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20 부활5주간 금 – 나를 위해 목숨을 건 친구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초등학교 일학년 때 삽교천에서 물에 빠져 죽을뻔한 적이 있었다.
마을 친구들과 삽교천에서 물놀이하였다.
친구라 하지만, 모두 나보다 한 살 많았고 키도 컸다.
하지만 똑같이 헤엄을 칠 줄 몰랐다.
친구들이 헤엄이 아니라 걸어서 갯고랑을 건넜다.
나도 뒤따라 건너려고 하였다.
이게 웬일인가?
물이 내 키를 넘는 것이 아닌가?
땅에 발이 닿으면 튀어 오르고, 물 위쪽으로 솟으면 가라앉기를 거듭하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렇게 부침하지를 얼마나 했는지 알 수 없을 때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늘어져 가던 나는 스르르 물가로 끌려 나왔다.
만일 그때 내게 기운이 남아 있었더라면 그 친구를 잡고 물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 후 나는 그 친구를 잊지 않고 지금도 고마워한다.
내게 힘이 빠져야 구원된다는 교훈도 새겼다.
큰조카는 아홉 살 되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에 삽교천에서 물놀이하다가 빠져 죽었다.
자기도 커서 삼촌 따라 신부님이 되겠다며 그해 부활절에 견진성사를 받고는 석 달이 지나 죽었다.
살아서 사제가 되었으면 올해 쉰하나가 되어 같이 늙어 갈 텐데·······!
나는 사제 두 몫, 아니 세 몫을 살아야 한다.
사제가 되겠다던 친조카 몫과 사제가 되어 열 두 해 만에 수해로 죽은 외조카의 몫이다.
그들은 하느님을 바라고 살다 죽었으니 하느님을 바라는 내게 벗이다.
아니, 하느님을 믿고 구원을 바라며 사는 이는 모두 내가 목숨 바쳐야 할 나의 벗이다!