화체험
2010년 8월 4일-22일까지 말레이시아(사바 코타키나발루, 라부안, 사라왁 미리)와 브루나이(반다르스리브가완)를 청소년 네 명과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함께 한 여행 기록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http://cafe.daum.net/meetangko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연오랑.세오녀선생님.안녕하세요은후아빠입니다.그때인사도제대로못드리고헤어져서좀죄송했는데잘지내고계시는지요?덕분에은후는요즘열심히할려고노력한답니다.가끔실수는하지만요 ㅎㅎ여행다니면서은후를세심히보살펴준점다시한번더감사드립니다.건강히잘지내십시요.
은후아버지 반갑습니다.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 가입하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은후가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습니다.
은후가 여행하는 동안 초반에는 공부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했지만
후반부에는 집중하고 뭔가 해 내려고 애써는 모습보여줘서 참 이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