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만남
오늘은 수아와 유담이 그리고 현아를 만났습니다.
어제 지각생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오늘은 10분이 일찍 갔습니다.
혹시나 추운데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4시 정각에 유담이가 나타났습니다.
"저 근데 어디 좀 다녀와야해요. 잠시만요~"
유담이의 어머니께서 커피를 준비해주셨던 것입니다.
이런걸 받아도 되나 싶었지만
유담이의 작은 손이 시리고 있는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받았습니다.
하는 것 없는데 과분한 감사를 받은 것 같습니다.
감사가 지닌 따뜻한 힘을 또 한 번 경험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윽고 수아와 현아가 나타났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먼저 온 유담이와 수아부터
경로당에 들어갈까 고민하던 찰나에
현아가 도착했습니다.
운명의 짝꿍이란 이런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김별 선생님과 함께 다녔습니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유담이에게 미리 말해줬더니
"그거 참 다행이네요."
하며 유담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저희끼리는 아직 불안했을까요.
관계의 중요성을 배워갑니다.
- 새들경로당
새들경로당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말씀 드린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회장님께서는 너무나도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아유 추운데 뭐하러 왔어~"
반갑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수아와 유담이와 현아가
직접 만들고 작성한 편지를
직접 전해드렸습니다.
"새해 복도 많이 받으세요."
빼놓지 않고 말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편지 하나하나
읽으셨습니다.
"그래서 뭘 하겠다고?"
"달고나요! 달고나!"
"아~ 오징어게임~ 그래그려 해줘야지."
아이들이 직접 부탁드렸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김별 선생님과 저희가 도왔습니다.
아이들이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배우고 같이 만들고 싶어서
부탁 드리러 왔다고 다시 말씀 드렸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달력에 다 적어놔. 다시 말 안해줘도 돼~"
미리 연락 드리겠다고 했더니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과의 만남을
본인의 약속처럼 여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불은 뭘로 하지?"
"재료는 다 있고?"
회장님은 이것저것 신경써주셨습니다.
저희가 부탁하는 입장인데
원래 본인 일처럼 생각해주셨습니다.
지역사회의 정을 되살려야 하는 이유를 깨닫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대충 다 알어."
신림동 일대에만 50년 가까이 사셨습니다.
지역사회의 소중한 연결고리가
눈 앞에 계셨습니다.
- 갑을아파트 경로당
새들 경로당에서 나와
차를 타고 갑을아파트 경로당으로 향했습니다.
"차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김별 선생님께 크나큰 감사를 표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1분 걸린다는
김별 선생님의 말씀에
"하나, 둘, 셋, 넷....."
가차 없었습니다.
갑을아파트 경로당에 도착하니
장기를 두던 어르신들도
안마의자에서 안마 받던 어르신도
주무시던 어르신도
모두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지난번에 뵀던 부회장님도 계셨습니다.
반갑게 인사드렸지만
저희를 기억하지는 못하셨습니다.
"다음에 오면 세뱃돈 주신다고 하셨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주인공이니
속으로만 되내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수아와 현아가 만든 카드를 드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수아가 빼먹지 않고 인사 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윷놀이를 하고 싶어해서
혹시 가르쳐주시고 같이 노실 수 있으신지
여쭈었습니다. 부탁드렸습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직접
말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잘 보이는데
왜 그땐 아니었을까요.
이래서 기록을 남기는구나 깨닫습니다.
부회장님을 비롯한 어르신들은
너무나 흔쾌히 좋다고 해주셨습니다.
"근데 여기엔 뭐가 없어."
경로당에는 마땅한 놀이 도구가 없다며 걱정하셨습니다.
손주들과 노는 것처럼
진심으로 여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후 부회장님께서는
꿈을 가지라는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기 저 키 큰 선생님처럼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놔야해."
아이들이 이 말을 이해하기는 할까 싶었는데
현아가 열심히 고개 끄덕였습니다.
다음주 수요일 4시에
다시 찾아뵙기로 약속하고 경로당을 나섰습니다.
그때 뒤에서 어르신의 말씀이 들렸습니다.
"이제 장기 다시 두실거요?"
아이들에 집중하느라
장기판이 초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했습니다.
- 놀이 시간
"이제 뭐 할까요?"
"놀이터에서 놀아요~"
수아와 유담이가 외쳤습니다.
"그럼 활동일지만 적고 놀까요?"
"네! 오늘은 제가 적을게요"
수아가 선뜻 나섰습니다.
"저도 적을래요."
"저도요."
끝나고 놀자는 말이 힘이 된 것일까요
세 친구 모두 열정이 넘쳤습니다.
"라뗀 말이야가 많았다."
"교장선생님 같았다."
아이들다운 소감이라 고맙습니다.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고맙습니다.
이들이 재밌다고 하면 진짜 재밌는거겠구나 싶었습니다.
"와 재밌다. 다음에 또 해요." 듣고 싶습니다.
경로당 옆 정자에서
활동일지를 적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상당히 추웠나봅니다.
밖에서 놀자고 제일 먼저 외쳤던 수아가
이번에도 가장 먼저 꼬리를 내렸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놀아요."
김별 선생님의 '마피아' 제안도
한 몫 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신림동 공유공간에 들어가
차례대로 손을 씻고 출입명부를 작성했습니다.
"아 발바닥 따뜻하다."
유담이가 바닥에서 놀자고 제안했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바닥에 둘러앉아 놀았습니다.
마피아 게임도 하고
후라이팬 게임도 했습니다.
밖에서 뛰어 놀 때는
영락없이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누가 마피아인지 탐색하는 순간에는
다들 셜록 홈즈 못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도 했는데
유담이가 너무 무서워하니
수아가 웃긴 이야기로 바꿔줬습니다.
깐부 유담이를 위한 수아의 배려가 빛이 났습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덧 5시 25분.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갔습니다.
예원 선생님은 현아와
저는 유담이와 수아와
함께 걸었습니다.
오늘은 현아-유담-수아 순서로
데려다줬습니다.
수아의 첫 번째로 가고 싶다는 말에
"그럼 오늘도 제가 마지막에 갈래요."
유담이가 양보했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세 번째 할래요."
수아도 미안했는지
유담이네 갔다가 가겠다고 정정해줬습니다.
"현아 언니는 제일 머니까 일번!"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
오늘도 흐뭇해집니다.
- 오늘의 반성
유담이 집으로 가던 중
"아 근데 달고나 재료는 어딨어요?"
유담이가 말했습니다.
"아, 우리 준비물 분담 안 했구나."
아찔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집에 모양 틀 있어요."
"우리 집에는 국자랑 어 소다랑 어 설탕이랑 다 있어요!"
"그럼 유담이가 모양 틀 가져오고, 수아가 국자랑 소다랑 가져와줄 수 있어요?"
아이들이 나서서 집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또 부끄러웠습니다.
이윽고 김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달고나 재료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죄송합니다.
오늘 활동 마친 것에 안주해
다음 활동 준비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유담이와 수아가 사회사업 선배라 고맙습니다.
김별 선생님이 저희 슈퍼바이저라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나갑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겠습니다.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아이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아이들이 더 할 수 있도록 신경쓰겠습니다.
다음 활동을 미리 생각하며 준비하겠습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미흡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첫댓글 "내일이 아니라 오늘
미흡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
명언입니다... 창균선생님의 기록을 보면서 하루하루 더 배워갑니다 배울점이 많은 선생님 내일도 즐겁고 재미있게 활동해요
대망의 내일...!!! 화이팅입니다!!!!
든든하게 챙겨 입고 오세요!!
@김창균 넹 창균쌤도 몸 따뜻하게 입고 내일 봅시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겠습니다.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미흡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창균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멋집니다.
선생님을 본받아 저도 더 나은 사회사업가가 될 수 있도록 매일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기록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아침 활동 공유 시간이 반성으로 가득차겠습니다!!!
내일 따뜻하게 입고 만나요:)
"다음에 오면 세뱃돈 주신다고 하셨는데......"
저도 기억납니다:)
어르신들께서 저희는 기억 못 하셔도, 아이들과의 약속은 귀하게 여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이들 간에 배려하는 마음이 예쁩니다.
내일 아이들 만나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창균선생님 응원합니다!!
예슬 선생님도 내일 따뜻하게 입고 오세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라뗀 말이야가 많았다."
"교장선생님 같았다."
푸하하하하
다음에는 아이들이 더 나서서 부탁드리고
진행할 수 있게 거들어야겠습니다.
저도 한발짝 물러나야 하는데 나섰습니다.
창균 선생님 보고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너도나도 활동일지 쓰고 싶다하는 아이들
추운데도 밖에서 열심히 활동일지 쓰는 아이들.
고맙습니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는 창균 선생님
부럽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활동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좋은 시간 보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